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넷플릭스, 인스타그램….

세계인이 실생활에서 즐겨 찾는 글로벌 서비스다. 동영상 공유 서비스 유튜브의 경우 전체 사용자 수가 20억명을 넘어섰고, 스트리밍 미디어 넷플릭스도 전세계 2억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 중이다.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 또한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가 20억명을 넘어섰다. 세 개의 플랫폼의 사용자 수를 더하면 42억명. 2021년 기준 세계 인구가 78억여명이라고 하니, 세계 절반 이상의 사람이 세 가지 서비스 중 하나는 이용 중인 셈이다. 말 그대로 글로벌 서비스다.

이들의 공통점은 또 있다. 바로 ‘피벗(pivot·사업 전환)’에 성공한 기업이라는 점이다. 피벗이란 기업이 소비자와 시장 변화에 맞게 사업 방향을 신속하게 바꿔 새로운 서비스나 비즈니스 모델을 내놓는 것을 뜻한다. 초기 사업 모델이 실패하더라도 사업을 접는 대신 방향을 틀어 연관 신사업에 도전하는 것이다. 원래 피벗의 사전적 의미는 물체의 균형을 잡아 주는 중심점이라는 뜻이다. 주로 스포츠에서 쓰는 표현으로, 농구 경기 등에서는 볼을 잡고 있는 선수가 한 발을 땅에 딛고, 다른 발을 옮겨 디디면서 회전한다는 의미로 쓴다. 미국 벤처기업가인 에릭 리스(Eric Ries)가 2012년 저서 ‘린 스타트업(lean startup)’에서 ‘피벗’이라는 단어를 비즈니스 분야에 처음 적용했다.

◇유튜브, 넷플릭스, 인스타그램의 초창기 사업 모델은…

최근 국내에서도 월간 사용자 수 1200만명을 넘기면서 한국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넷플릭스가 처음부터 잘나갔던 건 아니었다. 넷플릭스는 인구 1만명의 작은 도시인 미국 캘리포니아주 스콧밸리에서 비디오나 DVD 등을 우편으로 배달해 주는 서비스로 시작했다. 평소 ‘비디오 마니아’로 불릴 정도로 비디오를 좋아하던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가 DVD 대여 사업을 처음 떠올렸다. 비디오를 집에서 편하게 받아 보고, 반납할 때에도 우편함에 넣어두기만 하면 되는 기존 비디오 대여점과 차별화한 서비스였다. 하지만 당시 비디오 대여 시장을 꽉 잡고 있던 기업 ‘블록버스터’를 꺾기는 어려웠다.

고민 끝에 인터넷으로 영화 등을 구매하거나 대여해 주는 서비스로 1차 사업 전환했다. 이때 ‘시네매치’ 서비스도 도입했다. 시네매치는 이용자의 영화 평가를 바탕으로 취향이 비슷한 그룹을 묶고, 그 안에서 다른 이용자가 높은 평점을 매긴 영화를 추천하는 방식이었다. 지금의 알고리즘 추천과 비슷하다. 시네매치 서비스로 사업이 자리잡고, 광대역 웹이 일반화하자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스트리밍 기반 온라인 영화 플랫폼으로 2차 피버팅해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더 나아가 안정적인 수익을 위해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라는 자체 콘텐츠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콘텐츠를 위해 1억달러(약 1192억원)를 투자했고, 2012년 첫 넷플릭스 오리지널 ‘하우스 오브 카드’를 공개했는데, 해당 작품은 넷플릭스 이용자가 선호하는 배우와 감독, 일시 정지를 하는 지점 등 다양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 더 화제였다.
넷플릭스는 하우스 오브 카드를 시작으로 주가가 100배 가까이 올랐고, 시가총액도 2021년 기준 500억달러(약 59조원)를 돌파한 글로벌 회사로 성장했다.


피벗에 성공한 넷플릭스, 유튜브, 인스타그램. /로고 캡처

튜브도 원래는 지금과 다른 사업 모델로 시작했다가 넷플릭스와 비슷한 피벗 과정을 거쳤다. 2005년 창업 당시에는 튠인훅업(Tune in hook up)이라는 젊은 남녀를 위한 온라인 데이팅 동영상 사이트였다. 사용자가 자신의 이상형을 설명하는 비디오를 올리면 상호 매칭해주는 서비스였다. 그러나 사람들이 관련 영상 올리지 않자 아예 아무 영상이나 쉽게 올리고 감상하는 사이트로 사업 방향을 바꿨다. 유튜브는 피벗 1년 만에 급성장했고, 2006년 16억5000만달러(약 1조9000억원)에 구글이 인수했다. 현재 세계 최대 동영상 사이트로 자리 잡았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은 2021년 4분기(10~12월)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주력 사업인 인터넷 광고에서 612억40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 전년 동기보다 33% 늘었다. 이 중 유튜브 광고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5% 증가한 86억 3000만달러였다.

