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尿素水) 대란
화물 종사자 생계 위협당하는데
중고거래 플랫폼서 폭리 취하는 이들
한쪽에선 무료나눔·기부 이어져

요소수 품귀 사태로 물류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요소수는 디젤 연료를 쓰는 차량의 필수품입니다. 디젤 차는 질소와 산소가 결합된 화합물 질소산화물을 배출하는데, 이 질소산화물은 미세먼지를 유발하고 토양을 오염시킵니다. 그래서 디젤 차량에는 질소산화물을 화학적으로 분해해 오염을 줄이는  SCR(Selective Catalyst Reduction·선택적 촉매 감소 기술)이 탑재되어 있는데요. SCR 시스템에 꼭 필요한 물질이 바로 요소수입니다. 


요소수를 구하기 위해 화학공장 앞에 줄을 선 차들. /MBCNEWS 유튜브 캡처

요소수는 일정 주행거리를 채울 때마다 주기적으로 보충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시동이 걸리지 않거나, 정상적인 주행 속도를 내지 못합니다. 디젤 승용차는 요소수 부족 사태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습니다. 1만5000km에서 2만km를 달릴 때마다 요소수를 채우면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배기량이 큰 화물차나 버스는 300~400km를 달릴 때마다 보충이 필요합니다. 당장 요소수를 구하지 못하면 돈벌이에 문제가 생기는 셈입니다.

우리나라는 요소수 원료인 요소 필요분의 3분의 2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국이 수출 제한 조치를 걸면서 요소수 품귀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화물 종사자의 한숨이 커지는 사이 요소수 재고를 확보한 일부 개인이나 업자가 폭리를 취하면서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남의 불행을 이용해 돈을 버는 게 맞느냐”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중고나라와 당근마켓에 올라온 요소수 폭리 판매 글. /각 플랫폼 캡처

◇“악성 댓글 열심히 달라” 폭리 취하는 이들

최근 중고나라에는 10리터짜리 요소수 한 통을 개당 15만원에 판다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요소수 품귀 사태가 일어나기 전 10리터 요소수 한 통 가격은 1만원대였습니다. 부르는 게 값이 되면서 호가가 10배 이상으로 뛰었습니다. 게시글 작성자는 “폭리행위 신고하실 분은 하라(개인은 법이랑 무관하다)”며 “오히려 싸게 사려다 사기당하는 분도 많다”고 적었습니다. 폭리를 취한다고 지적하는 댓글이 달리자 “악성 댓글 열심히 달아라”, “10개라도 사러 오셔서 면전에서 욕을 하든 (하라)”며 당당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게시글은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퍼지면서 화젯거리가 됐습니다. 누리꾼들은 “일당도 제대로 받기 힘들어진 화물차 운전자들의 피 같은 돈을 그렇게 받아야겠느냐”고 작성자를 나무랐습니다. 요소수 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중고나라·당근마켓 등에서 사기 피해도 급증했습니다.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허위 매물로 사기를 당한 일부 피해자들은 “터무니없이 비싼 값이라도 사기를 치는 사람들보다는 낫다”며 울며 겨자 먹기로 웃돈을 내고 요소수를 구매하고 있습니다.

◇중고거래 플랫폼서 일단 거래 멈췄지만

사기 피해가 느는 등 요소수 품귀 사태로 시장이 불안정해지자 정부는 요소수 불법 유통 단속에 나섰습니다. 11월8일 ‘촉매제(요소수) 및 그 원료인 요소의 매점매석 행위 금지 등에 관한 고시’가 시행됐습니다. 고시 시행 이후 매점매석 행위를 하면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제26조에 따라 3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이날 환경부·산업통상자원부·공정거래위원회·국세청·경찰청·관세청은 정부 합동으로 요소수와 요소에 대한 불법 유통 점검에 나섰습니다. 요소수 제조·수입 업체와 중간 유통업체를 파악해 매점매석 행위 의심 업체를 적발하고 단속할 계획입니다.


당근마켓에 올라온 양심 판매와 무료나눔 글. /당근마켓 캡처

중고나라·번개장터 등 중고거래 플랫폼도 정부 단속 움직임에 동참했습니다. 중고나라는 11월 9일부터 요소수의 개인 간 거래를 일시적으로 제한하기로 했습니다. 운영진은 이 기간 요소수나 관련 상품이 올라오면 게시물을 즉시 지우고, 작성자의 활동을 제한합니다. 번개장터도 요소수 품귀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거래를 일시적으로 막기로 했습니다. 당근마켓은 선의로 요소수를 무료나눔 하는 이용자가 많아 당분간 요소수 수급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입니다. 

◇“누군가의 생계 걸린 일에 돈장난 싫다” 나눔도

불안정한 시장 상황을 악용해 큰돈을 손에 쥐려는 사람도 있지만, 가지고 있던 요소수를 필요한 사람에게 무료로 나눠주는 사람도 많습니다. 당근마켓에는 구입가 그대로 매물을 내놓거나 무료나눔을 알리는 글이 매일 올라옵니다. 한 판매자는 “누군가의 생계가 걸린 일에 돈장난하고 싶지 않다”며 1만5000원에 요소수를 올렸습니다. 그는 “몇 만원 더 벌면 살림살이 나아지느냐”며 폭리를 취하는 이들을 돌려서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경남 김해서부소방서를 찾아 요소수를 놓고 가는 시민. /JTBC News 유튜브 캡처

주유소 업체가 소방차와 응급차에 요소수를 무료나눔 한다는 현수막을 걸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전국 소방차 6784대 가운데 80.5%, 구급차 1675대 중 90%가 요소수를 사용합니다. 정해네트웍스가 운영하는 수도권 주유소 6곳은 최근 ‘소방차, 119구급차 요소수 급하면 그냥 오세요. 생명과 안전이 최우선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걸고 3리터짜리 요소수 120통을 무료나눔 해 누리꾼들에게 칭찬받았습니다. 늦은 밤 소방서를 찾아와 몰래 요소수를 놓고 사라지는 시민들의 발걸음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훈훈한 사연이 잇따라 알려지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힘든 시기를 조금만 버티면 전 국민이 함께 요소수 품귀 사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글 시시비비 영조대왕
시시비비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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