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왜 이렇게 내셔널지오그래픽 직원이 많아?”

한국에 놀러 온 외국인 친구가 물었다. 해외에선 내셔널지오그래픽이 다큐멘터리 채널로 유명하지만 한국에서만큼은 다르다. 패딩·후드티·티셔츠 등을 만들어 내는 의류 브랜드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사실 패션 브랜드 내셔널지오그래픽어패럴은 우리나라 기업이 내셔널지오그래픽의 로고와 상표권 라이선스 계약을 하고 패션 브랜드로 재탄생시킨 패션 브랜드다. 일명 K-라이선스 브랜드다.

대표적인 K-라이선스 브랜드인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

최근 이와 같은 K-라이선스 브랜드가 크게 늘고 있다. 패션 브랜드가 아닌 글로벌 브랜드의 라이선스를 들여와 한국에서 패션 브랜드로 선보이고 있다. 독일 자동차 브랜드 폭스바겐, 미국의 방송 채널 CNN, 음악 잡지 빌보드, 미국 이종격투기 대회 UFC, 카메라 브랜드 코닥 등 분야도 다양해졌다. K-라이선스 브랜드의 사례를 모아봤다.

◇폭스바겐, 빌보드, CNN도 패션으로 재탄생

국내 패션업체 어반패션은 독일의 자동차 브랜드 폭스바겐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폭스바겐 어패럴을 론칭했다. /폭스바겐 어패럴

국내 패션업체 어반패션은 독일 자동차 브랜드 폭스바겐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폭스바겐’을 패션 브랜드로 출시한다고 10월 7일 알렸다. 어반패션은 캘빈클라인, 휴고보스, 타미힐피거, 엠포리오 아르마니, 아놀드파마, PGA 등 글로벌 브랜드의 언더웨어를 국내에 수입·유통하던 회사다. 최근에는 언더웨어 중심에서 패션잡화, 의류, 신발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또 폭스바겐과 패션 부문 라이선스 계약을 하면서 브랜드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폭스바겐 어패럴은 최근 가을 시즌 의류를 선보이고 홈쇼핑과 온라인에서 옷을 판매하고 있다. 실용성과 기능성을 추구하는 남녀공용 캐주얼 브랜드다. 최근 출시한 남성용 니트에는 폭스바겐의 시그니처 와펜 로고가 부착돼 있다.


최근 국내에 론칭한 빌보드 어패럴. /바바패션

바바패션 그룹도 9월 음악 브랜드 빌보드와 어패럴 사업 부문 라이선스를 계약하고 ‘빌보드스타일’을 론칭했다. 바바패션 그룹은 여성의류 브랜드 ‘아이잗바바’ ‘지고트’ ‘더틸버리’ 등을 보유하고 있다. 바바패션 그룹은 이번 사업을 위해 별도 법인 산타노아를 세웠다. 빌보드를 패션 브랜드로 사용할 권리를 가진 사례는 한국이 최초다. 쉽게 말해 옷에 빌보드 로고를 달 수 있는 권리를 국내 패션업체가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얻은 셈이다. 빌보드는 1894년 미국 뉴욕에서 창간한 음악 잡지다. 전세계 다양한 장르의 음악 인기 순위 차트를 매주 집계해 발표한다. 최근 블랙핑크, BTS 등 한국 뮤지션이 빌보드 차트에서 높은 순위에 오르는 등 전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받으면서 빌보드 브랜드와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눈치다. 빌보드스타일은 캐주얼 브랜드로 맨투맨, 패딩 재킷, 트레이닝복 세트 등 MZ세대가 좋아하는 아이템을 선보였다. 현재 온라인몰을 오픈한 상태다.

국내 스포츠 의류업체인 스톤글로벌은 미국 케이블 뉴스 채널 CNN과 의류사업 부문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브랜드를 론칭했다. /CNN어패럴

패션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TV 채널도 마찬가지다. 국내 스포츠 의류업체인 스톤글로벌은 미국 케이블 뉴스 채널 CNN과 2021년 1월 의류사업 부문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최근 가을·겨울 시즌 첫 제품을 선보였고, 서울 홍대 무신사 테라스에서 쇼케이스를 마쳤다.  CNN어패럴의 대표 제품인 ‘트래플 르포르타주 재킷’은 기자들이 현장에서 취재할 때 입는 옷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옷으로, 아웃도어 느낌에 실용성을 더했다고 전했다. 팔 부분에는 CNN이라는 로고가 새겨 있다. 지난 8월부터 오프라인 사업을 시작한 CNN어패럴은 지금까지 14개 매장을 오픈했다.