2010년 탄생한 인스타그램도 원래 소셜 네트워크 게임 스타트업인 마피아워즈(Mafia Wars)와 위치 기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인 포스퀘어(Foursquare)의 기능을 결합한 버븐(Burbn)이라는 스타트업이 시초였다. 처음에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이용자가 스토리를 공유하고 사진을 올릴 수 있도록 단계별로 만들었다. 앱에 여러 기능을 넣었지만, 이용자들은 사진을 공유하는 데에 관심을 보였다. 여기에 착안해 언제 어디서나 사진을 공유할 수 있는 이미지 기반 SNS로 사업을 전환해 성공했다. 2011년 1월부터는 사진을 찾기 쉽도록 해시태그 기능을 도입했다. 2012년 4월 페이스북이 10억 달러에 인수했고, 현재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가 20억명을 넘어섰다.

◇코로나19 상황으로 피벗의 중요성 부각

유튜브나 넷플릭스, 인스타그램의 피벗 과정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급변하는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소비자 행동에서 인사이트를 얻었다는 점이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국내에서도 피벗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다.


원래 텐트를 만들던 회사 지누스는 매트리스 기업으로 피버팅했다. 텐트를 제조할 때 쓰던 압축 포장 기술을 매트리스 배송 시스템에 적용했다. /지누스 홈페이지 제공


국내 침대 제조 회사인 지누스가 대표적이다. 지누스는 원래 텐트를 만들던 회사였다. 2000년대에는 글로벌 텐트 시장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회사 상황이 어려워지자 과감하게 침대 매트리스 제조 회사로 피버팅했다. 지누스는 텐트를 제조할 때 보유하고 있던 압축 포장 기술을 매트리스 배송 시스템에 적용했다. 매트리스는 무겁고, 부피가 커서 전문 배송 기사가 직접 운반해 설치해야 한다는 불편함에 주목했다.

지누스는 보유 기술로 고객이 택배를 받아 포장을 풀면 압축된 매트리스가 원상태로 부풀어  바로 매트리스를 쓸 수 있게 했다. 따로 배송 기사를 기다리거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없어진 셈이다. 피벗 이후 사업은 빠르게 성장했다. 2014년 947억원이던 지누스의 매출은 꾸준히 올랐다. 2021년 매출만 1조원에 달했고, 아마존에서 미국 내 매트리스 온라인 판매 1위를 달성하는 등 해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코로나19로 소비자가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주거 관련 소비가 늘었고, 온라인 소비 방식으로 변화하는 상황에 빠르게 대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마이리얼트립 홈페이지. /마이리얼트립


온라인 여행 플랫폼인 마이리얼트립도 성공적인 피벗 사례로 꼽힌다. 2012년 설립한 마이리얼트립은 해외 현지 여행사나 개인 가이드 등을 국내 개인 여행객과 연결하는 서비스를 했다. 현지 가이드와 여행객을 직접 연결해 복잡한 유통 구조에 따른 비용 증가와 품질 저하와 같은 패키지 상품의 문제점을 해결했다. 2016년부터 주요 관광지의 박물관과 미술관 등의 입장권 판매를 시작했고, 2017년부터는 숙박, 2018년부터는 항공권 판매도 했다. 창업 6년 만인 2018년 월간 거래액이 100억원을 넘어섰다. 코로나19 확산 직전이었던 2020년 1월에는 월 거래액이 520억원에 이르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부터 자유로울 순 없었다. 해외 사업 비중이 99%에 달했던 마이리얼트립은 큰 타격을 받았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월 거래액이 13억원까지 급감했다. 520억원(2020년 1월)이 하루아침에 10억원(2020년 4월)대로 떨어진 것이다. 결국 마이리얼트립은 과감한 피버팅에 나섰다. 1%에 불과했던 국내 사업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2020년 5월에 제주에 처음으로 지사를 세우고, 현지 직원을 뽑고 상품을 개발했다. 또 국내 여러 지역의 여행 상품을 소싱하고, 고객의 후기를 분석해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해외 사업에 집중했던 사업 구조를 국내 여행 중심으로 바꿔 나갔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2020년 10월 기준 월 거래액은 104억원으로 전년 동월보다 30% 올랐고, 7월에는 432억원의 대규모 투자도 받았다.


글 시시비비 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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