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 ‘악마판사’의 극본을 쓴 문유석 작가는 원래 판사였다. 1997년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를 시작으로 23년간 법관으로 일하다 2020년 법복을 벗었다. 그는 판사로서, 한 명의 시민으로서 자신이 보고 느낀 것들을 틈틈히 기록했다. 법관으로 일하면서도 그는 2015년부터 거의 1년에 한 권꼴로 책을 펴냈다. 그렇게 쓴 책이 ‘개인주의자 선언’, ‘미스 함무라비’, ‘쾌락독서’, ‘판사유감’ 등이다. 미스 함무라비는 2018년 JTBC 드라마로도 제작됐다.
드라마 ‘성균관스캔들’ 출연진(왼쪽 사진), 인터넷 커뮤니티에 돌아다니는 정은궐 작가 관련 트윗. /KBS 드라마 ‘성균관스캔들’,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2010년 인기리에 방영된 TV드라마 ‘성균관스캔들’과 ‘해를 품은 달’의 원작을 쓴 정은궐(필명) 작가 역시 직장인이었다. 퇴근 후 취미로 로맨스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는 그는 드라마 방영 당시 한 해 8억원의 인세를 번 것으로도 유명하다. ‘세자빈의 발칙한 비밀’, ‘꿈꾸듯 달 보듬듯’ 등 인기 로맨스 웹소설을 쓴 정무늬 작가도 골프장 캐디, 여행사 직원, 영어캠프 도우미 등으로 일하며 소설을 쓰다 웹소설 시장에 뛰어들어 성공한 사례다.
이들의 공통점은 도를 닦듯 작정하고 글을 쓰지 않았어도 작가로 성공했다는 점이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얼마든지 작가로 이름을 알릴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 무엇이든 성공한 선례가 있으면 용기가 생기는 법. 요즘 직장인들 가운데선 이들처럼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글쓰기에 뛰어드는 이들이 많다.
“카카오 브런치 통해 글쓰다 우연히 책까지 냈네요”
직장인 작가들이 글을 쓰는 방법은 다양하다. 퇴근 후 혼자 쓰기도 하고, 주말마다 마음 맞는 사람들과 만나 스터디 식으로 쓰기도 한다. 요즘에는 예전에 비해 글을 유통하는 플랫폼들이 늘어나 예전보다 빠르고, 수고를 덜 들이고도 자신의 글을 평가받을 수 있어 글쓰기 실력을 키우는 속도도 빨라졌다.
브런치 작가 신청방법 소개 페이지. /카카오 브런치
대표적인 채널이 카카오가 운영하는 ‘브런치’와 웹소설 플랫폼들이다. 브런치는 주로 개인적인 경험을 소재로 한 글들이 많이 올라오는 편이다. 직장에서 있었던, 혹은 집에서 있었던 일들이나 자동차, 마케팅 등 자신의 관심사에 대한 정보와 이에 대한 자신의 의견들, 육아 또는 반려동물에 대한 이야기 등이다. 브런치 글은 독자들이 읽어보고 마음에 들면 해당 작가의 글을 받아볼 수 있는 구독할 수 있어 자신의 글에 사람들이 얼마나 관심이 있는 지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브런치에 글을 쓸 수 있는 작가가 되는 건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다.