미국 이종격투기 대회인 UFC도 패션 브랜드까지 재탄생했다. /UFC어패럴

미국 이종격투기 대회인 UFC도 패션 브랜드로 재탄생했다. 골프웨어 브랜드 JDX를 운영하는 신한코리아는 세계 최대 종합격투기 대회를 개최하는 미국 스포츠매니지먼트사 IMG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최근 UFC 어패럴을 출시해 UFC 철자와 그래픽을 활용한 의류를 선보였다. 후드티, 맨투맨 등 의류뿐 아니라 신발, 가방까지 총 40여 종 아이템이 있다. UFC 라이프스타일 웨어 컬렉션은 MZ소비자를 겨냥한 캐주얼 브랜드다.

◇K-라이선스 출시마다 ‘대박’

최근 국내 패션업계에서는 글로벌 브랜드와 지식재산권(IP)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패션 브랜드를 선보이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국내 1세대 라이선스 패션 브랜드는 계속해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MLB와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내셔널그래픽 등이 있다.

국내 1세대 라이선스 패션 브랜드로 불리는 MLB. /MLB 홈페이지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은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홈페이지

국내 의류 제조업체인 F&F는 1997년 MLB의 라이선스를 따와 미국 프로야구 스포츠의 감성을 패션에 접목시키면서 스포츠 브랜드를 이끌었다. 이어 2012년에는 자연 탐사 전문 다큐멘터리 채널인 디스커버리의 국내 의류 판매권을 사들였다. 이후 라이프스타일 아웃도어 브랜드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을 론칭했다.

MLB와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을 보유한 국내 의류 제조업체 F&F는 2018년 6683억원, 2019년 910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20년엔 8376억원으로 약간 감소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패션업계가 위기를 맞은 상황을 고려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디스커버리는 2020년 매출 3741억원으로 전년(3300억원)보다 13.4% 늘었다.

내셔널지오그래픽도 2020년 매출 2915억원으로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홈페이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의류 사업을 운영 중인 더네이처홀딩스도 2017년 692억원의 매출을 올린 이후 2018년 1412억원, 2019년 2353억원, 2020년 2915억원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더네이쳐홀딩스는 내셔널지오그래픽협회와 2013년 여행용 가방 및 캠핑용품을, 2015년 의류 부문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제품이 인기를 얻자 해외로 역수출하기도 했다. 2019년 8월 북미와 유럽 제품 공급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계속해서 호주, 뉴질랜드, 중국, 일본 등 해외 진출에 힘쓸 예정이라고 한다.

코닥어패럴은 현재 전국 총 80여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두고 있다. /코닥어패럴

2020년 론칭한 ‘코닥어패럴’도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국내 의류업체 하이라이트브랜즈가 이끌고 있는 ‘코닥어패럴’은 론칭 8개월 만에 100억원 매출을 달성해 화제였다. 하이라이트브랜즈는 미국 필름 브랜드 ‘코닥’의 라이선스를 취득해 2020년 2월 ‘코닥 어패럴’을 선보였다. 미국 카메라 필름 브랜드 코닥은 전 세계 최초로 엑스레이·디지털 카메라 등을 개발한 필름 및 카메라 제조사다. 코닥어패럴은 코닥의 시그니처 컬러인 옐로·레드를 적극 활용했다. 현재 코닥어패럴의 오프라인 매장은 전국에 80여개점이 있다. 인기에 힘입어 올해 매장 40여곳을 추가로 열었고, 매출 5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고 한다.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내셔널지오그래픽, MLB, 코닥 등 K-라이선스 패션 브랜드의 시장 규모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K-라이선스 브랜드 시장 규모는 2020년 기준으로 이미 1조원을 넘어섰다.

업계에서는 라이선스 패션 브랜드의 장점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활용한 마케팅 비용 절감 효과를 꼽았다. 한 패션업체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만든 브랜드를 홍보하려면 광고 모델 섭외, SNS 홍보 등에 드는 홍보비가 엄청나다. 하지만 해외 유명 브랜드는 이미 인지도가 높고 우호적인 이미지가 있어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국의 패션업계가 디자인 역량, 아이디어, 브랜드 힘이 부족해 ‘라이선스 패션’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K-라이선스 패션은 소비자에게 친숙하면서도 이색적인 느낌을 준다.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MZ세대들을 겨냥해 글로벌 브랜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은 계속될 거로 본다”고 설명했다.

글 시시비비 귤
시시비비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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