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부터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까지
‘정품’ 구매하면 애프터서비스도 해주는데…

‘오징어의 승리’

중국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유쿠(YOUKU)가 발표한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이다. 어딘가 익숙해 보인다면 착각이 아니다. 전 세계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국내 시리즈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베낀 게 맞기 때문이다. 제목에 오징어가 들어간 것은 물론 포스터에도 오징어 게임의 상징인 세모(△), 네모(□). 동그라미(🌕) 도형이 쓰였다. 딱히 들어갈 자리가 없는 한자임에도 세모, 네모, 동그라미를 욱여넣은 모습이다.

여기에 “참가자들이 유년 시절 게임에 도전해 우승자를 가리는 프로그램”이라는 설명이 함께라 오징어 게임을 베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논란을 접한 넷플릭스 측이 유쿠와 저작권 문제를 협의한 적이 없다고 밝히면서 자국민에게도 뭇매를 맞고 있다.

이에 유쿠는 “공개된 포스터는 폐기했던 초안인데, 직원의 실수로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최종 결정된 새 프로그램 제목은 ‘게임의 승리’다”라고 밝혔다. 새로 공개된 포스터에는 오징어 게임을 연상시키는 세모, 네모, 동그라미가 사라졌다. 새 포스터와 유쿠의 해명에도 비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중국 누리꾼들은 “초안=프로그램 핵심=표절”, “해외에 나가기 부끄럽다. 지금까지 제대로 사과를 하지 않았는데 헛소리를 누가 믿나”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오징어의 승리를 발표하면서 공개한 포스터(왼쪽)와 새롭게 공개된 포스터(오른쪽).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유쿠는 오징어 게임 표절 논란이 채 가시기도 전에 10월20일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 ‘대단한 댄서’의 제작을 발표했다. 이들은 “중국의 첫 여자 댄스 아티스트 오디션 리얼리티”라고 설명했다. 여자 댄서들이 출연하고 서로 경쟁하는 오디션이라는 포맷이 Mnet의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연상케 한다.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자 종영하기도 전에 표절 선언을 한 셈이다. 출연이 확정된 심사위원도 공개됐는데, 이중 한국에서 아이돌 활동을 했던 NCT 텐과 F(x) 전 멤버 송치엔(빅토리아)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중국의 표절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한국에서 조금이라도 인기를 끈 프로그램이 있다면 누구보다 빠르고 비슷하게 베낀다. 2020년 ‘중국 방송사 국내 포맷 표절 의혹 현황’ 분석 결과 KBS 7개, MBC 3개, SBS 10개, JTBC 5개, tvN 6개, Mnet 3개 등 총 34개 프로그램이 ‘베끼기 피해’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의 어떤 프로그램이 중국의 표절로 곤욕을 치렀을까.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연상케 하는 중국 프로그램. /웨이보 캡처

◇유사도 88% 이르는 프로그램

국제 포맷인증및보호협회인 FRAPA(Format Recognition and Protection Associatoion)에서 Mnet의 ‘프로듀스 101’과 표절 유사도 88%가 나온 중국 표절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아이치이의 ‘우상연습생’이다. FRAPA는 독일에 본부를 두고 있고 방송 포맷을 사업으로 인정하고 지적재산권처럼 법으로 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비영리 조직이다.

Mnet의 프로듀스101은 대국민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국내외 50여개 기획사의 여자 연습생 101명이 출연해 경쟁하는 프로그램이다. 인기가 많아 이후 시즌제로 계속 기획, 방영됐다. 중국 동영상 플랫폼 아이치이는 프로듀스101을 표절해 우상연습생을 제작했다. 우상연습생은 대형기획사 연습생 100명을 모아 4개월의 트레이닝과 경쟁을 거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대중 투표를 통해 최종 9명이 데뷔한다.

데뷔 인원이 9명인 것만 빼면 모든 포맷이 프로듀스 101과 유사해 방영 당시 ‘중국판 프로듀스101’이라는 별명을 얻어 Mnet과 공식 판권 계약을 맺은 것처럼 보여지기도 했다. 그러나 정식으로 계약을 맺지 않은 표절 프로그램이었고 Mnet 측에선 “‘중국의 프로듀스 101’, ‘중국판 프듀’ 등의 표현을 자제해 주시길 부탁한다”는 입장문도 발표했다.


프로듀스101을 표절한 우상연습생 포스터(왼쪽)와 프로듀스 101 시즌2 포스터.



우상연습생의 무대(왼쪽)와 프로듀스 101 시즌2 무대(오른쪽). 두 팀다 ‘겟 어글리’로 무대를 꾸몄다. /Mnet, 레전드댓 유튜브 캡처

◇’정품’ 구매하면 애프터서비스도 해주는데…

나영석 PD가 제작한 프로그램도 중국의 방송사 및 플랫폼의 희생양이다. 그중 tvN의 ‘윤식당’과 유사한 프로그램 ‘중찬팅’은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윤식당은 윤여정, 정유미, 신구, 이서진이 인도네시아 발리 인근 섬에서 한국 음식을 판매하는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중찬팅은 이를 그대로 베꼈다. 중국 연예인들이 태국 해변에서 식당을 열어 중국 음식을 판매했다. 프로그램 방영 당시 정유미가 반다나를 머리에 두른 것까지 따라 해 논란이었다. 연예인 세 명이 시골에서 자급자족하는 예능 프로그램 ‘향왕적생활’ 역시 ‘삼시세끼’를 따라 한 느낌이 물씬 난다.

“비싸지 않습니다. ‘정품’을 구매하시면 저희가 디테일한 것까지 알려 드리고, 애프터서비스도 해드립니다.” 중국에서 계속해서 공식적인 판권 계약 없이 무단으로 콘텐츠를 베끼자 나영석 PD가 한 말이다. 나 PD가 중국 표절에 대해서 언급한 지 5년이나 지났지만 지금까지도 중국의 표절은 변함이 없다.


윤식당에 출연한 정유미(왼쪽). 배우 정유미는 윤식당에 출연했을 때 반다나 손수건을 머리에 두른 패션으로 화제가 됐다. 윤식당 시그니쳐 패션으로 자리 잡았다. 이 마저도 따라한 중국 중찬팅. /윤식당 방송화면,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그 전부터 일어난 현상이지만 중국이 급 속도로 ‘표절국’으로 전락하게 된 건 2016년 ‘한한령’ 선포 이후부터다. 한때 중국은 한국 프로그램 판권 수입의 큰 손이었다.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MBC ‘아빠 어디가’ 등은 중국에서 공식 판권 계약을 맺고 정식 중국판을 제작해 반영했다. 그러나 중국이 한한령을 선포하고 나서부터는 대중문화 교류가 끊겼다. 한국 연예인의 TV 출연, 한국 프로그램 방영, 한국 연예인 공연 등이 모두 막혔다. 판권 수입도 금지됐지만 한국 콘텐츠의 인기는 여전했다. 그렇게 중국 제작사는 표절을 택했고 옳지 않은 방법으로 한국 콘텐츠 인기에 무임승차를 한 것이다.

표절 콘텐츠가 판치지만 이를 막을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은 없다고 한다. 업계 관계자는 “어느 때보다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과 영향력이 크다. 콘텐츠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대응 시스템이 마련돼야 하는데, 한국은 아직 그 점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표절은 방송사나 제작사에서 단독으로 대응하기가 어렵다 보니 시도도 해보지 못하고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래의 콘텐츠 산업을 위해서라도 대응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글 시시비비 하늘
시시비비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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