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속 높아진 욕실의 위상

욕실서 즐기는 바캉스, 바스케이션 




욕실이 휴식의 공간으로 탈바꿈하면서 바스케이션(bath+vacation)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픽사베이

직장인 구한영(가명·36)씨는 코로나19 이후 특별히 늘어난 소비 품목이 있다. 하나에 1만5000~2만원씩 하는 입욕제다. 반신욕 한 번이면 거품과 함께 사라지지만 매일 저녁 입욕제를 풀고 욕조에 들어가는 일을 거르지 않는다. 구씨는 “저녁 약속이 줄고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나만의 휴식 방법을 찾게 됐다”며 “과거 욕실이 씻는 곳에 그쳤다면, 이제는 휴식 장소로 느껴진다”고 했다. 

코로나 이후 한국인의 욕실 문화가 바뀌고 있다. 개인 위생을 위한 공간을 넘어 재충전을 위한 휴식 장소로 탈바꿈하고 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인테리어 업체가 호황이란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졌는데, 그 중 욕실만 따로 리모델링 하는 게 대세라고 한다. 

집 전체를 리모델링하면 비용도 많이 들지만 짐을 따로 옮기고 거쳐도 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이때문에 욕실만 호텔처럼 리모델링 해 공사 기간을 줄이고 만족도를 높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내 한 인테리어 업체는 욕실 공사 예약이 작년에 비해 2~3배 증가했다.

홈쇼핑에서도 욕실 인테리어 상품을 팔기 시작했다. 홈쇼핑으로 예약할 수 있는 국내 대표 가구업체 H사의 욕실 시공 상품은 300만원선. 기존 화장실 타일 위에 판넬을 덧대 시공하는 방식이라 하루 만에 시공을 마칠 수 있다. 


욕실만 리모델링해 호텔처럼 꾸미는 가구가 늘고 있다. /

민재영(32)씨 역시 이번에 500만원을 들여 욕실 공사를 했다. 샤워부스를 뜯고 욕조를 설치했다. 욕조 옆면까지 타일로 붙여 시공하는 ‘조적 욕조’를 택하고 수도꼭지는 매립형으로 했다. 변기 모양도 유행이 있어, 요즘 많이 한다는 ‘원피스 변기(변기 하부와 물탱크가 일체형으로 나온 모양)’를 골랐다.  

민씨는 “호캉스(호텔+바캉스)도 이제 지겨워져서 집에서 편히 쉬고 싶어 욕실부터 호텔처럼 뜯어고쳐 봤다”며 “특히 공중 목욕탕에 가지 못하는 날이 길어져 답답했는데 욕조를 들이고 나서 씻는 시간이 즐거워졌다”고 했다. 

구씨나 민씨처럼 욕실에서의 즐기는 휴식을 뜻하는 ‘바스케이션(bath+vacation)’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욕실 용품을 바꿔 ‘작은 사치’를 부리는 것도 바스케이션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이다. 

도자기 용기에 샴푸나 바디워시를 리필해 쓰는가 하면, 호텔에서 쓰는 도톰한 면수건을 접지 않고 돌돌 말아 보관한다. 혈액 순환에 좋다는 ‘온 몸 빗질’을 하기 위해 바디 브러시를 마련하고, 샤워 가운을 욕실 벽면에 걸어놓고 씻은 후 입어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한다.

한 인테리어 업체 관계자는 “개인 위생이 중요해지면서 고객들이 예전보다 욕실 환경을 더 신경쓴다”며 “순백색 욕실보다 요즘엔 욕실 벽면도 색깔을 넣어 개성있게 꾸미길 선호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글 시시비비 와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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