일정 수 이상 브런치에 글을 올려야 하고 그 글들이 하나로 관통하는 주제를 가지고 있어야 하며 글의 품질 또한 나쁘지 않아야 한다. 내 마음대로 쓸 수 있었던 블로그나 개인 홈페이지에 비하면 상당히 까다롭지만 브런치 작가로 데뷔하고 싶은 이들은 굉장히 많다. 왜냐하면 작가가 되기가 어려운 만큼 브런치에 글을 쓴다고 하면 어느 정도 글쓰기 실력을 인정받았다고 볼 수 있는 데다, 운이 좋으면 출판의 기회까지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브런치에 등록된 작가 5만명 가운데 그간 출판에 성공한 작가가 2900명이라고 밝혔다. 브런치 작가 100명 중 5명은 책을 낸 출판작가라는 이야기다. 그간 출간한 도서의 수는 4900권이라고 밝혔다.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브런치 출신으로 출판에 성공하면 평균 2권 정도는 책을 냈다는 계산이 나온다. 오늘도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내기 위해서 수 많은 사람들이 출판사에 기고를 하며 ‘맨 땅에 헤딩’을 하고 있는 이 상황에서 브런치 작가들은 글에만 신경을 쓰면 데뷔할 수 있는 기회를 비교적 쉽게 얻을 수 있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실제 베스트셀러 도서 ‘90년대생이 온다’의 임홍택 작가도 직장생활을 하면서 느낀 점을 브런치에 써 책을 낸 케이스다. 그는 CJ그룹에 입사해 CJ인재원에서 신입사원 입문 교육을, CJ제일제당 소비자팀에서 VOC(Voice of Customer, 고객의 소리)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그는 이 경험을 통해 90년대 출생한 신입사원들과 소비자들을 마주할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이전 세대의 사고방식과는 다른 그들의 생각에 충격을 받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웹소설 플랫폼 통한 작가 데뷔도 열려
정경윤씨가 쓴 작품들. /도서출판 가하 제공
tvN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원작자인 정경윤 작가 또한 일을 하면서 웹에 소설을 써 올려 히트를 친 케이스다. 그는 드라마 원작 소설 이외에도 ‘붉은 종달새’, ‘낮에 나온 반달’, ‘크리스마스의 남자’ 등을 웹소설 플랫폼에 올려 성공했다. 그가 연재한 글은 매회 조회수가 100만 건 이상 나왔다.
정 작가는 약사이면서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그는 약국 구석 작은 책상에서 틈틈이 글을 썼다. 집에 돌아와서도 그는 아이들이 잠에 들면 졸음을 참으며 소설을 썼다고 했다. 하루 3~4시간 밖에 자지 못해 코피를 흘리고 멍할 때가 많았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쓸 때는 심지어 둘째를 임신 중이었다. 그는 2010년부터 작품을 쓰기 시작해 8년 동안 총 14편을 썼다. 직장에 다니면서도, 아이를 돌보면서도 체력과 의지만 있으면 글쓰기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걸 정 작가는 스스로 증명해냈다.
정 작가가 성공을 거둔 분야인 웹소설은 브런치나 다른 채널들보다는 보다 장르적인 글을 쓰는데 적합하다. 무협이나 판타지, 로맨스 소설 등이 웹소설에서 많이 읽히는 장르다. 다만 웹소설 플랫폼마다 이용자들이 선호하는 장르가 다르기 때문에 웹소설을 쓰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어떤 플랫폼에 자신의 글을 올리는 게 적합할 지 미리 알아보는 게 좋다.
소설은 주변의 일이나 자신이 겪은 일을 주로 쓰는 수필보다는 전문성이 필요하다. 때문에 처음 진입할 때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 웹소설의 특징이나 집필 요령 등을 알려주는 클래스들은 온·오프라인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온라인에선 유튜브 같은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무료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웹소설로 성공한 작가들이 여는 유료 온라인 클래스도 많다. 오프라인 아카데미를 다니며 기본기를 다질 수도 있다. 웹소설 작가 지망생들끼리 모여 독서회 등의 스터디를 통해 서로 아이디어와 노하우를 공유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브런치든 웹소설 플랫폼이든 작가로 데뷔하고 싶다면 무엇이든 일단 써보는 걸 추천한다. 일단 써봐야 본인이 소질이 있는지를 알 수 있고, 글은 자꾸 써봐야 실력이 늘기 때문이다. 정 작가 역시 “처음부터 성공을 바라지 말고 일단은 욕심 없이 해보라”며 “그래야 꾸준히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무작정 본업을 놓지 말라”며 “내 경우도 (소득이) 안정적인 약사라는 직업이 있었기에 오랜 기간 소설을 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글 시시비비 포도당
시시비비랩
미스 함부라비..? 아...!
미스함무라비 도저히 못봐주겠던데
이왜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