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와 NFT(대체불가능토큰) 등 최근 인기 높은 IT 분야 관련 민간 자격증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2년간 한국직업개발능력원 민간자격정보서비스에 새로 등록된 메타버스 자격증만 메타버스비즈니스전문가, 메타버스취업트레이너, 메타버스비즈니스지도사, 메타버스콘텐츠활용지도사 등 22개에 이른다. 그러나 이 가운데 상당수가 실용성 없는 ‘무늬만 자격증’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건 물론, 실제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메타버스 열풍 타고 민간 자격증 난립
“메타버스 강사과정 수강생 모집, 2주 30시간 비대면 교육, 수강료 120만원.”
전문가를 양성해 자격증까지 준다는 한 단체의 수강생 모집 문구다. 강좌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온라인에 올라온 실습 결과물부터 초보자 수준이기 때문이다. 사용한 프로그램도 네이버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가 무료 공개한 ‘빌드잇’이다. 빌드잇은 누구나 가상 공간을 쉽게 만들 수 있게 개발한 프로그램으로, 기본 조작법만 익히면 강의를 따로 듣지 않아도 프로그램 이용에 무리가 없다는 게 제페토 측의 설명이다.
다른 자격증 강좌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체로 메타버스에 대한 이론 수업과 메타버스 플랫폼인 이프랜드, 제페토, 개더타운을 직접 해보는 실습수업이 주를 이룬다. 실습 내용은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업무 공간이나 회의 장소를 직접 만들어보고 아이템을 배치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메타버스 생태계를 풍부하게 만드는 아이템 제작에 필요한 3D 모델링 프로그램 ‘마야’와 같은 프로그램 수업은 강의 과정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또 실제 메타버스 제작 현장에서 함께 따라오는 개념인 대체불가능토큰(NFT)이나 경제 구조, 블록체인 기술에 관해서는 설명이 부족하거나 없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수강생은 이와 같은 수업을 모두 듣고 민간단체에서 자체적으로 준비한 시험에 통과하면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모든 업체가 자격증 시험을 치르고 있는 것은 아니며 강의 수강만으로도 자격증을 내주는 곳이 대부분이다. 한 수강생은 “수업 내용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쳐 사실상 수강생 전원이 자격증을 받는다”고 말했다.
수강 시간과 수강료는 업체마다 천차만별이다. 대체로 20시간 내외의 수업이 50만원 안팎이다. 최고 120만원짜리 속성 과외도 있다. 금액이 작지 않은 데도 상당수 과정은 학급마다 10~20명을 채울 정도로 수강생이 끊이지 않고 있다.
메타버스 미래 유망직업은 메타버스 건축가, 아바타 디자이너, 메타버스 크리에이터 등 전문성을 요구하는 게 많다. 이들은 3D 모델링이나 디자인, 프로그래밍 등 높은 수준의 능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2주만의 짧은 수업으로 이를 뒷받침할 능력이나 지식을 쌓기는 어렵다.
한 메타버스 전문가는 “높은 수강료에 비해 교육 내용은 기초적인 맵이나 캐릭터 만들기 등으로 미흡하다”며 “자격증 취득은 수강생 입장에서 해당 산업을 조금이나마 공부했다는 만족감을 충족하는 데 그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격증 한 개가 아쉬운 취준생들의 궁박함을 활용한 상술이 IT 열풍을 타고 슬그머니 확산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넘쳐나는 민간자격증, 관리·감독은 부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21년 12월 30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에서 ‘메타버스 크리에이터’를 비롯한 총 18개 신직업을 발굴해 국가자격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도 정부 차원에서 개발할 계획이다. 정부 공인 국가자격이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검증되지 않은 민간자격증과 교육 프로그램이 난무하면서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민간자격기본법에 따르면 법인, 단체, 개인은 법에 명시된 특수 분야를 제외한 전 분야에서 민간자격을 신설할 수 있다. 민간자격등록을 신청한 자는 최소 3개월의 심사과정을 통해 민간자격을 부여받는다. 법을 위반하거나 국민의 생명·안전에 위협이 되는 등 지정된 금지 분야에 해당하지 않으면 자격 내용에는 제한이 없다. 사실상 누구나 민간 자격증을 만들 수 있는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자격증은 넘쳐난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민간자격정보서비스에 등록된 민간 자격증 수는 2022년 2월 현재 4만4896건에 이른다. 2019년부터는 매년 5000건 이상의 민간 자격증이 신설되고 있다. 2021년에 등록된 새 민간 자격증만 5943개다.
관리·감독 체계도 엉망이다. 정부는 담당 부처별로 민간 자격증 등록 절차에만 관여할 뿐 자격증의 직무 내용이나 합격 조건 등 질적인 부분은 따로 심사하지 않는다. 제대로 교육이 진행되는지, 시험 과정에서 부정행위가 없는지 등을 감독하는 경우는 사실상 없다.
국가자격이 아닌 민간자격은 50만~100만원대 비용 대비 시장 효용성에 대해 검증된 바 없다는 점이 문제다. 메타버스 업계 관계자는 “메타버스 관련 협회가 난립하고 있어 제대로 된 교육과정을 갖춘 곳을 가려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과거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분야에서도 수많은 자격증 과정이 우후죽순 생겼다 사라진 적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취준생이라면 자격증 취득에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메타버스를 운영하는 한 기업 관계자는 “최근 기업들은 어학 점수나 자격증 등 정량 요인보다 지원자의 직무 적합성을 훨씬 중요하게 본다”며 “민간 자격증을 여러 개 취득해도 실무 능력을 현장에서 입증하지 못하면 취업이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메타버스(Metaverse) : 초월(Meta)과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과 연계된 가상세계라는 뜻이다. 닐 스티븐슨이 1992년 발표한 소설인 ‘스노우 크래쉬’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로, 작가는 소설에서 메타버스를 가상세계의 대체어이자 컴퓨터 기술을 통해 3차원으로 구현한 상상의 공간이라는 뜻으로 사용했다. 메타버스는 흔히 가상세계와 같은 개념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정확히는 현실과는 별개의 가상세계가 아닌 ICT 기술을 활용해 가상세계와 현실이 융합된 세계를 의미한다. 아바타로 구현된 개개인이 가상 세계에서 만나 서로 소통하고 놀거나 업무를 보는 모든 활동이 메타버스라고 할 수 있다.
글 시시비비 키코에루
시시비비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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