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보존 기업 ‘크리오아시아’ 한형태 대표

불치병으로 죽음을 앞둔 인간을 영하 수백도 조건에서 얼린다. 몇십년이 지나고 그를 해동한다. 발전된 의학기술로 불치병을 치료한다. 공상 소설이나 영화에서나 있을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냉동인간이 존재한다. 심지어 대한민국에서도.

현재 세계 곳곳에 잠든 냉동인간은 600여명. 이 중엔 냉동인간 개념을 처음 세상에 알린 로버트 에틴거, 디즈니 창시자 월트 디즈니,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선수 테드 윌리엄스 등 이름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인물도 있다. 

아직까지 깨어난 이는 없다. 그래도 냉동인간에 관심을 갖는 이들은 해마다 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년 사이 냉동인간 두 명이 탄생했다. 최근에도 한 남성이 찾아와 직접 본인의 사후 냉동 보존을 의뢰했다. 

“미래 과학 기술이 발전했을 때 되살릴 수 있지 않을까, 부활에 대한 가능성을 믿기 때문이죠.”

우리나라 유일한 냉동인간 보존 기업인 ‘크리오아시아’ 한형태(37) 대표는 냉동인간을 선택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한 대표는 크리오아시아에서 냉동인간 사업과 반려동물 체세포 보관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어떤 계기로 이 사업에 뛰어들었을까. 냉동보존술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보관 기간은 얼마나 되는지 들어봤다. 


크리오아시아 한형태 대표. /jobsN

-냉동인간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우연한 계기였어요. 원래는 바이오사업을 추진했었는데 그때 지금의 크리오아시아 CTO(최고기술책임자)인 김시윤 건국대 의학전문대 교수를 만났어요. 당시 김 교수는 러시아와 함께 의학 기술을 연구하고 있었어요. 러시아 환자의 큰 수술을 앞두고 있었죠. 저는 환자 측 매니저와 빈번하게 얘기를 나눴는데 대화 도중 냉동보존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어요. 러시아에 전문 업체가 있지 않느냐 물었더니 공교롭게도 그 매니저가 그 회사에서 일한 적이 있다고 했죠. 그러면서 러시아 냉동보존업체 대표를 소개받았고, 한국에 파트너사인 크리오아시아를 세우게 됐어요.”

-우리나라에도 냉동인간이 있다고요. 

“2020년 초, 60대 초반의 남성이 혈액암으로 돌아가신 80대 어머니를 냉동보존 의뢰한 게 국내 첫 번째 냉동보존 사례입니다. 현재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 냉동보존실에 모시고 있습니다. 올해 8월엔 담도암으로 항암 치료를 받다가 숨을 거둔 아내를 남편과 아들 부자가 함께 의뢰해 냉동 보존 작업을 했어요. 아들이 인터넷 항암 카페를 운영하면서 해외 신약이나 치료 사례를 모조리 조사할 정도로 모친의 암 치료에 적극적이었어요. 병이 너무 깊어져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이 오자 저희를 찾은 거죠. 3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고부터 사전 준비 작업에 들어가 의사가 사망선고 한 당일 바로 냉동보존에 들어갔어요.

최근엔 20대 남성이 직접 찾아와 본인의 사후 냉동보존을 의뢰했어요.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으로 굉장히 힘들어 하셨는데, 내일 당장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며 계약서를 쓰고 가셨죠.”

-해마다 몇 건 정도 의뢰가 들어오나요? 기억에 남는 상담 사례가 있다면요? 

“해마다 10건 정도 상담 신청이 들어오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상담 사례는 제주도 모 학교 기숙사에서 숨진 채 발견된 학생 사건이에요. 수면제 과다 복용에 따른 사망이 의심되는 상황이었죠. 갑작스러운 죽음에 유가족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냉동 보존을 원했지만, 이미 검찰측 부검 영장이 발부된 상황이라 진행이 어려웠어요. 부검을 거부하고 냉동 보존을 진행하면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거든요. 결국 유가족들은 부검을 진행했습니다.”

국내 2호 냉동보존술 과정. /크리오아시아 제공

국내 2호 냉동보존술 과정. /크리오아시아 제공

국내 1호 냉동인간 러시아 송치 과정. /크리오아시아 제공

-냉동인간 작업 절차가 궁금해요.

“우선 사망 선고가 반드시 동반돼야 해요. 우리나라에선 심장과 폐가 멈추는 시점을 기준으로 의사가 사망 선고를 내립니다. 이때 심장과 폐는 멈춰도 뇌 같은 장기는 한동안 살아있어요.  의사가 사망 선고를 내리자마자 최대한 빨리 냉동보존술을 하는 게 중요해요. 

시신을 그대로 얼리면 체액이 얼면서 내부에서 뾰족한 결정이 생겨요. 이 결정이 세포를 찔러 파괴할 위험이 있죠. 그래서 체액을 모두 빼내고 동결 보존액(얼었을 때 결정을 막아주는 물질)을 채워넣어야 해요. 이걸 혈액 치환 작업이라고 합니다. 이 과정이 끝나면 영하 196도의 액체질소로 가득 찬 냉동보존관으로 옮겨요.”

