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 공약에 부정부패까지…뒷끝은 별로

2022년 3월 9일은 제 20대 대통령 선거일입니다. 대선을 한 달 남짓 앞두고 출마를 선언한 후보들이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소셜미디어에 자신의 영상을 만들어 올리거나 각종 방송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도 합니다. 정치인으로서 믿음직한 모습도 중요하지만 인간미를 보여줄 수 있는 시간도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변화는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을 표현하는 방식이 달라진 것이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요즘에는 좋아하는 정치인에게 애칭을 붙이고 더 나아가 팬카페를 만들어 응원하기도 합니다. 지지자들의 적극적인 애정 공세에 정치인들의 유세 방식도 달라진 것이죠.

그런 점에서 정치인은 대중의 사랑과 지지, 관심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연예인과 많이 닮아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대중의 오랜 사랑과 신뢰를 받은 연예인이 정계에 진출하는 사례가 꽤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1978년 10대 국회의원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TBC동양방송 출신 탤런트 홍성우씨가 최초였습니다. 그는 10대에 이어 11∙12대를 거친 3선 의원이었죠.

영화배우 최민수씨의 아버지이자 영화배우 최무룡씨도 13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활동했었습니다. 이 밖에도 코미디언 이주일, 배우 이순재, 최불암, 강부자, 유인촌 등이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습니다.

한편 해외에서는 국회의원을 넘어 대통령까지 당선된 사례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그 끝은 별로 좋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어떤 나라에서 어떤 연예인이 대통령에 당선됐는지 알아봤습니다.

부정부패 척결을 내세운 ‘지미 모랄레스’

과테말라에서는 2016년 1월 코미디언 출신의 대통령이 탄생했습니다. 주인공은 ‘지미 모랄레스(Jimmy Morales)’입니다. 지미 모랄레스는 유명 코미디언이었습니다. 주로 과테말라의 부패한 정치를 풍자하는 쇼에 출연해 국민들의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2007년에는 한 쇼에서 대통령 후보를 연기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그가 맡은 역할은 실현할 수 없는 헛된 공약을 내세워 선거 도중 하차한 대통령 후보였습니다.

코미디언으로서 부패하고 타락한 정계를 향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온 모랄레스는 2014년 대선 출마를 선언합니다. 그러나 정치판은 또 달랐습니다. 정치 기반도, 자신을 밀어주는 세력도 없을 뿐더러, 같이 출마했던 다른 대선 후보가 큰 인기를 끌고 있어 지미 모랄레스의 지지율은 상당히 낮았습니다. 당시 그의 지지율은 1%도 안 됐죠.

그런 지미 모랄레스에게 천금 같은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당선이 유력했던 대선 후보가 부패 스캔들에 휘말린 것입니다. 실망한 국민들은 그에게 등을 돌렸습니다. 모랄레스는 이 기회를 살려 ‘나는 부패하지 않았고, 도둑도 아니다’라며 청렴한 이미지를 앞세워 민심 공략에 나섰습니다. 이 방법은 잘 통했고 지미 모랄레스는 65%가 넘는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대통령으로 뽑혔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당선 후에 터졌죠. ‘가난한 아이들에 스마트폰 지급’, ‘교사들 GPS 의무 착용’ 등 터무니없는 공약을 내세우기에 바빴습니다. 또 소수 정당 소속이었던 모랄레스는 의회에서도 힘을 발휘할 수 없었습니다.

또 선거 당시엔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는 공약을 앞세워 당선됐지만, 대선 과정에서 불법자금을 조성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모랄레스의 부패를 조사하러 온 UN 관리를 국가 이익, 법치 강화를 핑계 삼아 추방 명령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그의 지지율은 점점 바닥을 찍기 시작했죠. 또 2018년에는 성범죄 의혹에도 연루되면서 사람들은 지미 모랄레스에게 등을 돌렸죠.

결국 그는 대통령 연임에 실패했습니다. 깨끗한 이미지와 부패 척결을 약속하면서 당선됐지만, 당선 이후 실망스러운 행보를 보인 모랄레스의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 셈이죠.

약자 위한 영웅에서 스캔들 주인공으로

필리핀에는 시장, 상원의원, 부통령에 이어 대통령까지 오른 영화배우가 있습니다. ‘조지프 에스트라다(Joseph Estrada)’ 입니다.

조지프 에스트라다는 1957년 영화배우로 데뷔했습니다. 1989년까지 100여편의 영화에 출연한 필리핀 국민 배우인데요, 주로 약자를 위해 힘쓰는 주인공 역을 맡아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조지프 에스트라다는 연기 말고도 정치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1969년 필리핀 마닐라 산후안시의 시장으로 당선된 그는 17년 동안 시장직을 맡았습니다. 이후 1987년에는 필리핀 상원의원으로 활동했고, 1992년에는 부통령에 올랐습니다.

정치인으로 활동하면서 연기 생활도 열심히 한 그는 파마스상(FAMAS Awards·Filipino Academy of Movie Arts and Sciences Awards·필리핀 영화 협회에서 영화 산업에 업적에 기여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상)에서 최우수남우상을 다섯 번이나 수상했습니다.

이렇게 본업은 물론 정치인으로서의 커리어도 차곡차곡 쌓아온 그는 대선에도 출마했습니다. ‘가난한 사람을 위해 위하는 사람’이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빈민 구제, 관료 부패 청산을 약속했습니다. 국민들의 사랑과 신뢰를 얻은 조지프는 득표율 40%로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그러나 조지프 에스트라다의 행보는 실망스러웠습니다. 많은 여성들과의 스캔들이 터진 것은 물론 자신의 측근 100명 이상을 주요 보직에 앉혔습니다. 또 후보 시절 약속했던 일자리 알선, 서민 주택 공급 등 서민을 위한 공약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습니다.

에스트라다가 대통령이 된 이후 필리핀 경제 상황은 갈수록 나빠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불법 도박 스캔들에도  휩말렸습니다. 불법 도박을 한 것도 모자라 불법 도박업체로부터 250억원에 달하는 뇌물까지 받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참다못한 필리핀 국민들이 들고 일어났습니다. 결국 2001년 1월 조지프 에스트라다는 탄핵당했고 종신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러나 조지프 에스트라다가 죗값을 치르는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에스트라다 후임 대통령인 글로리아 아로이요는 에스트라다의 가택 연금을 허용하고 6년 뒤 그를 사면했습니다.

자유의 몸이 된 그는 배우로 스크린에 복귀했죠. 다시는 정치에 발을 들이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그것도 잠시, 그는 다시 대선에 출마했습니다. 비록 낙선했지만 그때도 26%가 넘는 꽤 높은 지지율을 얻었습니다. 대선에서 떨어진 그는 2013년 마닐라 시장으로 출마해 당선됐고 2019년까지 부임했다고 합니다.


글 시시비비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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