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이란 직함을 떠올리면 으레 나이 좀 있는 아저씨나 아주머니가 떠오르지만 최근에는 젊다 못해 ‘어린’ 사장들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태어나길 금수저로 태어나 별다른 노력 없이 일찌감치 부모가 차려 준 매장을 운영하는 자영업 사장도 있지만, 요즘 ‘어린’ 사장이 주목을 받는 것은 본인 스스로 개척한 경우가 많아서다. 아이디어 하나를 믿고 맨손으로 창업에 나선 10대 사장들을 만나보자.

곤충 맞춤식 사료 ‘라바푸드’, 칠명바이오 공희준 대표./ 칠명바이오

맞춤형 곤충 사료를 만들어 억대 매출을 올리고 있는 ‘칠명바이오’의 공희준 대표도 학창 시절 일찌감치 사업 전선에 나선 케이스다. 공 대표는 완주고 1학년 재학 시절 회사를 세웠다. 주력 제품은 곤충 사료 ‘라바 푸드’와 이를 활용한 반려동물 영양제 ‘아프지말개’ 등이다. 

그가 개발한 곤충 사료는 처음부터 사업화를 목적으로 만든 게 아니었다. 키우던 곤충에게 줄 목적으로 개발한 사료였다. 근데 이 사료가 중소벤처기업부가 주최한 창업경진대회인 ‘도전 K-스타트업 2018’에서 장관상을 받으면서 사업성이 증명되자, 이를 계기로 사업화에 나선 것이다. 당시 그가 개발한 사료는 잎새버섯 재배 후 버려지는 찌꺼기를 활용해 만든 친환경 사료였다. 

공 대표는 이 대회에서 받은 상금 1억원으로 설비를 마련해 생산에 돌입했다. 고등학생 사장이었지만 생산부터 경영, 직원관리까지 두루 신경을 써가며 회사를 꾸려나갔다. 칠명바이오는 2021년초 12억원의 기업 가치를 평가받아 6000만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성과를 거뒀다.


러블리마켓 최재원 디렉터./ 플리팝

플리팝 공동창업자 최재원 디렉터는 중학교 시절부터 사업에 뛰어들었다. 플리팝은 옷과 액세서리 등 패션 제품을 판매하는 ‘러블리마켓’의 운영사다. 러블리마켓은 ‘러덕(러블리마켓 덕후)’이라는 소비자 애칭까지 있을 정도로 10대에선 팬덤이 두텁다. 

최 디렉터는 중3 때 10대를 타겟으로 한 온라인 쇼핑몰 가온해를 창업하며 일찌감치 사업에 나섰다. 그는 직접 쇼핑몰을 만들어 시장에서 떼온 구제 옷을 팔았고, 이 쇼핑몰은 하루 매출이 1000만~2000만원에 달할 정도로 잘 됐다. 

고3 때부터는 홍대에서 10대 셀러 네 팀을 모아 패션 제품을 판매하는 오프라인 마켓인 러블리마켓을 열었다. 작은 카페에서 진행한 이 행사는 2000여명이 줄을 서 옷을 사갈 정도로 인기였다. 러블리마켓의 가능성을 확인한 그는 2년간 마켓을 기획해 운영했다. 방문자 수는 1만명까지 늘었다. 


서울 동대문 DDP에서 열린 오프라인 러블리마켓에 모인 10대들./ 플리팝

사업이 커지는 과정에서 동업자를 만나 러블리마켓 운영을 기획하는 플리팝 법인을 함께 설립했다. 코로나가 터진 이후에는 온라인으로 무대를 옮겼다. 판매처를 바꾼 후에도 한 번 행사에 10만명이 몰렸고 이 과정에서 7억7000여만원의 거래가 이뤄지기도 했다.



