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연말 따뜻한 기부 행렬
평생 모은 재산 내놓는 할머니들
“기부금 잘 쓰이면 감사하고 고마운 일”

2021년 10월 한 할머니가 서울대에 4억5000만원 상당의 아파트와 4억원 상당의 예·적금을 기부했습니다. 이 훈훈한 사연은 서울대가 11월 할머니께 감사패를 전달하면서 알려졌습니다. 거의 전 재산을 기부한 주인공은 바로 90세 이순난 할머니입니다.

이순난 할머니는 2020년 93세의 한 해녀 할머니를 보면서 기부를 결심했습니다. 해녀 할머니가 한 대학교에 1억원을 기부했다는 기사를 접하고 감명을 받았다고 합니다. 기사를 접하고 3개월 만에 기부를 결심했고, 2021년 10월 아파트와 예·적금을 합해 8억5000만원을 서울대에 유증했습니다. 유증은 유언에 의한 증여로, 사망 이후 기부하겠다고 밝힌 유산이 서울대로 넘어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순난 할머니는 서울대와 특별한 연고는 없지만 배움에 대한 소망을 담아 기부처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학교를 다녀본 적 없다는 이 할머니는 “서울대는 최고로 똑똑한 학생들만 가는 학교니, 여기서 국가에 이바지할 인재를 키워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순난 할머니는 유년시절 어려움을 겪으면서 힘들게 돈을 모으고 아끼는 삶을 살면서 기부를 실천한 터라 사회에 더 큰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이 할머니는 평소 물티슈를 4등분해서 사용하고, 한 달 수도요금은 3000원을 넘지 않을 정도로 아끼는 삶을 살았습니다. 또 유년시절에는 전쟁을 겪으며 부모를 잃고 먼 친척 손에 길러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7세 때 빚을 내 떡 장사를 시작한 뒤 옷과 화장품 등을 팔았다고 합니다. 이렇게 모은 돈을 서울대에 기부한 것이죠.

지역 사회 발전을 위해 기부를 결심한 건 이순난 할머니뿐 아닙니다. 자신이 평생 모은 재산을 망설임 없이 기부한 할머니들을 알아봤습니다.




이순난 할머니. /서울대 제공


평생 모은 11억 기부한 할머니

경상북도 성주군에 사는 86세 박자연 할머니는 본인이 평생 모은 전 재산을 성주군에 기부했습니다. 기부 재산은 대지 1728㎡, 임야 6287㎡와 주택, 미술전시관 등 건물 2채, 그림과 서예작품 등 미술품 106점을 합쳐 총 11억2600만원에 달합니다. 박자연 할머니는 “고향 성주를 위해 마지막으로 작은 기여를 하고 싶었다”며 “또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전쟁과 보릿고개를 겪는 등 고생을 많이 해 어려운 사람들을 돌보길 원했다”며 기부 이유를 밝혔습니다.

박자연 할머니는 학교를 다니지 못했습니다. 19세까지 부산과 서울을 떠돌면서 돈을 벌었고 그동안 모은 돈으로 36세에 서울 종로구에 경양식집을 열었습니다. 고건 전 총리, 이상희 전 내무부장관 등 유명 인사들이 많이 찾을 정도로 식당은 인기가 많았다고 합니다. 식당을 하면서 크고 작은 미술품을 사 모으는 게 낙이었고, 그렇게 모은 작품 106점을 보관해 성주에 작은 미술관을 연 것입니다.

박 할머니는 이번 기부 전에도 틈틈이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가천중학교에는 박자연 할머니 이름을 딴 ‘자연장학회’를 만들어 학생들을 지원했습니다. 2020년에는 가천초등학교와 성주중 가천분교장 입학생들을 위해 장학금 900만원을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김밥 팔아 모은 6억5000만원 기부

2021년 92세 박춘자 할머니는 초록어린이재단 등에 6억5000만원을 쾌척했습니다. 박춘자 할머니가 남한산성 길목에서 김밥을 팔며 50년 동안 모은 전 재산입니다. 청와대에서 열린 2021 기부·나눔단체 초청 행사에 초청받은 박 할머니는 “가난과 함께한 어린 시절을 생각하며 김밥을 팔아 돈을 모으는 대로 기부해 왔다”며 “기부를 하면 걱정도 사라지고 즐겁다”며 기부 소감을 밝혔습니다.

광주광역시 서구에서는 81세 김순덕 할머니가 포장마차를 운영하면서 모은 3000만원을 서구 장학재단에 기부했습니다. 김순덕 할머니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위해 써달라”며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나는 어려운 환경으로 학업에 정진하지 못해 아쉬움이 많았다. 학생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딛고 꿈을 펼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어 행복의 나래를 펼치기를 기도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할머니는 학업에 대한 열의가 강했지만, 자녀를 위해 자신의 꿈을 접고 포장마차를 꾸리며 생계에 전념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0여년간 어렵게 모은 돈이라 허투루 쓸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역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기부하기로 결심했다고 합니다.

전라북도 남원시 금동에 사는 김길남(85) 할머니는 6년 동안 폐지와 재활용품을 팔아 이웃돕기 성금을 냈습니다. 김길남 할머니는 “나이가 더 들기 전에 누군가를 도와야겠다는 생각으로 2016년부터 이웃돕기를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6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적게는 50여만원, 많게는 100여만원을 기부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금까지 기부한 성금은 총 356만1110원. 김길남 할머니는 “내가 가진 게 많았다면 더 많이 나누었을 텐데 아쉽다”면서 “그래도 나누는 기쁨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알기에, 적은 금액이라도 꾸준히 기부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글 시시비비 하늘
시시비비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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