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보다 다양한 분야 넘나들어야 진짜 인재”
신준기 EY한영 경영지원 본부장
외국계 기업 신입 입사는 인턴 활용해야
회계법인도 STEM 인재 채용에 관심
“당신이 해적선 선장인데 금괴를 발견했다. 해적 절반 이상이 지지하는 금 배분 방안을 내놓지 않으면 당신은 죽는다. 어떤 방안을 내놓을 것인가.”
구글 면접 질문 /사진 jtbc 캡처
인터넷에 널리 알려진 구글 면접 질문이다. 이 문제를 보면 어려운 수학문제를 기발한 아이디어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구글러’(구글 직원)의 자격처럼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문제들을 접하며 외국계 기업의 꿈을 접는다. 하지만 실제 구글 코리아 면접은 물론 구글 본사 면접에서도 이런 질문은 나오지 않는다. 상황을 주고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묻거나 과거 경력 중 주요 사건의 판단 기준을 묻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자유로운 기업문화와 높은 보상, 그리고 무한한 성장가능성. 외국계 기업을 생각할 때 쉽게 떠올리는 이미지다. 그런 곳에서 일하는 직원이라면 영어를 원어민처럼 하고, 적극적인 성격이어야 할 것 같다. 또 한 분야에서는 천재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업적을 쌓거나 능력을 갖춰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주변에서 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외국계 기업이 선호한다고 생각하는 인재상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도 자주 볼 수 있다.
신준기 EY한영 경영지원본부장 /사진 jobsN
외국계 기업 취업 노하우를 듣기 위해 20년 가까이 외국계 기업 인사부서에서 근무한 EY한영 신준기(46) 탤런트 리더(경영지원본부장)를 만났다. 신본부장은 2005년에 EY한영에 합류했다. EY한영은 세계적인 회계·컨설팅 기업 EY의 한국 회원사다. 그는 1500개 외국계 기업 인사임원들의 모임인 HR리더스클럽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오랜 시간 외국계 기업 인사담당자로 일했다. 인재를 생각하는 개인적인 철학이 궁금하다.
“외국계 기업 인사 책임자라 구글러나 IBMer 같은 말을 꺼내야 할 것 같지만 동양 고전으로 말하겠다. 논어 위정편을 보면 ‘군자불기’(君子不器)라는 말이 있다. 군자는 그릇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릇은 쓰임새가 정해져 있다. 하나의 학문, 한 가지 분야만 고집하지 말고 다양한 다른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이 말은 오늘날 통섭이나 컨버전스형 인재라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자신의 전문분야만 고집하지 말고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 수 있어야 진정한 인재라고 할 수 있다.”
-외국계 기업에 입사하는 방법은 국내 기업과 많이 다른가.
“신입사원을 주로 공개채용을 통해 선발하는 국내 기업과 달리 대다수 외국계 기업에서는 결원이 생기거나 새로운 업무가 생기면 충원을 하는 형태로 채용을 한다. EY한영이나 IBM 등 소수 기업만 신입사원 공채를 병행한다.
신입사원으로 입사를 하려면 인턴십을 활용하는 걸 추천한다. 외국계 기업에서 신입으로 입사해 근무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인턴을 했다. 단순 업무는 아웃소싱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도 업무성과가 뛰어난 사람을 발탁해 채용하는 경우가 많다. 두 경우 모두 회사에서 일한 경험이 있어 업무를 잘 아는 사람을 뽑는 것이라 기업 입장에서는 채용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다.
소수 신입사원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경력 채용이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외국계 기업의 고용도 활발하지는 않지만 전문영역을 갖고 있는 경력자에 대한 수요는 여전하다. 자기 전문영역이 확실한 사람은 지금도 몸값을 높이면서 이직하는 일이 잦다.”
신준기 본부장
-경력사원 채용 시 전문성 말고 특별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있나.
“외부의 평가도 중요하지만 내부 추천도 상당히 중요한 요소다. 추천을 통한 채용은 여러가지 점에서 이점이 있다. 우선 추천하는 사람이 회사에 애정이 얼마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회사에 불만이 많고 곧 그만 둘 사람이라면 자기가 아는 사람에게 자기 회사로 오라고 추천할 리가 없다. 또 회사 분위기에 잘 어울릴 수 있고 업무 능력도 적합한 사람을 추천할 거다. 때문에 외국계 기업에 관심 있다면 평소 그 회사 직원의 내부 추천을 받을 수 있도록 개인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희망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 등을 미리 파악하는 게 좋다.
회사 입장에서 보면 재무적인 이점이 있다. 헤드헌터를 통해 채용을 진행하면 채용할 사람 연봉의 20~30%가 비용으로 나간다. 연봉이 1억원이라면 2000만~3000만원 정도가 드는 셈이다. 내부 추천 포상금은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1~2%(100만~200만원) 정도다.”
