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브랜드 쇼핑백 리폼 열풍
창조경제 vs 허례허식 갑론을박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줄을 서도 사기 힘든 명품 브랜드의 가방이 온라인에서 2만~5만원대에 팔리고 있다. ‘짝퉁’인가 했더니, 명품 브랜드 제품을 살 때 받는 종이 쇼핑백을 리폼해 만든 가방이다. 직접 명품 쇼핑백을 리폼할 수 있는 DIY 세트도 불티나게 팔린다. 덩달아 구찌, 디올 등 명품 쇼핑백의 몸값도 높아졌다. 당근마켓이나 중고나라 등 중고거래 플랫폼에선 명품 종이 쇼핑백이 1만~2만원대에 거래된다. 제품을 사면 공짜로 담아주는 쇼핑백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명품 열풍의 실상을 알아봤다. 

온라인에서 판매되고 있는 명품 종이 쇼핑백을 리폼해 만든 가방.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명품 쇼핑백으로 만드는 나만의 가방 

명품 쇼핑백을 리폼한 가방은 종이 재질의 쇼핑백에 PVC(폴리염화비닐) 재질의 비닐을 감싼 뒤 손잡이를 달아 가방으로 만든다. 여기에 스카프나 진주 등을 장식해 포인트를 주기도 한다.  이렇게 제작된 완제품은 네이버쇼핑, 쿠팡 등 온라인 마켓에서 2만~5만원대에 판매된다. 중고 거래는 물론 해외 직구까지 이뤄지고, 아예 직접 재료를 구매해 리폼을 하기도 한다. 

온라인에서 DIY 키트를 구매한 뒤 유튜브 등 영상을 참고해 나만의 가방을 만드는 것이다. DIY 키트에는 리폼에 필요한 PVC 비닐, 종이 쇼핑백, 바닥에 깔 가죽, 가방 손잡이로 사용할 끈과 드라이버, 끈을 연결한 나사 등이 모두 들어있다. 집에 남아도는 명품 쇼핑백을 활용하거나 당근마켓 등에서 원하는 쇼핑백을 사서 나만의 리폼 가방을 만들기도 한다. 

명품 쇼핑백 리폼은 중국에서 먼저 크게 유행했다. 타오바오 등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서 일부 셀러들이 쇼핑백을 리폼한 완제품 가방을 온라인에서 팔면서 소문이 났고 국내에도 DIY 키트가 유입됐다. 코로나 이후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DIY 열풍과 함께 명품 쇼핑백 리폼도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지난 5월 SBS 예능 프로그램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에서 방송인 이지혜의 남편이 배우 채정안에게 샤넬 쇼핑백을 리폼한 가방을 선물해 화제를 모으면서 본격적으로 유행했다. 최근에는 명품 쇼핑백으로 나만의 가방을 만드는 원데이 클래스도 열린다.

샤넬 쇼핑백을 리폼한 가방을 안고 서 있는 배우 채정안. /SBS ‘동상이몽-너는 내 운명’ 방송 캡처

명품 쇼핑백을 리폼한 가방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종이백을 그냥 버리는 것보다 업사이클링하는 새로운 방법이다, 나만의 개성이 돋보이는 가방이다, 그야말로 창조 경제”라는 의견도 있지만 “저렇게까지 명품 가방을 들어야 하나, 허례허식이다, 허영심의 끝판왕이다”는 부정적인 반응도 적지 않다.

◇쇼핑백으로 누리는 명품 소비 대체

쇼핑백으로라도 명품을 소비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건 명품의 인기가 높기 때문이다. 명품을 사기 위해 사람들이 새벽부터 백화점 앞에 줄을 서고 문을 열자마자 매장을 향해 달려가는 ‘오픈런’은 더는 낯선 풍경이 아니다. 4000만원짜리 에르메스 가방, 2000만원짜리 롤렉스 시계, 1000만원짜리 샤넬 백 등 수천만원을 호가해도 못 사는 제품들이 수두룩하다.

지난 5월 서울 소공동 롯데 백화점 본점 샤넬 매장 앞에 고객들이 줄 서 있다. /조선DB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명품 시장 규모는 125억420만달러(약 15조원)에 이른다. 미국, 중국 등에 이어 세계 7위 수준이다.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지난해 전 세계 명품 매출이 19%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수치다. 이른바 ‘에루샤’로 불리는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등 3대 명품이 지난해 국내에서 벌어들인 매출은 2조5000억원에 달한다.
 
명품 소비의 폭발적 증가세는 코로나19 여파로 급감했던 백화점 매출마저 끌어올렸다. 롯데· 신세계·현대 등 백화점 3사의 지난해 합산 매출은 전년 대비 9.8% 감소했으나, 명품 매장 매출은 15.1% 증가했다. 백화점 3사 가운데 에루샤를 모두 갖춘 매장이 가장 많은 신세계는 명품 부문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55.4%나 늘었다. 
 
코로나19로 해외 여행길이 막히면서 명품으로 보복 소비를 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명품 시장은 호황을 맞았다. 여기에 새로운 소비 주역으로 떠오른 MZ세대의 ‘플렉스’ 열풍도 한몫하고 있다. 이런 명품 열풍이 명품 브랜드 쇼핑백으로 번졌고, 또 다른 소비 트렌드를 만든 셈이다.
 
글 시시비비 키코에루
시시비비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