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숨만 쉬고도 돈을 벌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빡빡한 업무에 치인 직장인이라면 가끔 하는 푸념이다.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 가만히 숨만 쉬어도 돈이 나오는 일이 있으면 얼마나 좋겠나. 하지만 어느 사장이 노는 직원에 돈을 주겠나. 포기하려는 순간 찾았다, 그런 일을.
바로 줄 서기 아르바이트다. 줄서기 아르바이트는 의뢰인을 대신해 의뢰인이 원하는 곳에서 줄만 서주면 돈을 벌 수 있다. 그야말로 가만히만 있어도 돈이 되는 일이다. 영국에선 실제로 줄서기 아르바이트로 하루에 무려 26만원을 번 남성이 나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3년동안 줄서기 아르바이트를 해왔다는 프레디 베킷(31)씨. 영국 매체 미러와 더 선 등에 따르면 역사 소설 작가인 그는 소설을 쓰지 않을 때 줄서기 아르바이트로 수입을 얻는다. 그가 주로 서는 줄은 인기가 많아 대기가 긴 공연이나 전시회 등의 티켓을 사기 위한 것들이다.
누군가를 대신해 줄을 서 있다가 의뢰인이 오면 자리를 바꿔주고 퇴근하기도 하고, 어떨 때는 표를 직접 구매해 의뢰인이 있는 곳까지 배달해주기도 한다. 그는 “크리스티앙 디오르 전시회 표를 구하기 위해 8시간까지 기다려 본 적이 있다”며 “이 일로 시간당 20파운드(약 3만2000원)를 받았다”고 말했다.
베킷에게 표를 의뢰한 이들은 젊은 사람부터 노인까지 굉장히 다양하다. 큰 이벤트와 전시회가 자주 열리는 여름 시즌에 일거리가 가장 많다. 한 겨울 혹한에도 줄을 대신 서 달라는 요청이 있으면 중무장을 하고 나간다.
베킷은 “줄서기는 기술이나 노력도 필요 없는,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이라며 “하고 싶을 때만 할 수 있어 시간을 유연하게 쓸 수 있다는 것도 이 일의 장점”이라고 했다. 그는 “줄서기로 하루 160파운드(약 26만원)을 번다”고 밝혔다.
오픈런 열풍타고 한국도 줄서기 알바 시장 ‘후끈’
베킷의 사례처럼 우리나라도 리셀(re-sell, 재판매) 열풍이 불면서 한정판 시계나 가방, 운동화 등을 사기 위한 줄을 대신 서주는 아르바이트가 크게 늘어났다. 물품을 되팔기 위한 구매 이외에도 명품 예물을 마련하려는 예비 부부들이나 지방에서 서울로 ‘오픈런(선착순 판매 때문에 매장 앞에서 오픈을 기다렸다가 매장 문이 열리자마자 뛰어들어가 물품을 구매하는 것)’을 위해 올라오는 이들도 이 서비스를 많이 이용한다.
이밖에도 한 번 이용하려면 줄을 길게 늘어서야 하는 맛집이나 카페 등에 입장할 때나, 대치동 등 강남 학원가의 ‘일타’ 강사의 수업을 오프라인으로 신청할 때도 줄서기 아르바이트가 활용된다.
줄서기 아르바이트는 카카오톡 오픈채팅이나 네이버, 다음 카페 등에서 개인끼리 줄서기 아르바이트에 대한 조건을 협의해 진행한다. 온라인 카페의 경우 줄서기 아르바이트 구인, 구직을 위해 만들어진 카페를 비롯해 롤렉스나 디올, 샤넬, 프라다 등 명품 관련 카페들에 줄서기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글들이 보통 많다. 하지만 줄서기 아르바이트를 하려는 이들이 워낙 많고 경력자를 요청하는 경우도 많아, 일감을 구하는 것도 그렇게 쉽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압갤(압구정 갤러리아백화점), 현본(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등 백화점, 지점명을 줄인 단어들도 많이 쓰기 때문에 정보없이 처음 줄서기 아르바이트에 뛰어들면 빠르게 일감을 잡기도 쉽지 않다. 일감을 잡았다고 하더라도 무턱대고 정문에서만 기다리다간 낭패를 보는 경우도 생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오픈런이 보통인 특정 명품 브랜드들은 오픈런 입구를 따로 마련해 놓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깨알같은 정보도 사전에 잘 알아둬야 한다.
줄서기 알바의 시급, 장단점, 노하우
줄서기 아르바이트의 시급은 보통 1만원선이다. 대기를 시작하는 시간이 일러 긴 시간이 잡히는 경우 시급은 더 높아진다. 줄서기 아르바이트는 의뢰인이 현장에 오면 자리만 바꿔주기도 하고, 대신 구매를 해주기도 한다. 현장에 도착하는 시간은 보통 의뢰인이 지정해주며, 아르바이트생은 그 시간까지 해당 장소에서 대기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전송하는 것으로 일의 시작을 알린다.
줄서기 아르바이트는 스케줄이 보통 정해져 있기 때문에 본업이 있어도 부업으로 할 수 있다. 직장인들 가운데선 실제로 주중에는 회사에 다니고 주말을 이용해 줄서기 아르바이트에 뛰어든 이들도 있다. 한 익명의 직장인은 “예전에는 주말에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곤 했는데 그때는 운이 나쁘면 몇 시간 동안 밖에서 부지런히 움직여도 최저시급이 채 안 되는 돈을 받았었다”며 “근데 줄서기 아르바이트는 결과에 상관 없이 최저시급보다 많은 돈을 받을 수 있고 한 장소에서 거의 가만히 있기만 하면 되는거라 배달 아르바이트에 비해 더 좋은 것 같아 계속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아르바이트에 익숙한 이들은 비나 추위를 피할 수 있는 우산이나 텐트, 편히 가지고 다니며 앉을 수 있는 낚시용 의자 등을 휴대하기도 한다. 긴 시간을 기다리는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태블릿PC나 노트북 등을 이용해 드라마, 영화 등을 보기도 한다. 특정 시험을 준비하는 이들의 경우 기다리면서 공부를 하기도 한다.
줄서기 아르바이트를 하다 보면 간혹 당황스러운 순간이 생기기도 한다. 실컷 줄을 서서 매장까지는 들어갔는데 의뢰인이 원하는 모델이 품절이라 구할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생기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는 특히 명품 브랜드 등에서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런 경우에도 줄서기 아르바이트를 한 이들은 보통 시급을 받을 수 있다. 워낙 비일비재한 일이라, 의뢰인들도 이 같은 상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개인 간 거래로 줄서기 아르바이트를 한다면 사전에 이런 일에 대해 미리 협의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줄서기 아르바이트는 개인 대 개인으로도 일을 주고 받지만 소개를 대행하는 업체를 통해서도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한다. 대행 업체를 이용하면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업체에 지불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일감을 구하는 것보다는 편하게 일을 구할 수 있어 이용자 수는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글 시시비비 포도당
시시비비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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