-대학생들이 외국계 기업 입사를 준비하려면 어떤 자질을 갖춰야 할까.
“우선 1~2학년 때는 자기 자신을 아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전공을 통해 자신이 전문분야에서 어느 정도 성장할 수 있을지 성장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 성장 가능성이 밝지 않다면 대안으로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동아리나 봉사활동과 같이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하면서 자신의 역량을 시험해보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면서 자기 네트워크를 넓혀간다면 일차적인 준비를 시작한 것이라 할 수 있다.
3~4학년이라면 자신의 역량을 회사가 요구하는 기준에 맞춰 구체화해야 하는 시기다. 자신이 갖춘 역량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인턴십 등 기회가 생긴다면 기업이나 산업 규모를 따지지 말고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게 좋다. 인턴을 하면서 복사만 하지 말고, 간접적일지라도 해당 분야 실무를 경험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노력을 통해 자신의 역량을 성과로 이어지게 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만약 성과로 이어지지 않았다면 실패원인을 분석하고 성장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자신의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해 취업하고 싶은 기업이 요구하는 역량과 문화를 파악하고 준비하는 것도 필요하다.
대다수 외국계 기업에서는 회사의 발전뿐 아니라 개인의 발전에도 관심이 있다. 기업에 들어와 자신이 어떻게 성장해 갈 수 있을지 경력발전계획(CDP·Career Developmnent Plan)을 세우고 이를 어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오래 전에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은 한국기업과 다를 바 없다는 이야기도 많다. 실제 분위기는 어떤가.
“외국계 기업의 문화에는 근간이 있다. 기본적인 가치와 원칙은 대부분 지킨다고 본다. 수평적인 조직문화나 수직적인 피라미드 조직이 아니라 기능적인 매트릭스 조직구조, 다양성과 포용성(D&I·Diversity and Inclusiveness) 등이 대다수 외국계 기업이 가지고 있는 기본 가치다. EY도 D&I에 매우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한국기업과 똑같다는 소리를 듣는 일부 외국계 기업이 있다면 기업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최고경영진의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처음 외국계 기업이 한국에 들어오면 법인장이 대부분 외국인인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한국인 경영자들이 많다. 회사의 기본 가치를 실행하는 방향이나 방법이 외국인 CEO와 다르다. 그런 측면에서 외국계 기업의 문화도 한국적으로 변했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신준기 본부장
-외국계 기업이 바라는 일반적인 인재상이 있을까.
“기업이 바라는 인재상은 어느 기업이나 비슷하다. 전문성을 갖춘 인재는 당연히 중요한 사람이지만 그것이 한가지만 잘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스마트폰이 진짜 스마트해지려면 다양한 앱을 설치해서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 앱을 잘 만들려면 프로그래밍만 잘해서는 곤란하다. 여행앱을 만들려면 다양한 여행정보를 알아야 한다. 여기에는 맛집, 관광지, 숙박업소 정보를 포함할 수 있다. 또 여행자의 취향을 파악해 원하는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다양성과 포용성이라는 가치가 중요하다. 전문적인 자질을 갖추고 있는 것은 물론 폭넓은 지식을 수용할 수 있는 사람이 중요하다. 회사 차원으로 보면 한 전문가가 다른 분야의 전문가와 융복합적인 업무를 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이제는 한 분야만 잘해서는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 EY한영도 회계감사, 세무, M&A, 컨설팅을 하고 있지만 단일 서비스로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없다. 서로 다른 영역의 업무를 하는 사람과 팀을 이뤄 업무를 진행해야 하는 요즘 포용성을 기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018년 신입 컨설턴트 공개채용에서 이공계열 우대를 밝힌 EY한영 /사진 EY한영 제공
-실제 채용에서도 D&I 측면을 반영하는가.
“지금 EY한영 채용에서 한국 공인회계사 자격증 취득자 비중은 50% 미만이다. 한국 회계사 중에서도 경영학이나 세무학 등 관련 분야 전공자가 아닌 STEM(과학·통계학·공학·수학) 전공자 비중이 30% 정도다. 비회계사 중에서도 STEM 전공자가 많다. 이것은 모든 산업에서 디지털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채용을 할 때도 STEM 전공자를 우대한다.
이렇게 다양한 인재들이 EY한영이 거둔 성과를 만들었다. EY한영은 5년 연속 10% 이상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EY한영은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K뱅크와 카카오뱅크 같은 인터넷은행 컨설팅 등 디지털 분야 컨설팅에서도 두각을 보이고 있다.
한국IBM은 여성인재 육성에 적극적인 기업이다. 채용과정에서 여성이라고 유리한 점은 없지만, 성장 측면에서 여성이 기회를 잃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양성을 중시하는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외국계 IT전문기업이라고 남성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한국IBM에는 최고기술책임자(CTO)를 포함해 여성 임원 비율이 41%에 달한다."
글 CCBB CBC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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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도 외국계 나름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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