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2021년 12월 발표한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2020년 3737만9000명에서 2025년 3561만명으로 감소하고, 2070년에는 1736만8000명으로 급감해 반토막 날 것으로 보인다. 생산연령인구 감소는 생산연령인구 감소는 노동 공급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곧 경제 규모 축소로 이어진다.

정부가 이를 막기 위해 정년 연장이나 재고용 방식 등을 통해 만 60세 정년이 지난 직원을 기업에서 계속 일하도록 하는 ‘고령자 계속고용제도’를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 고령층 고용 활성화로 생산연령인구 감소 충격을 덜겠다는 방안이다.


우리나라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50년 후에는 현재의 절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면서 정부가 정년 이후에도 일할 수 있는 ‘고령자 계속고용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조선DB

◇생산연령인구 감소, 고령층 인력 활용으로 해결

정부는 2월 10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고령자 계속고용제도 도입 등의 내용을 담은 ‘제4기 인구정책 TF 주요분야 및 논의방향’을 공개했다.

고령자 계속고용제도는 기업에 60세 정년 이후 일정 연령까지 고용 연장 의무를 부과하되 재고용, 정년 연장, 정년 폐지 등 고용 연장 방식은 업체가 선택하도록 하는 제도다. 직접적인 정년 연장은 아니지만 고령층이 정년 후에도 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기업의 일손 부족을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계속고용제도 도입 추진에는 급격한 생산연령인구 감소가 영향을 미쳤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15∼64세 인구는 2020년 3737만9000명에서 2025년 3561만 명으로 4.7%(176만9000명) 줄어든다. 이는 2019년 당시 추계보다 25만명 더 줄어든 수치다.

15∼64세 인구는 매년 30만~40만명씩 줄어들어 50년 뒤인 2070년에는 2020년보다 2001만1000명(53.5%) 줄어든 1736만8,000명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일할 인구가 예상보다 빨리 줄어 들자 정부가 인구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고령 인력을 활용할 계속고용제도를 꺼내든 것이다. 일각에서 의무적인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기재부 관계자는 “계속고용제도는 일괄적인 정년 연장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정부는 향후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연구회 결과를 토대로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하고 관련 논의를 추진해나갈 방침이다. 이와 함께 고령자에 대해서도 연령 계층별로 차별화된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고용 지원을 위한 직업훈련과 취업 정보 제공 등 고령층 고용 인프라를 확충하기로 했다.

◇인건비 가중, 청년 일자리 감소…실효성 의문

정부가 고령자 계속고용제도를 처음 언급한 건 3년 전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2019년 9월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정년 문제를 정책 과제화할 단계는 아니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폭넓은 사회적 논의를 시작할 필요는 있다”며 계속고용제도 도입 여부를 2022년부터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당시 경영계는 난색을 보였다. 한 기업 관계자는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생산연령인구 감소를 고령층 인력 채용 확대로 대응하겠다는 발상은 전형적인 탁상공론”이라며 “고령층 인구 증가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기업에 전가하려는 시도”라고 했다.

또 당시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고령자 계속고용제도는 정년연장을 추진하는 것과 같다. 상대적으로 고임금인 고령자의 계속고용은 기업 부담을 가중할 우려가 있다”고 밝히면서 논의는 진전되지 못했다.

정부가 지금도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고령자 계속고용 장려금 지원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1인당 월 30만원씩 2년간 지원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라 기업들은 ‘실효성이 없다’며 반기지 않고 있다. 한 중소기업 업체 대표는 “정년을 채운 고령자는 보통 임금이 신입사원보다 많게는 3배 이상인데 계속고용을 제도화하면 기업에 부담이 클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국내 기업 10곳 중 6곳은 근로자 정년 연장에 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021년 9~11월 근로자 5인 이상 기업 1021사를 대상으로 고령자 고용 정책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중 58.2%가 60세를 초과하는 정년 연장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정년 연장에 부담을 느낀다고 응답한 기업들은 인건비(50.3%)를 가장 큰 부담 요인으로 꼽았다. 또 기업 53.1%는 현시점에서 만 60세를 초과해 정년이 연장될 경우 신규 채용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취업박람회를 찾은 청년 구직자들의 모습. /조선 DB

정년 연장이 청년 일자리를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 교수는 지난해 발표한 ‘정년 연장의 고용효과’ 연구논문에서 2016년 정년 연장 이후 상용근로자의 증가가 이뤄졌고, 이는 매년 1만~1만2000개의 청년 일자리를 잠식할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20년 5월 발표한 ‘정년 연장이 고령층과 청년층 고용에 미치는 효과’에서도 10~999인 규모의 비교적 소규모 사업체에서 10명의 정년을 연장하면 15~29세 고용이 약 2명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이미 민간 기업에선 대규모 희망ㆍ명예퇴직이 이뤄지고 있을 만큼 조기 퇴직 경향이 심한 상황이다. 생산성 향상을 최우선으로 하는 민간 산업 현장에서 고령자 채용 확대로 이어질 계속고용제 도입에 적극적일지는 미지수다.

◇일본은 계속고용제도 이미 도입, 미국·영국은 정년 폐지

저출산과 고령화로 생산연령인구가 감소하는 건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고령자 계속고용제도는 우리나라보다 고령화를 일찍 겪은 일본이 이미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일본은 2004년 고연령자 고용안정법을 개정해 기업이 근로자의 정년을 65세까지 연장, 정년 폐지, 계속고용제도 도입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이 개정안에 따라 일본 기업은 2006년부터 3개 방안 중 1개를 반드시 선택해야 한다. 한국노동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09년 기준으로 일본 기업 10개 중 8개(82.1%)가 계속고용제도를 도입했다.



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일본에선 이미 고령자 계속고용제도를 도입, 활용하고 있다. /조선DB

싱가포르는 2019년 정년을 기존 62세에서 65세로 점진적으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또 정년 재고용도 연장했다. 정년 재고용은 정년을 맞아 은퇴하는 직원에게 재고용 기회를 부여하는 제도다. 그동안 재고용을 받으면 62세부터 67세까지 최대 5년간 일할 수 있었지만, 정년을 3년 연장하면서 이를 70세까지 늘렸다. 홍콩은 2017년 공직자의 정년을 65세로 연장했다.

미국은 1986년에 정년제를 없앴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퇴직시키는 것은 또 하나의 차별’이라는 이유에서다. 영국도 2011년 같은 이유로 정년제를 폐지했다. 독일은 현재 65세인 정년을 2029년까지 67세로 연장할 계획이다. 연금 등 국가 재정 부담을 완화하고 숙련공의 기술 노하우를 더 활용하기 위해서다.

프랑스는 2010년 정년을 60세에서 62세로 늦추고 연금 수령 시기를 65세에서 67세로 연장하려 했지만 반대 여론에 막혀 원점으로 돌아갔다. 러시아도 은퇴와 연금수급 연령을 2028년까지 순차적으로 늦추려다가 반발이 커지자 여성만 상향하는 것으로 절충했다.

글 시시비비 키코에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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