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브랜드 의류의 진품 여부를 두고 온라인 패션 플랫폼 1위 무신사와 리셀(되팔기) 플랫폼 1위 크림이 충돌했다. 무신사가 수입·판매한 명품 티셔츠를 네이버 자회사인 크림이 모조품(짝퉁)으로 판별하면서다. ‘100% 정품 보증’을 내세우고 있는 무신사는 크림에 대해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에서 정·가품 신뢰 문제는 업계 신뢰는 물론 존폐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 이슈로 꼽힌다. 티셔츠 하나를 두고 두 대형 플랫폼이 신경전을 벌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가품 논란이 불거진 것이 한두번은 아니지만, 최근 온라인 명품 구매와 리셀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이 같은 짝퉁 논란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가품 논란이 인 피어오브갓 에센셜 티셔츠. /무신사




◇티셔츠 한 장에 플랫폼 신뢰도 흔들

무신사와 크림의 갈등은 2022년 1월 한 소비자가 무신사 쇼핑몰에서 구입한 미국 럭셔리 브랜드 ‘피어오브갓’의 에센셜 티셔츠를 되팔기 위해 크림에 검수를 의뢰하면서 시작됐다. 소비자 간 거래를 중개하는 크림은 판매 과정에서 정품 여부와 품질을 검수한다. 이 과정에서 ‘가품’ 판정이 나온 것이다.

‘가품일 시 200% 보상’, ‘100% 정품 보장’ 정책을 내걸고 있는 무신사는 궁지에 몰렸다. 무신사 쇼핑몰을 통해 유통되는 제품 중 가품이 나올 경우 플랫폼 신뢰도가 한 순간에 바닥을 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고객들의 명품을 정확하게 검수한 뒤 되팔아야 하는 크림 입장에서는 가품이 아닐 경우 ‘리셀’의 첫 단계인 검수에 치명적인 약점이 잡히게 된다.  

무신사는 한 달 여에 걸친 제품 검수 끝에 ‘가품이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놨다. 무신사는 피어오브갓의 공식 판매처인 팍선을 비롯해 국내외 검증 전문기관에 정품 여부를 의뢰해, 해당 브랜드 상품이 모두 100% 정품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2월 22일 판매를 재개했다.



무신사가 22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에센셜 상품 개체 차이. 티셔츠 밑단 내부 봉제 방식이 서로 다른 모습. /무신사



하지만 크림은 재차 공지사항을 통해 다수의 에센셜 가품이 접수되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크림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에센셜 일부 상품 중 가품이 의심되는 경우 거래 여부와 관계없이 무상 검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업계는 정∙가품 논란으로 맞붙은 두 업체의 사활이 걸린 문제인 만큼 이번 갈등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비록 티셔츠 하나에서 불거진 문제지만, 온라인 플랫폼 시장이 성장하면서 예견됐던 문제”라면서 “시시비비를 가리는 데는 오래 걸리더라도, 앞으로 병행 수입 유통경로를 더 꼼꼼히 들여다보고 검수 과정도 더 까다로워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선 긍정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명품∙리셀 시장 커지며 가품 논란도 확산

그러나 100% 정품 보상을 내걸고 있는 중개 플랫폼에서도 정·가품 문제가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들 플랫폼은 철저한 구매 프로세스를 통해 정품을 판별하고 혹여나 검수한 제품이 가품으로 판별될 경우 3배 보상을 내걸기도 하지만 100%의 확률로 정품을 판별하기란 쉽지 않다.

앞서 무신사가 운영하는 솔드아웃 등 국내 플랫폼뿐 아니라 글로벌 1위 리셀 플랫폼 스탁엑스에서도 가품을 정품으로 검수한 이력이 있다. 크림 역시 검수 과정에서 가품을 발견하지 못하고 정품으로 유통하기도 했다.

네이버 자회사 크림 모바일 화면. /크림



크림이 검수했던 ‘조던1’ 운동화가 재검수 결과 최종적으로 ‘가품’이라는 것이 확인돼 공식 사과문을 게재하기도 했다. 솔드아웃에서도 재검수한 제품이 가품으로 판별되면서 구매 고객에게 300% 보상을 진행한 적도 있다. 스탁엑스 역시 국내 업체들보다 검수 기준이 느슨한 탓에 정·가품 이슈는 물론 품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판매가 이뤄졌던 명품거래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활성화되면서 명품의 가품 논란에도 불이 붙었다. 특허청에 따르면 위조상품 신고 및 제보 건수는 2018년 5557건에서 2019년에 6864건, 2020년 1만6935건 등으로 매년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고가의 명품을 취급하는 명품 플랫폼의 경우 정·가품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가품 논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구매할 수 없는 온라인쇼핑의 특성상 정품 판매 여부는 고객 신뢰도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온라인 명품 플랫폼 캐치패션의 광고, 가품시 200%를 보상하겠다고 강조한다. /캐치패션 유튜브 캡처




특히 명품은 대부분 프랑스나 이탈리아 등 해외에서 제품을 공수해오기 때문에 유통 경로가 불분명할 경우 가품의 위험성이 커진다. 이 때문에 명품 플랫폼은 외부 판매자를 통해 제품을 매입하는 병행수입 대신 현지 부티크와 공식 계약관계를 맺고 직매입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또한 일부 명품 플랫폼은 자사 판매 제품이 정품이 아닐 시 100~200% 보상을 진행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디지털 정품 증명서를 발급하는 업체도 늘고 있다.

그럼에도 명품 플랫폼 역시 정·가품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일부 상품의 유통경로가 불분명하며, 여러 유통과정을 거칠 경우 중간에 가품이 섞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정·가품 모니터링 주체가 회사 직원들이라 정품 판별을 위한 전문성을 갖기 어렵다는 것도 문제다.

◇가품은 진화하는데…경험과 노하우만으로?

가품 논란을 없애기 위해선 정품 판정을 위한 전문성이 요구된다. 그러나 전문성을 갖추는 게 쉽지 않다. 특별한 교육기관을 찾기 어려운 데다, 새로운 상품이 매일 출시되기 때문이다.

결국 정품 인증을 위해 내세우는 게 경험과 노하우. 자체적으로 검수 팀을 갖추고 있는 리셀 플랫폼이나 정품 인증업체들은 직원 선발 후 내부 연수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전문가를 키울 수밖에 없다.


크림의 검수 크루가 운동화, 시계 등의 정품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크림

정품 인증 업체들은 로고의 모양과 포장 상자, 더스트백, 모양 및 재료, 바느질 상태 등을 주로 확인한다. 그러나 한 브랜드에서 여러 해외 공장에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주문을 낼 경우 상품별로 차이가 날 수 있다. 무신사가 외부 인증업체의 인증 결과를 제시하며 “크림이 개체별 특성을 인정하지 않고 가품 취급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리셀 플랫폼 이용자가 많아지면서 가품의 위험도 높아졌다. 가품의 품질이 정품 못지않게 정교해지고 있는 데다, 정품 상자 안에 가품 제품을 넣어두는 등 업자들의 수법이 진화하고 있어서다. 반면 리셀 플랫폼 업체들은 시간에 쫓긴다. 빠르게 검수해 물품을 유통하다 보니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샤넬, 루이비통 등 꾸준히 팔리는 명품이 아닌 이상 상품 고유의 특징을 일일히 파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가품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주체는 해당 브랜드 뿐인데, 플랫폼 간의 싸움에 굳이 나설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글 시시비비 키코에루

시시비비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