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유행이 길어지면서 당분간 해외 여행을 포기한 사람들이 많다. 그동안 열심히 쌓아왔던 항공사 마일리지 용처를 찾지 못하는 사람 역시 많아지고 있다. 국내 대표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을 앞두고 마일리지 개편 방향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항공사들엔 마일리지가 어떤 의미이며, 소비자로서 똑똑하게 마일리지를 소진하려면 어떻게 써야 할까?
◇코로나에, 합병 준비까지…마일리지 털어내는 항공사들
코로나 이후 항공사 마일리지 누적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 애초 충성 고객을 위해 도입한 제도이지만 소비자가 마일리지를 쓰지 않으면 항공사 입장에서는 빚이나 마찬가지다. 미사용 마일리지는 부채로 잡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 누적액은 2021년 3분기 기준 3조 5000억원에 이른다.
가뜩이나 하늘길이 막히며 경영이 악화된 항공사로서는 부담이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재무 안정성을 높이려면 소비자가 최대한 마일리지를 빨리, 많이 쓰도록 해야 한다.
합병을 앞두고 마일리지 전환율을 어떻게 할지도 골칫거리다. 특히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마일리지를 ‘털어 내야’하는 것도 과제다. 통상 카드사에서 대한항공은 카드 사용액 1500원당 1마일리지, 아시아나항공은 1000원당 1마일리지를 적립해줬다. 대한항공이 보통 1000원에 1마일을 제공했다면 아시아나는 1000원에 1.5마일을 제공해왔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마일리지를 1대 1 비율로 통합하지는 않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아시아나항공 고객들의 반발이 있을 수 있다. 그런 이유 때문에라도 두 항공사는 마일리지를 빨리 털고자 한다.
◇마일리지, 정말 마트에서 써도 될까
그래서 두 항공사는 소비자가 항공권을 발권할 때뿐 아니라 여러 곳에서 마일리지를 쓸 수 있도록 사용처를 확대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얼마 전부터 이마트 매장에서 마일리지로 할인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대한항공 마일리지 몰에서 1400마일을 쓰면 이마트 1만원 상품권을 준다. 상품권은 최종 구매가가 7만원 이상일 때 1일 1회 쓸 수 있다. 이 경우 1마일리지당 가치는 7.1원(1만원/1400마일)이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도 마일리지로 구독할 수 있다. 대한항공 600마일리지를 차감하면 4900원짜리 1개월 이용권이 발급된다. 이때 1마일리지당 가치는 8.1원이다.
썩 가치를 높게 쳐주는 편은 아니다. 이를테면 인천~프랑크푸트트 일반석 왕복을 구입한 뒤, 프레스티지석으로 승급할 경우 1마일당 단가는 27.5원이다.
대한항공 마일리지로 삼성전자 제품을 구입할 수도 있다. 결제금액 1000원당 마일리지 1마일도 함께 적립 받을 수 있다. 카드 사용액 1500원당 1마일을 적립해주는 것에 비해서는 가치가 떨어진다.
합병 때까지 기다려 보기엔 소비자로서는 내 마일리지 가치가 어떻게 변할지 불투명하고, 그렇다고 항공권이 아닌 곳에 쓰자니 손해보는 기분이다.
◇마일리지로 미리 항공권 발급하는 것도 방법
소비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마일리지 활용 팁을 공유하고 있다. 한 소비자는 “60만 마일리지로 미주와 유럽 항공권을 두 번 예약했다가 취소했다”며 “마일리지는 항공권 발권에 쓸 때 가치가 높다고 생각해 취소와 발권을 반복 중”이라고 했다.
대한항공이 2023년 4월 1일부터 새로운 마일리지 제도를 시행하기 전에 미리 발권하는 게 핵심이다. 개편안에 따르면 장거리 노선이나 프레스티지석을 이용할 때 공제되는 마일리지가 많아진다. 원래 2021년 4월 시행하려다 소비자 반발로 2년간 유예됐다.
2023년 3월 31일까지 항공권을 마일리지로 끊어야 유리하다는 뜻인데, 개편 전 항공권은 2024년 3월 탑승할 항공권까지 예약이 가능하다. 개편 이후 공제 마일리지가 대폭 상향되는 장거리 노선이나 프레스티지석을 끊을수록 소비자에겐 유리하다.
아시아나항공 소비자는 항공 동맹인 스타얼라이언스 항공사를 이용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대한항공에 통합되면 아시아나항공은 스타얼라이언스에서 탈퇴한다. 이 항공 동맹에는 전일본공수, 루프트한자, 타이항공 등이 소속돼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특히 설이나 추석을 성수기로 쳐서 마일리지 공제가 더 되는데, 스타얼라이언스의 다른 항공사는 그렇지 않다는 점을 이용하면 명절 연휴에 마일리지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 물론 예약이 된다는 전제 아래다.
◇청산 예정인 카드사에 가입 몰리는 이유
마일리지 적립에 관심 많은 체리피커들은 항공 마일리지 적립 카드 막차를 타고 있다. 씨티은행은 씨티카드를 포함한 소비자 금융 부문을 단계적 폐지하기로 결정했고, 2022년 2월 15일까지 씨티카드 발급을 마감하기로 했다.
항공 마일리지 카드 중 씨티카드의 ‘프리미어 마일’ 카드가 소비자들에게 알짜 카드로 알려졌었는데 씨티카드 청산 전 이 카드를 발급받으려는 수요가 몰리는 것이다. 대부분 카드사가 적립 마일리지 유효기간을 10년으로 정해둔 데 비해 이 카드는 유효기간이 따로 없다. 모인 마일리지는 국적 항공사가 아니더라도 전 세계 50개 이상 항공사에서 쓸 수 있다. 연회비가 12만원으로 적지 않지만 해외 출국이 잦은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씨티은행이 카드 부문을 폐지해도 기존 소비자들과 계약 만기까지는 혜택을 유지해야 한다. 카드 발급 기한 안에 신청할 경우 5년 6개월간 혜택을 지금처럼 쓸 수 있다. 막판 가입자가 늘어나 유지비 증가가 예상되는 씨티카드 입장에선 썩 달가운 상황은 아니지만 정보를 활발히 공유하며 살뜰히 카드 혜택을 챙기려는 체리피커를 막을 순 없는 상황이다.
☞체리피커(cherry picker)
자기 실속을 차리는 소비자. 케이크 위에 올려진 체리만 쏙 빼내어 먹는 행위에 비유해 만들어진 말이다.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때 혜택만 누리고 카드는 최소한으로 쓰는 소비자를 가리킨다. 그렇게 하는 행위는 ‘체리 피킹(cherry picking)’이라고 부른다. 카드 사용금액 대비 실제 혜택 비율을 ‘피킹률’이라고 부른다. 카드사 입장에선 피킹률이 높으면 골칫거리가 되지만, 체리피커들은 피킹률 높은 카드를 찾아 옮겨다닌다.
글 시시비비 와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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