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방의 한 사립대가 학교에 대한 온라인 게시글이 대외적인 명예를 훼손했다며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에 삭제를 요청했다가 거절당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KISO는 2022년 1월28일 공개한 ‘사립대학교 관련 게시글 삭제요청 심의의 건’에서 해당 게시물의 모욕·명예훼손 여부에 대해 ‘해당없음’ 결정을 내렸습니다. 게시물 작성자가 학교를 모욕하거나 명예를 훼손한 게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 홈페이지 캡처

문제의 게시물에는 ‘수능 9등급, 수능 당일 시험장에서 도망친 사람도 합격시켜주고 장학금 50만원도 줌’ 등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대한민국 꼴통 대학교’라는 표현도 있었습니다. 언뜻 보면 명예훼손이 맞는 것 같아 보이지만, KISO는 이런 표현이 명백한 허위사실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대학 측이 신입생 추가모집 과정에서 만든 홍보물에 ‘희망학과 100% 선택 가능’, ‘수능 미응시자 지원 가능’, ‘실기 없이 체대 가능’, ‘장학금 학생계좌로 입금’ 등의 문구를 썼기 때문입니다. KISO 정책위원회는 또 정원 미달로 신입생 추가모집에서 지원자 모두 합격했기 때문에 만일 수능 9등급이나 미응시자가 지원했다면 합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도 했습니다.

게시글 제목에 쓰인 ‘대한민국 꼴통 대학교’라는 표현에 대해서 KISO는 “구체적이고 특정한 서열 평가에서 꼴찌를 했다라는 표현이라면 허위 사실 적시로 볼 수 있지만, 해당 게시물처럼 구체적이고 특정한 서열 평가에서 ‘꼴등’이 아니라 단순히 ‘대한민국 꼴등 대학교’라고만 썼다면 단순한 의견 표명으로 봐야 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신입생 유치 실적으로 압박당하는 지방대 교수들. /KBS강원 유튜브 캡처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

교육계에서는 이번 일이 지방대가 겪고 있는 위기를 가감없이 보여준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정원 미달로 신입생 충원이 안되면 학교 재정에 문제가 생기고, 이런 현상이 수년간 계속되면 폐교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절박해진 학교 측이 수능 미응시자도 지원 가능하다거나 실기 시험을 보지 않아도 체대에 들어갈 수 있다는 문구를 쓰면서 신입생을 모집하게 됐고, 온라인에 학교를 조롱하는 글이 올라와도 제대로 대처할 수 없는 상황이 온 것입니다. 일부 지방대는 교수가 신입생 유치를 위해 이른바 ‘영업’을 뛰기도 합니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라는 위기의식 때문입니다.

사실 지방대 위기설이 나온 건 20년 전부터입니다. 2003학년도 대학 입시 때 사상 처음으로 입시 정원이 수험생 수를 초과하는 대입정원 역전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정원 미달로 신입생 유치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한 건 그 전입니다. 2002학년도 입시 때도 지방대는 물론 일부 서울 소재 대학에서도 신입생 정원을 채우지 못해 비상이 걸리기도 했습니다.

당시에도 여러 지방대가 기숙사를 새로 짓고 해외유학, 어학연수 기회 제공과 같은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신입생 유치에 공을 들였습니다. 2004학년도 입시에서 부산외국어대는 신입생 2250여명 전원을 일본 대마도로 2박3일간 무료 해외연수를 보내준다고 홍보도 했습니다. 대학 측은 행사에 학생 1인당 30만원씩 6억원가량의 예산을 편성했습니다.

하지만 여러 학교가 2000년대 이후 재정난을 이기지 못하고 문을 닫았습니다. 1991년 문을 연 한중대는 1999년부터 4년제로 운영되다가 교비 횡령과 학생 수 감소 등으로 2018년 교육부 폐교 명령을 받았습니다. 1959년 개교한 충남 논산 한민학교도 2013년 문을 닫았는데요, 문을 닫기 직전 신입생 충원율은 20%대 초반 수준이었습니다. 학생 수를 늘려 정부 지원을 받으려고 총장과 교수, 교직원이 학생으로 등록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두 학교는 문을 닫은 뒤로 유튜버들의 폐교 체험 장소로 쓰이고 있습니다. 늦은 밤이나 새벽 카메라를 들고 몰래 문을 닫은 학교 안으로 들어가 교실이나 실습장 등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올립니다. 졸업생 사이에서는 씁쓸하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아이패드를 선물하는 호남대(위쪽 사진)와 학기당 350만원 장학금을 지급하는 조선대. /각 대학 제공

◇“우리 학교 오면 아이패드 드립니다”

지방대의 눈물겨운 신입생 유치작전은 현재진행형입니다. 호남대는 2021학년도 입시에서 최초 합격 후 등록자에게는 아이폰 SE2(64G)를, 충원합격 후 등록한 경우에는 에어팟을 선물했는데요. 2022학년도 입시에선 각각 아이패드 에어(64G)와 아이패드(32G)를 줬습니다. 조선대는 입학성적 우수장학금이 파격적인 것으로 유명합니다. 수능 영어영역 1등급이고 국어, 수학 등급 합이 4 이내인 신입생 중 면접심사 합격자를 대상으로 동원글로벌 드리머장학금을 주는데요, 학기당 350만원을 지급합니다. 4학년까지 8학기를 다니면 2800만원을 받는 셈입니다. 이 밖에 성적우수자에게 4년치 등록금을 전액 면제해 주거나, 입학 첫 학기에 200만원을 주는 장학 제도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런 신입생 유치 노력에도 지방대 정원 미달폭은 나날이 커지고 있습니다. 2022학년도 입시에서 경쟁률 1대 0이 안 되는 미달 대학은 부산 신라·영산대, 광주의 광주여대·광신·호남대 등 19곳입니다. 경쟁률 미달 대학은 2021학년도 9곳에서 2022학년도엔 2배 이상 증가한 셈입니다. 교육계에서는 보통 경쟁률이 3대 1에 못 미치면 정원 미달로 봅니다. 수험생이 정시에서 가·나·다군에 한 곳씩 3번 원서를 내고, 중복 합격한 신입생이 다른 학교로 빠져나가는 점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정시에서 경쟁률이 3대 1보다 낮은 학교는 59곳이며 이중 지방대가 49곳이었습니다.

이제는 과거 서울권 대학을 포기하면서도 진학했던 지방 거점 국립대도 정원 미달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부산대는 1980년대까지 부산지역에서는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다음으로 진학을 고려하던 학교로 꼽혔습니다. 지금은 위상이 예전만 못합니다. 2021학년도 부산대 정시 경쟁률은 3.24대 1이었습니다. 20~30년 전 부산대를 나온 일부 학부모가 요즘 입시학원의 대학 배치표를 보고 ‘부산대 위치가 뭔가 잘못된 것 아니냐’라며 따지는 일도 있다고 합니다. 경북대와 전남대 등 다른 지방 거점 국립대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학생들의 서울 선호도가 줄지 않는 상황에서 정원 미달은 필연적이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글 시시비비 영조대왕
시시비비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