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미레이트항공이 여성 승무원의 외모와 몸무게에 따라 불이익을 주고 있다는 폭로가 나왔다. 에미레이트항공은 중동에서 가장 큰 항공사이자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항공사다. 한국에서도 인지도가 높고, 취업준비생들이 선호하는 외항사여서 논란이 예상된다.

에미레이트항공이 여성 승무원의 외모와 몸무게에 따라 불이익을 주고 있다는 폭로가 잇따르고 있다. / 에미레이트항공 페이스북

◇몸무게 체크 전담 직원도 배치

에미레이트항공에서 9년 동안 승무원으로 일하다 2021년 퇴사한 칼라 베이슨은 최근 미국 매체 인사이더와 인터뷰에서 “에미레이트항공은 승무원의 몸무게를 매번 체크하고 조금만 살이 쪄도 감봉 조치를 내렸다”고 말했다.

베이슨은 에미레이트항공은 일명 ‘외모 매니지먼트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승무원의 외모와 몸무게를 수시로 감시했다고 했다. 이 프로그램의 목표는 화려하고 멋진 ‘에미레이트의 얼굴 유지’다. 베이슨은 또 승무원의 몸무게를 주기적으로 체크하는 전문 직원이 따로 있으며 승무원들은 그들을 ‘체중 경찰’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에미레이트 항공사의 또 다른 전직 승무원 마야 두카릭도 “몸무게 감시 담당자가 공항에서 승무원들을 불러 세워 살을 빼야 할 것 같다고 말하곤 했다”고 폭로했다. 만약 승무원 중 6개월 안에 기존의 유니폼보다 큰 사이즈를 요청한 경우 ‘외모 매니지먼트 프로그램’ 담당자가 체중에 대한 질문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해당 직원은 곧바로 외모 매니지먼트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한다.

에미레이트항공기과 승무원의 모습. /에미레이트항공 페이스북

에미레이트항공을 그만둔 또 다른 승무원은 “회사 측에 내가 살이 찐 것 같다고 말한 동료 때문에 문제의 프로그램 대상에 올랐다. 회사 규정을 단 2㎏ 초과했을 뿐인데, 회사는 비행기 탑승 전 수시로 내 몸무게를 체크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회사가 원하는 만큼 몸무게를 줄이지 못하면 급여가 삭감되거나, 계획돼 있던 비행에서 빠지는 등의 불이익을 받았다”면서 “하지만 입사 당시에는 회사로부터 이런 체중 조건에 대해 듣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에미레이트항공에서 일했던 전 직원들은 항공사가 여성 승무원들의 ‘완벽한 외모’를 위해 강압적인 태도를 이어갔으며, 특히 체중에 대한 경고를 받은 승무원들을 상대로 2주에 한 번씩 체중 검사를 실시했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에미레이트 항공에 근무하는 전체 승무원 수는 2만5000명 정도며, 이중 한국인은 800여 명에 달한다. 한국인 직원 역시 항공사의 ‘체중 경찰’의 감시 대상에 있다는 말이다.

에미레이트항공 홈페이지를 보면 “건강한 BMI(체질량지수)와 필요한 역할에 맞는 적합한 신체”를 채용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에미레이트항공은 해당 주장에 대해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과체중으로 해고, “기준 체중 지켜라”

사실 승무원의 외모를 지적하고 불이익을 주는 항공사는 에미레이트항공이 처음은 아니다. 2017년 파키스탄의 국영항공사 파키스탄국제항공(PIA)은 체중이 많이 나가는 일부 승무원에게 비행 대신 지상직 근무를 지시했다. 몸무게가 기준을 초과했다는 이유에서다.

파키스탄국제항공은 직원들의 키와 몸무게에 따른 BMI지수를 분석해 항공사가 정한 기준보다 10~20kg 더 나가는 승무원 7명에게 이런 지시를 내렸다. 비행이 금지된 직원들은 30일간 지상직으로 근무하면서 살을 빼야 했다.

파키스탄국제항공 대변인은 “국제선 직무에는 자격 조건이 맞지 않다”며 “보통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파키스탄국제항공은 승무원의 키와 몸무게의 비율을 정해놓고 기준에 맞출 것을 요구한다.

