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150만원에, 과제 20장’

최근 온라인에서 논란이 된 보조작가 모집 공고 내용이다. 월급이 최저임금 기준에 못 미칠 뿐 아니라, 20장이 넘는 단막극 대본을 내라는 등 무리한 과제를 요구해 논란이 됐다. 2022년 법정 최저임금은 최저시급 9160원. 주 40시간 근무(유급 주휴 포함)를 기준으로 한 월급은  191만4440원이다. 최저임금 위반 사례와 복잡한 계산법을 알아봤다.

드라마 ‘사랑의 온도’에서 드라마 작가를 연기한 배우 서현진, 황석정. /SBS
보조작가 모집 공고. /온라인 커뮤니티

2021년 2월10일 한 드라마 작가 지망생 커뮤니티에 ‘글라인’의 보조작가 모집공고 글이 올라왔다. 글라인은 KBS2 ‘제빵왕 김탁구’, SBS ‘낭만닥터 김사부’ 등을 쓴 강은경 작가가 이끄는 작가 그룹이다. JTBC ‘기상청 사람들’을 쓴 선영 작가와 ‘미스티’ 제인 작가, ‘부부의 세계’ 주현 작가, 영화 ‘극한직업’ 허다중 작가 등이 글라인에 소속돼 있다.

공고를 보면 소속 작가들의 작품이 나열돼 있고, 보조작가를 모집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선발되면 수습기간 3개월 후 최종 채용된다는 설명이다. 급여는 150만~200만원으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과제를 함께 제출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과제는 이솝우화 ‘개미는 베짱이’를 모티브로 한 20장 내외의 단막극 대본이다.

공고를 접한 작가 지망생들은 커뮤니티에 “150만원부터인데 수습기간에 과제까지 웃음만 난다. 이런 황당한 공고는 안 올라왔으면 좋겠다”, “과제를 줄거면 샘플비를 책정하던가”, “작가 노동력이 이렇게 우습게 평가절하되다니”, “2차 면접 후 과제를 줘도 되는거 아니냐. 지나친 갑질”, “150~200 이렇게 써놓고 200만원 주는 곳 못 봤다”, “열정페이를 넘어 도둑이다”라고 비판했다.

비난이 쏟아지자 글라인 측은 “풀타임 고정형 근무가 아닌 파트타임 근무 형태의 작가 채용을 위한 공고”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보조작가의 업무 영역이 넓은 데다 창작 업계 특성상 밤샘이 일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책정된 임금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여기에 유명 작가 집단에서 낸 모집 공고라서 더 공분을 불러 일으켰다.

창작 업계 외에도 최저임금 밑에 있는 청년들은 많다. 미용업계가 대표적이다. 2021년 11월 청년세대 노동조합 청년유니온 조사에 따르면 미용실 스태프의 평균 시급은 6287원이었다. 2021년 최저임금(8720원)의 70% 수준에 불과한 시급을 받고 일한 셈이다. 미용업계의 최저임금 위반율은 94.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평균 주당 근로 시간은 약 48시간으로, 통상적인 전일제 근로자의 근로시간(40시간)보다 길었다.

미용실 스태프 과정과 승급 시험을 거쳐 헤어디자이너로 올라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들의 2021년 평균 시급은 7697원이었고, 최저임금 위반율은 75.6%에 달했다. 하지만 주당 근로시당은 평균 약 53시간으로 장시간 노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저임금 위반 폭로 사례. /온라인 커뮤니티

최저임금 미만 경험담이 가장 많이 쏟아지는 곳은 아르바이트다. 2021년 청년유니온 조사에 따르면 청년 알바생 10명 중 3명이 최저시급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카페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알바도 대감집에서 하라”는 글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은 적어도 최저임금이나 주휴수당을 챙겨주지만, 그마저도 주지 않는 매장이 많다는 얘기다.

실제로 한 커뮤니티에서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지원하려다 점주로부터 시급이 6500원이라는 문자를 받았다는 사연이 공유되기도 했다. 일명 ‘꿀알바’라는 게 최저임금 시급 기준보다 낮게 임금이 책정된 이유다. 한 유명 셰프의 레스토랑에서 일했다는 직원도 업소의 최저임금 위반 실태를 고발했다. 그는 “약 8개월 정도 주 6일, 하루에 13~14시간을 일했지만 월급은 70만원이었다”며 “관두기 몇 개월 전에는 약 100여만원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당시 일한 시간과 수당을 계산하니 시급이 1280원 정도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사업주들에게도 나름의 이유는 있다. 코로나19 방역지침으로 영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월세와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쪼개기 고용이 늘었고, 일자리 감소와 인력감소로 노동 강도가 높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밖에 임금피크제로 정년을 앞둔 직장인의 임금이 최저임금 이하로 깎이는 사례도 있다. 임금피크제는 정년을 보장하되 일정 나이부터 임금을 삭감하는 제도다. 쉽게 정년보장과 임금삭감을 맞교환하는 제도로 이해하면 된다. 한 신용정보사에서 일하는 직장인 A씨는 20년 넘게 근무했지만, 임금피크제를 회사 측과 합의하면서 2021년 월급이 기존 월급보다 절반 가량 줄었다. 앞으로 2년간은 기존 급여의 40%, 그 다음 2년은 30%씩 받을 예정이다. 마지막 2년 동안 받을 월급은 최저 임금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한다. 임금피크제는 노사자율인만큼 임금 감액 폭이 천차만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직장의 신’에서 첫 월급을 받은 직장인을 연기한 배우 정유미. /유튜브 kbs world 캡처

내가 받는 급여, 최저임금 이상일까?

‘월급 80만원, 매주 월~금 하루 4시간씩 근무’

이런 아르바이트 공고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언뜻 보기에 최저시급(9160원)으로 계산한 월급 73만2800원보다 훨씬 많아 보인다. 하지만 이 모집 공고는 최저임금을 위반한 사례다. ‘주휴수당’을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금을 제대로 계산하기 위해선 먼저 ‘주휴수당’을 알아야 한다. 주휴수당은 일주일간 일하기로 한 날을 다 채운 근로자에게 사업주가 유급 주휴일을 보장하는 것이다. 만약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4시간씩 매주 출근했다면, 토요일과 일요일 중 하루의 유급휴일이 생기고, 하루치 임금이 생기는 것이다.

최저시급 9160원 기준 하루 4시간씩 일하는 알바생의 하루 임금은 3만6640원이지만, 주휴수당까지 포함하면 최저주급은 21만9840원, 최저월급은 87만9360원이 돼야 한다는 얘기다.

직장인의 경우 ‘209시간 곱하기 시급’으로 계산하면 최저월급이 나온다. 209시간은 하루 8시간씩 주5일로 한 달을 계산했을 때 발생하는 주휴일(35시간)을 포함한 것이다. 209시간에 올해 최저시급 9160을 곱하면 191만4440원이 최저월급이 된다. 연장과 야간, 휴일근로수당 등은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 식대나 교통비같은 복리후생비와 정기상여금도 최저임금 산입금액을 따져 계산해야 한다.

한편 2021년에 근로계약을 맺었다 해도 2022년에는 새해에 맞게 최저임금을 받아야 한다. 최저임금법은 강행규정이기 때문에 근로계약서를 새로 작성할 필요는 없지만, 근로자가 원하면 쓸 수 있다. 근로계약을 1년 이상 체결한 경우에는 수습기간 중 3개월까지 최저임금의 90%를 지급할 수 있다. 최저임금액보다 적은 임금을 지급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글 시시비비 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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