경비원에 갑질하면 과태료 1000만원
과태료 피해 관리인으로 변경 채용
“갑질 금지법 유명무실” 지적 나와



디글 클래식 유튜브 캡처

10월21일 이른바 경비원 갑질 금지법(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됐습니다. 그동안 아파트 입주민이 경비원에게 주차를 대신 해달라 요구하거나 사적인 심부름을 시키고, 폭언이나 폭행하는 일이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2020년 4월에는 서울 강북구 우이동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하던 최희석씨가 입주민에게 지속적인 갑질과 폭행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이 일로 경비원에 대한 갑질 문제가 공론화하면서 정부가 법 개정에 나선 것입니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경비원의 업무 범위가 구체화됐습니다. 일부 아파트에서는 경비원이 입주민의 개인차량 주차를 대신해주거나 개별 세대 택배물을 배달해왔습니다. 앞으로는 경비원에게 발렛 주차를 요구할 수 없습니다. 불법주차나 장애인 주차구역 주차를 감시하거나 위험 발생을 막기 위한 차량 이동 등만 경비원의 역할로 남습니다. 택배나 우편물 또한 보관이나 대장 관리만 하고, 입주민 세대 문 앞까지 배달하는 것은 제한됩니다. 경비원 갑질 금지법 시행 이후 주차 대행이나 택배 배달을 요구하면 사실 조사와 시정명령을 거쳐 최대 1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물 수 있습니다.

갑질 금지법 시행 이후에도 주차 대행을 하는 아파트 관리원들. /MBCNEWS 유튜브 캡처

◇경비원 아닌 관리원···발렛 주차 여전

갑질 금지법이 시행된 첫날 아파트 풍경은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현장에선 “법 개정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 압구정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경비원 복장을 입은 이들이 여전히 주민들의 차를 옮겨주고 있습니다. 아파트 단지가 비좁아 이중주차한 차량을 아침 6시가 넘어 경비원이 운전해 차를 이동시킵니다. 입주민들은 퇴근 후 집으로 들어갈 때 경비실에 차 키를 맡기고 있습니다. “아파트 주차 공간이 부족한 탓에 경비원이 대리주차를 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는 반응입니다.

꼼수를 쓰는 아파트 단지도 있습니다. 경비원을 관리원으로 채용해 법망을 피해가는 것인데요. 한 아파트 단지 경비인력 98명 중 90명은 ‘경비원’이 아닌 ‘관리원’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관리사무소 측에서 2018년 경비원을 모두 해고하고 100명 중 90명 이상을 경비원 명칭을 바꿔 관리원으로 채용한 것입니다. 이들의 업무는 경비원과 같고, 24시간 맞교대로 일하지만 경비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주차 대행을 하고 있습니다. 갑질 금지법 적용 대상이 아니고,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습니다.

이 아파트에서 관리원으로 근무 중인 A씨는 “새벽 3시나 4시에도 차를 빼달라는 전화가 와 자다가 일어나 차를 옮긴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대리주차를 못하게 하면 관리사무소 측에서 주차요원으로 명칭을 바꿔 다시 채용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구축 아파트가 주차 공간이 넉넉한 신축으로 재개발되기까지 경비원의 주차 대행 업무는 사라질 수 없다는 게 현장 반응입니다.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경비원 업무 범위. /국토교통부 블로그 캡처


◇제초 작업은 금지, 잡초 제거는 허용?

노동계에서는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경비원의 업무 범위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경비원은 잡초 제거나 낙엽 청소는 할 수 있지만 기술이나 장비를 요하는 도색·제초 작업은 할 수 없습니다. 제초(除草)는 잡초를 뽑아 없애는 일을 말합니다.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은 10월 25일 성명을 내고 “어디까지가 잡초 제거고 어디부터 제초 작업이라 판단할 것이냐”고 비판했습니다. 노조는 “이런 작위적인 판단으로 아파트 현장은 더 혼란스러워지고, 그 피해는 가장 약자인 아파트 경비원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했습니다.

법 개정으로 오히려 경비원의 업무 부담이 늘었다는 말도 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경비원의 허용 업무에 낙엽 청소·단지 내 쓰레기 수거·재활용품 분리배출 정리 등을 명시했습니다. 서울 압구정동 아파트 단지에서 근무하는 B씨는 “원래 재활용 쓰레기 분류를 하는 대신 아파트 부녀회에서 10만원씩 지원금을 받았는데, 이제는 이런 일을 경비원에게 요구해도 괜찮은 것처럼 되어버렸다”고 말했습니다. 무조건 해야 하는 일이 아니었는데, 허용 업무에 포함되면서 할 일이 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온라인에선 결국 경비원 갑질이 사라지려면 아파트 입주민의 시민의식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아무리 법적 제도를 손봐도 구멍이 있고, 관리사무소에서 꼼수를 쓰면 얼마든 비슷한 갑질 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글 시시비비 영조대왕
시시비비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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