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만 있으면 접속할 수 있는 가상 사무실. 그 안엔 화분도 있고 소파나 빈 회의실도 있다. 출근 시간에 맞춰 자기 책상에 아바타를 앉히면 근무 시작이다. 아바타를 움직여 동료 직원 아바타에게 다가가면 자동으로 동료의 마이크와 카메라가 켜지면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요즘 기업들이 ‘메타버스’(Metaverse·가상세계)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메타버스는 아바타를 이용해 업무·소비·소통·놀이 등을 하는 가상세계를 의미한다.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은 기업들은 업무뿐 아니라 사내 교육과 친목 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메타버스로 진행하고 있다. 함께 랜선 여행을 하거나 강의를 듣거나 미니 게임을 즐기는 거다. 출근 복장도 자유롭다. 직원들은 검은 드레스를 입거나 초록색 츄리닝을 입고 나타난다. 물론 실제 직원이 아닌 메타버스 속 책상에 앉는 아바타 이야기다. 

메타버스를 구현한 사무실. /에듀윌

종합교육기업 에듀윌은 최근 신입사원 교육을 메타버스에서 했다. 올해 신입사원을 비롯해 사내 임직원 교육 프로그램도 메타버스를 도입하기로 했다.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타운’에서다. 에듀윌 가상 사무실에선 강연이나 자기계발 프로그램이 열린다. 2021년 10월 ‘나의 노하우 남기기’를 주제로 진행된 교육에선 과제 수행과 함께 선배와의 미팅 시간이 마련됐다. 신입사원들은 평소 궁금했던 것들을 자유롭게 질문하고, 업무 노하우와 회사 생활 팁을 얻었다. 본인 아바타로 입장해 화상 연결, 화면 공유 등의 기능을 활용하는 동안 실제 대면 교육과 같은 현장감과 재미가 있었다는 후기가 전해진다. 

에듀윌 사내교육에 참여한 김다솜씨는 “처음엔 생소했지만, 가상 교육장에서 나만의 캐릭터를 직접 만드는 것이 마치 게임을 하는 것 같았다”며 “직접 보지 못해 아쉬웠던 동기들을 캐릭터로 만나니 더 재미있게 교육에 참여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메타버스에서 교육을 진행하니 더 창의적이고 재밌는 아이디어와 의견들이 샘솟는 것 같았다”며 “이제는 메타버스 교육 시간이 기다려진다”고 덧붙였다.


메타버스를 활용한 롯데건설의 채용설명회. /롯데건설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한 넷마블 채용 박람회. /넷마블

기업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하는 사례는 다양하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신입사원 정기 공개채용에서 메타버스를 이용해 일대일 직무상담을 열었다. LG그룹과 롯데건설은 채용설명회와 신입사원 교육을 메타버스로 했다. 넷마블은 게더타운에서 온라인 채용 박람회 ‘넷마블 타운’을 열었고,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하반기 채용전환형 인턴 모집 과정에서 게더타운을 활용해 실시간 상담부스를 운영했다. 


네이버 신입 사원들이 가상 사옥 투어를 하는 모습. /네이버

네이버 신입 사원들이 가상 사옥 투어를 하는 모습. /네이버


롯데건설 신입 사원들의 미니 운동회. /롯데건설
공간 제약이 없기 때문에 메타버스에선 오프라인보다 더 다양한 활동이 이뤄진다. 이를테면 팀 대항 스키점프 대회가 열리기도 한다. 네이버는 자사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에서 스키점프 대회를 열고 팀원간 친목 활동을 독려했다. 롯데건설은 친밀한 조직 문화를 위해 랜선 여행과 운동회, 미니게임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열었다. 특히 전세계에서 인기를 끌었던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에 나오는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메타버스 공간을 별도로 구현하기도 했다.

일반 기업뿐 아니라 공공기관이나 군, 방산업계 등도 메타버스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서울시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자체 구축해 가상 종합민원실을 만들 계획이다. 시청 민원실을 찾아야만 처리할 수 있었던 민원·상담을 메타버스 공간에서 아바타 공무원을 통해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육군은 메타버스에서 장병 훈련 체계를 만들 예정이다. 병사들의 실기동 훈련이나 작전 참모들의 지휘 연습 등을 가상현실(VR) 속에서 구현할 계획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도 메타버스 기술을 접목해 다수의 인원이 교전하는 모의 비행조종 훈련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사람이 다치거나 실수로 제품이 고장날 위험이 없다는 점이 메타버스를 활용하는 최대 장점이다.


병사들이 ‘기어VR’을 착용하고 가상의 전장 환경을 체감하며 훈련하는 이미지. /삼성전자


가상 이미지로 구현된 도시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메타버스는 시∙공간과 인원 제한이 없다. 여기에 대규모 인원이 한데 모이기 어려운 상황과 비대면 소통을 선호하는 트렌드가 메타버스 도입 시점을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 향후 주류가 될 MZ세대(1980~2000년대)가 디지털에 친근한 세대인 만큼, 메타버스는 앞으로도 다양한 산업군에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 CCBB 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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