항공사가 규정한 체중을 초과했다는 이유로 승무원의 담당 업무를 바꾸거나 해고하는 사례도 있다. /픽사베이

2017년 9월 말레이시아항공에서 25년간 일한 멜리에사 하심은 과체중을 이유로 해고당했다. 말레이시아항공은 ‘승객의 안전 운행‘과 ‘프리미엄 항공사로서의 이미지’를 위해 2015년부터 기내 승무원에 한해 BMI를 규정하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신장이 157.5cm인 하심이 기내에서 일할 수 있는 체중은 60kg미만(132파운드)이다. 그러나 말레이시아항공은 하심이 기준 몸무게보다 1파운드(0.45kg)를 초과했다며 해고했다.

하심은 “해고 조치가 부당하다”며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항공 측은 “몸무게를 감량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줬다”며 “18개월 동안 해고를 유예했고 전문가를 동원해 체중을 관리하도록 했으나 지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법적인 수준으로는 72kg을 초과하지 않으면 긴급 상황 대처 시 문제 될 것이 없으며, 이에 따른 안전 리스크도 확인된 바 없다고 말한다. 승무원에 대한 항공사 측의 규정이 과연 회사와 업무에 꼭 필요한 것인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업무에만 집중”…외모 규정 없앤 항공사

항공업계는 직원들의 외모·복장 규정이 엄격한 직종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특히 여성 승무원은 ‘항공사의 꽃’으로 불리며 항공사의 이미지로 소비된다. 이 때문에 각 항공사에서는 지나칠 정도로 승무원의 외모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한다.

여전히 외모 규정을 두고 불이익을 주는 항공사가 많지만 여성 승무원의 성적 대상화를 지양하고 승무원 본연의 업무인 서비스와 안전 관리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외모 규정을 바꾸는 항공사가 조금씩 늘고 있다.

청주국제공항을 거점으로 하는 신생 LCC(저비용항공사) 에어로케이항공은 2021년 10월 신입 객실 승무원 채용에 나서면서 외모 규정을 아예 없앴다. 나이와 학력도 보지 않는다. 서류 전형에 사진 제출도 금지했다. 채용 캠페인에도 객실 승무원의 친절하고 상냥한 모습 대신 기내 난동 행위를 제압하고 인명 구조활동을 수행하는 강인한 모습을 담았다.

에어로케이항공의 신입 승무원 채용 캠페인. /에어로케이

강병호 에어로케이항공 대표는 “이번 채용 캠페인은 항공사 객실 승무원의 전통적 이미지에 대한 편견을 깨고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사명감과 직무에 대한 무게감을 담은 것”이라며 “에어로케이는 안전이라는 타협할 수 없는 중요한 가치 외에는 개인의 개성과 자유를 존중하는 업무 환경을 갖춘 회사다. 국내 항공업계 최초로 타투를 허용하고 자유로운 헤어와 메이크업 스타일을 존중한다”고 설명했다.

에어로케이는 국내 항공사 최초로 젠더리스 유니폼도 도입했다. 치마 정장은 따로 없고 여성과 남성의 유니폼 디자인이 동일하다. 몸에 붙는 치마와 구두를 여성 승무원 유니폼으로 채택하고 있는 국내 대부분 항공사와 차별화된 새로운 시도다.

우크라이나의 저가항공사 스카이업은 2021년 11월부터 여성 승무원 복장을 꽉 끼는 치마 정장과 하이힐 대신 헐렁한 재킷과 바지, 흰 운동화로 교체했다. 스카이업은 “승무원의 업무는 로맨틱하지 않다”며 “직원들이 고된 일을 하는 데 적합한 활동적인 복장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스카이업 외에도 많은 항공사가 기존 여성 승무원들의 복장 규정을 없애고 있다. 영국의 버진 애틀랜틱 항공사는 승무원의 화장 의무 규정을 없앴다. 일본항공은 하이힐 의무 착용을 없애고 치마 대신 바지를 입을 수 있게 했다. 노르웨이전 항공은 하이힐 대신 플랫 슈즈 착용을 허용하고 필수 화장품 지참 의무를 없앴다.

글 시시비비 키코에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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