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월 9일 주요 신제품을 공개하는 ‘삼성 갤럭시 언팩 2022’ 행사를 개최합니다. 언팩을 이틀 앞둔 2월 7일 삼성전자는 2022년 신제품부터 갤럭시 기기에 해양 폐기물을 재활용한 친환경 소재를 적용한다고 밝혔는데요, 사측은 “2021년 8월 발표한 갤럭시 생태계를 위한 친환경 비전 ‘지구를 위한 갤럭시(Galaxy for the Planet)’ 실현을 위한 여정 중 하나”라고 설명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유령 그물(ghost nets)’이라 불리는 폐어망을 스마트기기에 사용 가능한 소재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어망은 말 그대로 물고기를 잡을 때 쓰는 그물과 그 부속 장치를 말하는데요, 해마다 전 세계에서 버려지는 어망이 약 64만톤에 달한다고 합니다. 어망은 쉽게 썩지 않아 수백년 이상 바다에 방치됩니다. 해양 생물의 생명을 위협하고 산호초와 자연 서식지를 훼손하죠. 해양 오염을 막기 위해 소비자가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말이 있지만, 실은 폐어망 같은 어구(漁具)가 바다 오염의 주범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삼성이 재활용 소재로 폐어망을 선택한 이유죠.


도양 해안가에 버려진 폐어망. /삼성전자 제공


2025년까지 삼성은 모든 갤럭시 신제품에 재활용 소재를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품 패키지에서 플라스틱 소재를 없애고, 모든 스마트폰 충전기의 대기 전력을 0으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또 폐어망뿐 아니라 다른 물질을 재가공한 친환경 재활용 소재를 발굴하고 사용할 예정입니다.


애플의 주요 화두도 친환경입니다. 애플은 2030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하겠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제품에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조 과정에서 쓰이는 전력을 태양광, 풍력 등 재생 가능한 전력으로 100% 전환한다는 입장입니다. 최근 대한민국 대선 후보 토론에서 유명해진 이른바 ‘RE 100(Renewable Energy 100%)’을 실현하겠다는 이야깁니다.


애플은 이미 대다수 제품에 자체 제작한 재활용 알루미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맥북 에어, 애플 워치, 맥 미니와 모든 아이패드에 100% 재활용 알루미늄이 쓰입니다. 애플은 자사뿐 아니라 170곳이 넘는 협력업체도 재생 에너지를 쓰게 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시계·명품 가방도 ‘친환경’


패션업계도 친환경 트렌드에 맞춰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톰포드는 2020년부터 바다, 해안선과 매립지에서 수집한 해양 플라스틱 폐기물로 만든 ‘오션 플라스틱 타임피스’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시계 제조업계에서 100% 재활용 해양 플라스틱으로 오토매틱 시계를 출시한 건 톰포드가 처음입니다.


이탈리아 명품 시계 브랜드 파네라이는 2021년 4월 신제품 ‘섭머저블 eLAB-ID’를 출시했는데요, 7800만원대에 달하는 초고가 제품인데도 재활용 소재를 써서 화제를 모았습니다. 케이스·다이얼·크라운 보호 장치에 재활용 티타늄 합금이 들어갔고, 페이스와 핸즈에는 재활용 슈퍼루미노바(야광재)를 썼습니다. 무브먼트 부품에 쓰인 실리콘과 사파이어 크리스탈 소재 유리도 재활용 소재입니다. 시계 중량의 98.6%를 재활용 소재가 차지합니다. 파네라이는 재활용 소재로 시계를 제작하기 위해 공급망을 새로 구축했다고 합니다.


톰 포드(왼쪽 사진)와 파네라이의 친환경 시계. /각사 제공


프라다는 2019년 리나일론(Re-Nylon)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리나일론 프로젝트란 기존 제품을 만드는 데 썼던 소재를 재생 나일론 에코닐(ECONYL®)로 대체하는 작업을 말합니다. 에코닐은 프라다가 섬유 생산 업체 아쿠아필(Aquafil)과 손잡고 만든 소재입니다. 바다·낚시 그물·방직용 섬유 폐기물에서 수집한 플라스틱 폐기물을 재활용과 정화 공정을 거쳐 소재를 얻습니다. 프라다는 2021년 자사가 사용하는 모든 나일론 소재를 에코닐로 대체했습니다. 에코닐 1만톤을 생산할 때 기존 나일론을 쓸 때보다 7만배럴의 석유를 덜 쓰고, 이산화탄소도 5만7100톤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명품 중의 명품으로 꼽히는 에르메스는 버섯을 활용한 비건 가죽으로 핸드백을 만듭니다. 에르메스는 그간 반(反)생명인 제품 정책으로 패션업계에서 비판받았습니다. 동물보호단체 페타(PETA)는 2015년 에르메스에 가죽을 납품하는 농장에서 악어가 잔인하게 도살당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에르메스 소유 가죽공장에 악어가죽을 납품하는 아프리카 짐바브웨와 미국 텍사스에 위치한 악어농장에서 촬영한 영상이었는데요, 좁은 콘크리트 수조에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악어를 가둬놓고 산 채로 가죽을 벗겨내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영상은 패션업계 종사자뿐 아니라 명품 브랜드와 협업하는 연예계에도 충격을 줬습니다. 에르메스 대표 제품 버킨백에 영감을 준 프랑스 배우 제인 버킨은 영상을 본 뒤 제조 공정에 대한 국제 기준을 마련할 때까지 버킨백의 이름을 바꾸어 달라고 에르메스에 요청하는 성명을 냈습니다. 버킨백 하나를 만드는 데 악어 3마리의 가죽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버섯 가죽으로 만든 에르메스 가방. /에르메스 제공


이런 에르메스가 달라졌습니다. 2021년 F/W(가을·겨울) 컬렉션에서 친환경 소재로 만든 핸드백을 선보였습니다. 에르메스는 친환경 가죽으로 가방을 만들기 위해 생명공학 기업 마이코웍스(MycoWorks)와 손잡았습니다. 에르메스가 선택한 친환경 소재는 버섯 균사체(Mycelium)를 가죽처럼 가공한 실바니아(Sylvania)입니다. 버섯에 기생하는 곰팡이 뿌리에서 채취한 균사체는 천연자원을 먹이 삼아 자연에서 번식합니다. 동물 가죽과 형태가 비슷하지만 무한정 채취가 가능해 온난화 물질 배출량을 절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버섯 가죽은 기존 동물 가죽을 대체할 친환경 소재로 패션업계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마이코웍스는 버섯 가죽의 시장성을 인정받아 미국에 대규모 생산 공장도 지을 예정입니다. 존 레전드, 나탈리 포트만 등 일부 연예인은 마이코웍스에 지분 출자를 하기도 했습니다. SK 계열사 SK네트웍스도 1월 14일 마이코웍스에 2000만달러(약 240억원) 투자 계획을 확정했습니다. 펀드를 뺀 전략적 투자자(SI) 중 최대 규모라고 합니다. SK네트웍스는 판매망 구축과 신소재 개발 등에서 마이코웍스와 협업할 예정입니다.


이호정 SK네트웍스 신성장추진본부장은 “과거 패션사업을 운영한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소비재 관점에서 버섯 가죽에 접근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대체 가죽 시장의 가치와 지속가능성 측면을 고려해 투자를 결정했다”라고 했습니다.


글 시시비비 영조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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