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8명 중 실제 사람은 누구일까요?” 





삼성전자와 벤처기업 네온이 선보인 7명의 가상 인간과 한 명의 실제 사람.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런 제목의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영상 속에 등장하는 8명의 인물 가운데 ‘가상 인간’이 있다는 이야기다. 영상 속 인물들은 말하고, 움직이면서 자연스러운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영상만 봐서는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놀라운 사실은 한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 7명이 모두 가상 인간이라는 점이다. 진짜 사람은 아래 이미지 맨 왼쪽의 마이크를 쥐고 있는 여성 리포터가 유일하다. 

7명의 이미지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국제가전전시회에서 ‘네온’이라는 벤처 기업과 함께 선보인 가상 인간이다. 인간의 모션을 캡쳐해 컴퓨터그래픽(CG)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모든 움직임을 소프트웨어로 직접 구현한 것이다.

이를 접한 당시 네티즌들은 “아무리 봐도 누가 가상 인간인지 모르겠다”, “미래에는 영화나 드라마 배우는 없어지겠다”라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1년전 상상은 지금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주로 SNS 인플루언서나 잡지, TV 광고에서만 보이던 가상 인간이 최근에는 음반을 발매하고, 연기를 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활동 무대가 가요계와 영화, 드라마 등으로 넓어진 것이다. 

가상 아이돌 그룹 ‘이터니티’의 멤버 다인과 사랑. /펄스나인 


가상 아이돌 그룹 ‘이터니티’의 멤버 다인과 사랑. /펄스나인 

국내 최초 가상 아이돌 그룹 ‘이터니티’는 11인조 걸그룹으로 올해 3월 데뷔했다. 공식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뮤직비디오 ‘아임 리얼’은 현재 86만뷰를 기록 중이며, 1만개 이상의 댓글이 달렸다. 실제 아이돌처럼 그룹 활동뿐 아니라 솔로 활동도 한다. 개인 인터뷰 영상을 선보이는가 하면 솔로 음원을 내는 식이다. 

이터니티 멤버 중 한 명인 ‘다인’은 지난 9월 첫 솔로 음원을 냈다. 다인의 솔로 데뷔곡 ‘노 필터’(No Filter) 뮤직비디오는 이미 유튜브 조회수 181만회를 넘어섰다. 한 인공지능 행사에선 이 노래로 개회식 축하공연도 했다. 다양한 국적의 팬들이 그녀의 팬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등 솔로 데뷔 2달 만에 탄탄한 팬층을 확보했다. 이에 외신들은 “이터니티가 K-pop 가상 아이돌로서 새로운 한류문화 콘텐츠를 개척했다”며 호평했다. 

이터니티를 탄생시킨 주인공은 인공지능 그래픽 전문 기업 ‘펄스나인’이다. ‘딥리얼 AI’ 기술을 이용했는데, 이는 실사형 가상 인물 이미지를 생성하고 촬영한 영상과 합성해 콘텐츠를 제작하는 기술이다. 얼굴을 제외한 신체는 실제 사람이며, 신체 모델은 오디션 등을 통해 선발한다.

가상 인간 ‘한유아’. /스마일게이트


가상 인간 ‘로지’. /신한라이프

게임사 스마일게이트의 가상 인간 ‘한유아’도 최근 SNS를 통해 음반 녹음을 진행하고 있는 소식을 전했다. 한유아는 가상현실(VR) 게임 ‘포커스온유’의 캐릭터다. 게임 캐릭터에서 나아가 본격적인 가수 활동 시작을 알린 것이다. 신한라이프 보험 광고로 유명한 ‘로지’도 활동 영역을 넓힌다. 드라마와 영화 등에서 단역 출연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지를 만든 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는 남성 3인조 가상 아이돌 그룹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가 손잡고 가상 아이돌 그룹을 준비하는 등 다양한 기업이 가상 인간을 활용한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가상 인간과 실제 가수가 함께 활동하는 사례도 있다. 아이돌 그룹 ‘에스파’는 스스로를 8인조 그룹이라고 소개한다. 4명의 실존 멤버들 외에 가상 인간인 ‘아이 에스파’가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온라인과 가상세계에서 함께 활동한다. 언제 어디서나 공간, 언어의 제약 없이 팬들과 관계를 맺고 연결되기 위한 새로운 시도다.

TV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해 주목 받았던 틱톡커 ‘시아지우’도 가상 인간과 콜라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가상 인간이자 쌍둥이 자매인 ‘조조’와 함께 싱글앨범을 준비하고 있다. 조조는 현재 음원 활동 외에 드라마 촬영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돌 그룹 ‘에스파’. /SM엔터테인먼트


틱톡커 시아지우. /인스타그램


틱톡커 시아지우. /인스타그램


틱톡커 시아지우. /인스타그램


가상인간 각자의 특성은 모두 다르지만 이들이 인기몰이를 하는 핵심 요인은 온라인에서 활동을 즐기는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의 성향 때문이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는 가상 인간에 대해서도 친근감을 느끼며 이들과의 소통을 낯설게 여기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기업 입장에선 손쉽게 기업이나 광고업체가 추구하는 이미지로 설정할 수 있는 데다, 개인의 일탈에 따른 관리 위험성이 없다. 또 아이돌 연습생을 데뷔시키는데 드는 비용이나 활동비를 줄일 수 있다. 인플루언서나 아이돌로 잘 성장시키면 새로운 콘텐츠로 확장할 수 있는 활용 가능성도 높다. 게다가 가상 인간은 영원히 늙지도 않는다. 메타버스나 인공지능(AI), AR, VR 기술이 발전할수록 가상 인간의 쓰임새는 더 많아질 전망이다.

글 시시비비 이은
시시비비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