쥬카루나의 수제 네일 팁./ 쥬카루나

수제 네일 팁을 판매하는 고등학생 사장도 있다. 고교 2학년생이자 쥬카루나 대표 손지우양이다. 손 대표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취미로 네일아트를 했다. 사업 시작 전까지는 미대 지망생이었다. 하지만 슬럼프에 말 못할 사정까지 겹치면서 미대 입시를 포기했고, 진로를 잃고 방황하다 평소 칭찬을 많이 들었던 네일아트 업계에 뛰어들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조금씩 팔던 손 대표의 수제 네일 팁은 입소문이 나면서 더 이상 혼자 하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방과 후부터 새벽 두시까지 꼬박 일을 해야 할 정도로 일이 늘면서 포장, 배송 등을 도와줄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했다. 그의 수제 네일 팁은 한정 수량에 선착순으로 주문을 받기 때문에 주문 날에는 대기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여수 샘나당에서 판매 중인 제품들. 맨 오른쪽 사진이 딸기 프레지에 케이크. /샘나당

전남 여수의 ‘샘나당’은 중∙고교를 모두 중퇴한 사촌자매 3명이 의기투합해 차린 디저트 카페다. 중 1시절 학교를 그만둔 백샘희(19)씨가 마카롱을 배우면서 중2, 고2 때 자퇴해 홈스쿨링 중이었던 사촌 백예원(18), 백예린(20)씨에게 동업 제안을 해 2019년 강원도 철원에서 첫 가게를 연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셋이 함께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철원에서 마카롱 가게를 열기 위해 마카롱 만들기를 연습 중인 백샘희씨(왼쪽 사진)와 철원에서 오픈한 마카롱 가게에서 마카롱을 만들고 있는 백샘희씨와 백예원씨. /샘나당

한창 책과 씨름할 학교를 나와 마카롱과 쿠키, 케이크를 구우면서 10대 사장들은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무엇을 할 수 있고, 또 잘하는지를 매일 증명하고 확인하며 성장해왔다. 더불어 아기자기하고 앙증맞은 디자인과 맛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여수 샘나당 카페 역시 직영점을 낼 준비를 할 정도로 성장했다.


샘나당 카페를 꾸려나가고 있는 세 사람. 왼쪽부터 백예린씨, 백예원씨, 백샘희씨./샘나당

백예린씨는 “창업을 통해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조금씩 늘어나면서 창업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나이와 상관없이, 사람들의 기준이나 조건에 꼭 들어맞지 않더라도 최대한 준비를 해서 도전해 보는 걸 추천한다”고 말했다. 

해외에도 어린 나이에 창업해 성공한 CEO들이 많다. 맞춤형 조립 PC로 유명한 델 컴퓨터의 창업주 마이클 델도 19살에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1000달러로 시작해 10년 만에 300억 달러짜리 회사로 키워냈다. 그는 컴퓨터를 판매하기 전인 12살 때엔 우표 중개 판매로 2000달러를 벌었다.


잼 레시피를 알려준 할머니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는 프레이저 도허티(왼쪽 사진)와 마이이어북닷컴 창업자 캐서린 쿡./ 프레이저 도허티, 캐서린 쿡

수제 맥주, 오트밀 등 먹거리 사업으로 100억원대 자산을 쌓은 영국의 젊은 사업가 프레이저 도허티 역시 16살에 100% 천연 과일잼 ‘슈퍼잼’을 만들어 판 것을 계기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고등학생을 위한 맞춤형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 ‘마이이어북닷컴’을 만들어 1억 달러에 회사를 매각한 캐서린 쿡도 14살에 오빠와 함께 새로운 도시로 이사해 그 학교 친구들과 빠르게 친해질 방법을 찾다가 영감을 얻어 사업을 시작했다. 마이이어북은 오픈 6년 만에 사이트 이용자 수가 3200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캐서린 쿡은 “젊을 때 사업을 시작하는 게 좋다”며 “실패를 하더라도 도전 자체가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글 시시비비 포도당
시시비비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