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 11일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의 한 주상복합아파트 신축 공사장에서 붕괴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이날 오후 3시 50분쯤 39층 아파트 공사에서 23~28층 외벽이 무너지면서 사고층 위에서 창호 공사를 하던 작업자 6명이 실종됐고, 그중 5명이 사망했습니다. 구조 당국은 사고로부터 약 1개월이 지난 2월 7일 마지막 실종자의 위치를 확인했습니다.
사고가 난 화정아이파크의 시공을 맡은 건설사는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입니다. HDC는 지난 2021년 6월 일어난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 현장 사고의 철거 원청업체이기도 합니다. 당시 사고로 9명이 사망하고 9명이 중상을 입었습니다. 정몽규 HDC 회장이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게 전사적으로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겠다”며 직접 사과까지 했지만, 7개월 만에 다시 한 번 대형사고가 터지면서 정 회장의 약속이 무색해졌습니다.
정몽규 HDC 회장. /YTN News 유튜브 캡처
◇폭락장에 집중 매수…지배력 강화의 기회?
연이은 대형 붕괴사고로 HDC현대산업개발의 주가는 폭락했습니다. 1월 11일 사고가 일어나기 전 장을 마감한 현산의 주가는 2만5750원이었습니다. 다음 날인 1월 12일 회사 주가는 전날보다 4900원(19.03%) 하락한 2만850원을 기록했습니다. 주가는 그 이후로도 꾸준히 떨어져 1월 27일 1만3600원까지 떨어졌습니다. 사고 전보다 시가총액이 절반가량 날아간 셈입니다. 정몽규 회장의 주식 가치는 2021년 12월 2861억원에서 2022년 1월 2051억원으로 한 달 사이 810억원 넘게 떨어졌습니다. 다만 HDC 주가는 2월 7일 기준 1만5500원까지 회복했습니다.
HDC현대산업개발과 현산·HDC아이앤콘스 등을 산하에 둔 그룹 지주사 HDC의 주가가 속절없이 떨어지는 동안 정몽규 회장은 HDC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수했습니다. 정 회장은 그가 지분 100%를 소유한 개인 투자회사 엠엔큐투자파트너스를 통해 1월 27일부터 2월 3일까지 3거래일간 HDC 보통주 30만5146주를 매수했습니다. 취득 금액은 약 25억5000만원입니다. 사고 직후인 1월 13~17일에도 같은 주식을 32만9008주를 장내 매수했습니다. 주식 매입에 들인 돈은 60억원이 넘습니다. 이 거래로 엠엔큐투자파트너스를 포함한 정 회장과 특수관계자의 HDC 지분은 39.82%에서 40.34%로 올랐고, 엠엔큐투자파트너스는 정 회장에 이어 HDC 2대 주주가 됐습니다.
HDC 측은 주주 신뢰 회복과 주가 방어를 위해 정 회장 측이 지분을 매입한 것이라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 회장이 사비 한 푼 들이지 않고 주가 폭락장을 이용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했다는 의혹이 나옵니다. 정 회장은 엠엔큐투자파트너스가 지분을 대거 매입하기 직전, 회사에 단기차입 형태로 46억원을 빌려줬습니다. 증권가에선 정 회장이 증여가 아닌 1년 대여금 형태로 개인 회사에 자금을 내어주고, 수시상환 방식으로 자금을 갚기로 한 점에 주목합니다. 정 회장이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으로 그룹 지배력을 키웠다는 이야기입니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자사주 매입으로 수백억원 평가차익 낸 회장님
법인이나 경영진이 자사주를 취득하는 건 드문 일은 아닙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보면 2022년 1월 자사주 매입을 공시한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는 29곳입니다. 이들 기업이 매수한다고 밝힌 자사주 규모는 4470억원에 달합니다. 매입 규모가 100억원이 넘는 기업은 12곳입니다. 셀트리온은 1000억원어치, 셀트리온헬스케어는 500억원어치 자사주를 사들인다고 공시했습니다. 대한제강·SNT모티브·NICE·인선이엔티·고영 등이 100억~3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혔습니다.
2020년 3월 코로나19 사태가 터졌을 때도 일부 기업인은 자사주를 대거 사들였습니다. 개미들이 폭락장을 버티지 못하고 눈물의 손절을 할 때 과감하게 매수에 나선 것인데요, 당시 그룹 수석부회장이었던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정 부회장은 2020년 3월 현대자동차 주식 58만1333주와 현대모비스 주식 30만3759주를 매수했습니다. 현대차 주식을 사는 데 405억7000만원을, 현대모비스 주식 매입에 411억원을 썼습니다.
2020년 3월 정 회장이 자사주 매입에 나설 당시 현대차 주가는 6만9763원, 현대모비스 주가는 13만5294원이었습니다. 개미들이 떠난 뒤 주식 시장은 상승세로 돌아섰고, 정 회장은 5개월 만인 2020년 8월 800억원이 넘는 평가차익을 얻었습니다. 사들인 817억원 상당의 주식이 1651억원으로 2배가량 가치가 뛰었습니다. 코로나 폭락장에서 현대차를 매도한 일부 개미 투자자 사이에서는 “정 회장을 따라 주식을 더 사지 못한 게 후회된다”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애플(AAPL)의 10년 주가 움직임. /네이버 증권 캡처
◇‘전 세계 시총 1위’ 애플도 자사주 매입 적극적
2022년 2월 7일 기준 시가총액 3377조원에 달하는 애플도 자사주 매입에 적극적인 기업으로 유명합니다. 애플은 매년 대규모로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습니다. 2018년에는 730억달러, 2019년에는 750억달러를 자사주 매수에 썼습니다. 애플은 2021년 우리 돈으로 100조원이 넘는 855억달러를 자사주 매입에 투입했는데요, 애플이 2012년부터 2021년까지 10년간 자사주 매입에 쓴 돈은 4670억달러(약 560조원)에 달합니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한 번도 자사주를 매입한 적이 없지만, 2011년 팀 쿡이 최고경영자로 취임한 뒤로 움직임이 달라졌습니다.
애플은 자사주 매입에 그치지 않고 사들인 자사주를 소각합니다. 애플의 유통 주식 수는 2014년 1분기 250억주에서 2021년 1분기 168억주로 3분의 1가량 감소했습니다. 기업은 자사주를 사들인 뒤 상속을 위한 지주사 전환에 활용하거나 매입한 주식을 다시 시장에 매도할 수도 있습니다. 자사주를 다시 매도하면 시장에서는 주가가 고점이라는 신호로 해석합니다.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자사주를 소각하면 시중에 유통되는 주식 수가 줄어 주당순이익(EPS)이 오릅니다. EPS는 기업 순이익을 발행 주식 수로 나눈 값인데요, 자사주를 소각하면 발행 주식 수가 감소해 EPS가 높아집니다.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이 대표적인 주주환원책으로 꼽히는 이유입니다.
2021년 5월에는 SK텔레콤이 전체 발행주식의 10.8%에 해당하는 869만주의 자사주 소각을 결정해 동학개미 사이에서 칭찬받은 일도 있었습니다. 약 2조6000억원 규모로, 우리나라 4대 그룹의 자사주 소각 사례 중 발행주식 수 대비 물량으로 최대 수준이었습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국내 증시에 상장한 기업들도 애플처럼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식가치 제고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글 시시비비 영조대왕
시시비비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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