냉동 보관 챔버(용기). /크리오아시아 제공

냉동 보관 챔버(용기). /크리오아시아 제공

-냉동 인간 비용과 보존 기간이 궁금해요. 또 계약 기간이 지나면  어떻게 되나요? 

“러시아로 이송할 경우 사전 준비와 치환 작업, 운송료, 보존 비용을 포함해 1억2000만원 정도 들어요. 만약 국내에서 보존할 경우 1억8000만원 정도 듭니다. 러시아에서 보관하는 비용이 더 싼 이유는 물가가 낮은 데다 이미 완성된 시설이 여러 곳 있어 상대적으로 보관하기 쉬워서죠. 러시아와 미국 업체는 각각 100년, 50년 단위로 계약합니다. 국내에선 10년 단위로 계약하고요. 계약 기간이 만료됐는데 연락 가능한 가족이 없을 경우 2년 정도 유예 기간을 두고, 이후 조치가 없으면 장례식 절차를 밟습니다.”

-냉동인간이 부활에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은 뭐가 있을까요?

“암을 정복할 수 있고, 해동 기술이 확보되면 가능할거라 생각해요. 현재 저희 회사 CTO인 김시윤 교수가 장기를 얼렸다가 해동해서 원래 기능대로 움직이는 연구를 하고 있어요. 미국 미네소타 대학과 합작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아직은 조직 수준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향후 장기 해동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어요.”

-기술적으로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도 냉동인간을 추진하는 이유는 뭐죠? 죽음과 이별을 회피한다는 시각도 있는데. 

“현재로선 과학 기술의 한계가 여기까지니까요. 냉동 보존을 의뢰할 때 많이 하는 얘기 중 하나가 ‘과학 기술 발전에 한 가닥 기대를 걸어본다’는 거예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는 가족을 놓지 못하는 남은 이들의 심정은 참담할 수 밖에 없죠. 냉동 인간 관련 기사 댓글을 보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이렇게까지 해서 살아야 하냐’는 거예요. 하지만 암에 걸려서 시한부 삶을 살게 됐다고 하면 그 사람의 선택을 그렇게 쉽게 말 할 수 없을 겁니다. 저희에게 상담 요청을 하는 분들은 대부분 암에 걸렸거나 갑작스러운 사고로 가족을 잃은 분들이에요. 

냉동인간은 본인 판단이고, 개인의 선택이라 생각해요. 심지어 죽겠다가 아니라 살아보겠다는 거잖아요. 냉동인간은 영생보다 생명을 연장하는 거라 생각해요. 잠들어 있다가 깨어나 한 번쯤 미래 세상을 보고 싶을 수 있잖아요.”

-먼 미래에 깨어났을 때 가족이나 지인 한 명 없이 살아가는 삶도 우려가 되는데요.

“그런 경우에 대비해 재활 프로그램이나 관련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외국에선 뇌 같은 특정 장기만 냉동하는 경우도 있다고요. 

“외국은 머리만 절단해 보관하거나 뇌만 꺼내 보관하는 경우가 있어요. 뇌만 냉동보존 할 경우 혈액 치환을 빨리 할 수 있어서 세포 파괴가 최소화 된다는 장점이 있죠. 외국에선 포스트 휴머니즘(첨단 기술을 통해 인간의 신체를 변형하는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의식이 담긴 뇌만 제 기능을 하면 몸은 사이버 로봇 형태로 돼도 상관이  없다고 말하죠.”

-국내에선 냉동장을 제3의 장례로 여기기도 한다고요.  

“매장이나 화장처럼 냉동장을 제 3의 장례 문화로 받아들이는 거죠. 냉동보존은 고인의 모습을 부패나 훼손없이 그대로 보존할 수 있잖아요. 때문에 냉동장도 하나의 선택이 될 수 있죠. 환경·토지 부족 문제로 매장보다 화장을 하는 장례 문화가 생긴건데, 냉동장은 무덤보다 훨씬 작은 공간에 수직 보관할 수 있어서 문제가 되지 않을거라 생각해요.”

-반려동물을 냉동 보존하는 경우도 많다면서요?

“반려동물 냉동보존은 사람보다 많이 이뤄지는 편이에요. 올해에도 냉동보존 문의가 10건 정도 들어왔어요. 특히 반려동물 복제 분야에선 우리나라 기술이 탁월해 외국에서 문의하는 경우도 적지 않고요. 하지만 복제는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체세포 보관을 의뢰하는 분들이 더 많습니다. 체세포를 보관해두면 나중에라도 복제할 수 있거든요. 나중에 반려동물의 존재가 절실하게 느껴지면 그때 복제를 고민해보기 위한 거죠.”


크리오아시아CTO 김시윤 교수. /크리오아시아 제공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나 꿈이 있다면. 

“국내에 자체적인 냉동 보존 센터를 세우려고 해요. 해동 연구도 더 적극적으로 진행하려고 합니다. 해동 기술은 냉동인간의 목적을 달성하는 부분도 있지만 장기 이식에도 도움될 수 있어요. 지금은 기증자가 사망한 직후 몇 시간 안에 환자에게 이식되지 못하면 폐기 처분될 수밖에 없는데, 장기를 냉동보존 해뒀다가 제 기능을 할 수 있게 해동할 수 있으면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거죠.”

글 시시비비 이은
시시비비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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