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카카오 금융 계열사 카카오페이에서 일부 임원이 스톡옵션 행사로 주식을 동시에 매도하는 ‘먹튀 논란’이 있었습니다. 카카오페이는 2021년 11월 3일 코스피에 상장했는데요, 회사 임원 8명이 상장 후 약 1개월 만에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으로 받은 44만993주를 한 번에 매각했습니다. 이들이 챙긴 현금은 878억원에 달했습니다. 경영진은 기업공개 후 주식을 의무로 보유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이용해 많게는 수백억원이 넘는 돈을 손에 쥐었습니다. 이 일로 카카오페이 주가는 2개월 사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주주와 카카오페이 직원들은 임원들의 먹튀 행각에 분노했습니다.

먹튀 논란으로 카카오페이의 대표 내정자가 교체됐습니다. 또 경영진의 스톡옵션을 포함한 주식 의무보유 윤리규정도 생겼습니다. 여기에 임직원들의 근무 형태까지 달라지게 됐는데요, 카카오페이는 오는 2022년 5월 선택적 근로시간제(선택근로제)를 도입하고, 7월에는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기로 했습니다. 재계에선 임원 먹튀 논란으로 카카오페이가 직원 달래기에 나섰다는 말이 나오지만, 사측은 “예전부터 직원 처우 개선을 위해 논의하던 방향이고, (스톡옵션 대량 매도 논란 이후) 노사 협의로 진행된 내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스톡옵션 매도 논란으로 카카오 공동대표 내정자 자리에서 사퇴한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 /연합뉴스 유튜브 캡처

◇야근해도 수당 못 받는 포괄임금제

카카오페이는 2017년 창사 이후 포괄임금제를 유지해왔습니다. 포괄산정임금제도라고도 부르는 포괄임금제는 실제 근무시간을 따지지 않고 기본 임금에 기타 수당 일정액만 지급하는 임금 제도입니다. 쉽게 말해 연장·야간·휴일 근무 수당이 따로 없고, 이를 급여에 포함시켜 일괄 지급하는 것입니다. 매일 정시 퇴근한 직원과 하루 3시간씩 야근하고 주말에도 회사에 나온 직원의 급여가 같죠.

그 동안 IT 업계에서 포괄임금제를 적용하는 곳이 많았습니다. 특히 크런치 모드(게임 출시 직전 일정 기간 고강도 근무를 하는 것)가 있는 게임 회사들은 대부분 포괄임금제를 통해 직원에게 급여를 줬습니다. 개발자들은 연일 밤샘 근무를 해도 정해진 급여 외 별도 수당을 받을 수 없었고, 매일 ‘공짜 야근’을 해야 했습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문화가 노동계에 퍼지면서 인력 이탈이 생겼고, 게임 회사들은 포괄임금제를 없애기 시작했습니다. 2017년 펄어비스를 시작으로 3N(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 등도 포괄임금제 폐지에 동참했습니다.

카카오페이는 포괄임금제를 없애고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는데요, 이는 취업규칙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근무 시작과 종료 시각을 근로자 결정에 맡기는 근로시간제입니다. 일정 기간을 단위로 정해진 총 근무시간 범위 안에서 근로자가 원하는 대로 출퇴근 시각을 조정할 수 있는 것이죠. 유연하게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는 이유로 ‘플렉스 타임제(flex time)’라고도 부릅니다. 유연근무제의 하나로, 1960년대 독일에서 처음 도입한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오늘날 세계 각국에서 활용하고 있습니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면 1주일 평균 52시간(기본 40시간과 연장근로 12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근로자가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습니다. 기본 근무시간 외 초과 근무한 시간만큼 보상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카카오페이 임직원들은 7월부터 근무 시간에 비례한 연장근로 수당 등을 받습니다. 카카오페이는 하루 중 필수 근무 시간대인 ‘코어 타임(core time)’도 두지 않기로 했습니다.

MBCNEWS 유튜브 캡처

◇포괄임금제 고집하는 기업도 여전

근로자가 일한 만큼 보상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포괄임금제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기업은 여전히 포괄임금제를 고집하고 있습니다.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크래프톤이 대표적인데요. 크래프톤은 포괄임금제와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결합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는 있지만, 임금은 정해진 만큼만 준다는 것입니다. 노동계에선 포괄임금제와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함께 운영하면 정확한 근무시간을 측정하기 어려워 공짜 야근이 일상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크래프톤이 포괄임금제를 유지하는 이유는 뭘까요. 바로 장병규 의장과 김창한 대표의 경영 철학 때문입니다. 장병규 의장은 주52시간제 자체에 부정적인 기업인입니다. 그는 “기업에 주52시간제를 적용하는 건 국가가 일할 권리를 빼앗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합니다. 젊은 나이에 장시간 몰입해 일한 경험으로 서비스를 성공시킨 경험에서 나온 발언입니다. 그의 말에서 몰입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습니다.

주52시간 근무제에 부정적인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유튜브 캡처

“네오위즈에 있을 때 카이스트 출신 개발자가 2명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일주일 동안 사무실에서 안 나가고 개발만 했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일했는데, 계산해 보니 주110시간이 넘었죠. 다른 사람보다 3배 가까이 일한 셈인데, 결과는 3배가 아니라 10배 넘게 차이가 났습니다. 몰입했기 때문이죠.”

김창한 대표도 입장은 비슷합니다. 그는 포괄임금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공개석상에서 밝히기도 했는데요, 그 이유로 그는 “크래프톤 같은 게임 회사는 컨베이어 벨트로 돌아가는 공장 회사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크래프톤은 2021년 개발직과 비개발직군 직원 연봉을 각각 2000만원, 1500만원 인상한다고 발표해 업계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공장 회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포괄임금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경영진의 철학에 얼마나 많은 구성원이 공감하고 있을까요?

☞유연근무제

근로자 여건에 따라 근무시간이나 형태를 조정할 수 있는 제도. 탄력적 근로시간제·선택적 근로시간제·재량근로제 등 크게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 근로기준법 51조에 근거를 둔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특정일의 근무시간을 연장하는 대신 다른 날의 근무시간을 단축해 일정 기간 평균 근무시간을 법정노동시간에 맞추는 방식이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1개월 단위로 미리 정한 총 근무시간 범위에서 출퇴근 시간과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정하는 제도다.

재량근로제는 주 52시간 범위에서 직원 스스로 재량껏 근무시간을 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예를 들어 연구직·기자·PD·관리직 등은 업무 특성상 사용자가 직원이 얼마나, 어떻게 일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때문에 사측이 근로자와 ‘하루 몇 시간 일한 것으로 본다’고 합의하고 근무한다. 이를 재량근로제라 한다.

글 시시비비 영조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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