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밥에 나쵸치즈 비벼먹고, 소주엔 생크림케이크 

급식에 오른 곤충 어묵볶음…“진짜 ‘급식 충’ 됐다”

SNS 화제의 ‘괴식’


/인스타그램 캡처

직장인 이승연(29)씨는 요즘 구내 식당을 찾을 때마다 메뉴를 유심히 살펴본다. ‘아이스크림 파스타’, ‘초코 쌀튀김’ 등 기묘한 조합의 음식이 자주 등장하기 때문이다. 아이스크림 파스타는 사실 파스타에 아이스크림 모양의 치즈를 올린 거여서 맛은 기존 파스타와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이름과 비주얼만 보고 지레 겁먹은 이들이 많았다.  

이씨는 “진짜 아이스크림이 들어간 줄 알고 께름칙했다”면서도 “그래도 맛은 궁금했다. 다음에 다시 나오면 도전해 볼 것”이라고 했다. 

사전 정의는 없지만, 흔히 의외의 음식을 조합해서 먹는 것을 ‘괴식’이라고 한다. 괴상한 모양새나 맛 등도 괴식의 조건이 된다. 몇 년 전부터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괴식을 먹는 콘텐츠가 유행하면서 식당, 예능 프로그램, 유통업계 등에서 새로운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유튜브 MBCNEWS

/유튜브 KLAB

/유튜브 KLAB

구내식당에 괴식 메뉴가 등장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초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선 식용 곤충으로 만든 돈가스와 어묵이 급식에 올라와 화제가 됐다. 정확히는 애벌레로 키워낸 동충하초의 분말이 식재료로 쓰였다.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졸업해서 다행이다”, “급식충 급식충 하더니 진짜 ‘급식 충’이 돼버렸네”, “원효대사도 이건 거르겠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유튜브 JTBC Voyage 캡처

/유튜브 JTBC Voyage 캡처


/유튜브 JTBC Voyage 캡처

/MBC ‘나혼자산다’ 방송화면 

/MBC ‘나혼자산다’ 방송화면 

가장 대중적인 괴식 레시피로는 김치·바나나, 콜라·밥, 수박·쌈장, 라면·마요네즈, 아이스크림·참기름 등이 꼽힌다. 괴식을 먹는 사람들의 사연은 각자 다양하다. 집에서 음식을 만들 경우 내공 부족으로 선택의 여지 없이 먹게 되거나 냉장고 잔반 처리를 위해 먹기도 한다. 들끓는 모험심으로 일부러 괴식을 시도하는 사람도 있다.  

서울소재 미술대학에 다니는 박종우(23)씨는 소주에 생크림 케이크를 먹거나 김치찌개에 먹다 남은 후라이드 치킨을 넣어먹는 가벼운 괴식을 즐긴다. 박씨는 “찌개가 끓는 것을 보면 그 맛이 짐작이 된다. 매번 같은 맛은 질리니까 새로운 것을 맛보고 싶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조합을 시도해봤는데 그게 맛이 있으면 대단한 발견을 한 것처럼 쾌감이 든다”고 했다. 

/블라인드

/블라인드


/블라인드

익명의 직장인 커뮤니티에도 본인만의 괴식 레시피를 공유하는 글이 자주 올라온다. ‘괴식 커밍아웃 해보자’라는 글에서 직장인들은 “흰밥에 나쵸딥치즈 비벼서 잘 익은 김치랑 먹먹”, “스팸에 딸기잼 & 배랑 멸치”, “고등학교 3년 내내 모든 반찬과 밥을 동시에 국에 말아먹음 탕수육도 국에 넣고”라며 각자의 취향을 공유했다. 이 가운데 “짜장면 깻잎에 싸먹음”, “카레소스로 쭈꾸미볶음”, “크림스프에 감자칩” 등은 인기 레시피로 선정되기도 했다. 

영화 ‘기생충’ 속 ‘채끝살 짜파구리’도 처음 알려질 때는 괴식 카테고리에 있었다. 당시엔 라면과 짜장라면의 조합도 낯선데 비싼 소고기까지 곁들여 먹는 것이 기이하게 여겨졌다. 하지만 영화 흥행과 함께 유튜버들이 리뷰 영상을 연달아 올리면서 화제의 메뉴가 됐다.

/농심 켈로그

/팔도

/GS25

/BBQ

괴식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면서 유통업계에서도 이색 제품을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 농심 켈로그는 지난 10월 팥과 마시멜로로 만든 시리얼을 선보였고, 팔도는 라임향 컵라면을 출시했다. 편의점 gs25는 소다향 호빵을 신제품으로 내놨다. 또 치킨 프랜차이즈인 제너시스BBQ는 금기로 치부되던 ‘검정색’을 전면에 내세우며 ‘까먹치킨’을 판매했다. 누리꾼들은 ‘현무암’이나 ‘숯’이 떠오른다고 비주얼 평가를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온라인 커뮤니티


/온라인 커뮤니티

이밖에도 민트초코치킨과 고추장 프라이가 괴식 열전에 올랐다. 이에 누리꾼들은 “이런 괴식은 누가 승인해주는거냐”, “선 넘네”라는 댓글을 남겼다. 민트초코치킨을 판매한 치킨집 사장은 배달의민족 음식 설명란에 “SNS 유튜브 촬영용”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만들 때 민트 냄새에 헛구역질이 올라온다”며 “진짜 먹고 싶으면 전화 달라. 가격 협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식품·유통업계가 이런 제품을 내놓는 것은 판매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마케팅 전략에 가깝다. 한 음식칼럼니스트는 괴식 인기 요인에 대해 “우리가 육개장에는 원래 밥을 말아 먹었다. 그것을 전통으로 여겼는데 어느 식당에서 밥 대신 국수를 만들어서 팔았다. 그런데 그게 히트를 쳤다”고 했다. 그러면서 “변형을 시키는 게 완성도가 더 나아진다는 보장은 없지만 의외성에서 재미를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음식도 문화라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글 시시비비 이은
시시비비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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