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이 스스로 이동하고 연결하는 미래차 시대가 가까워졌다.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이 나오면서다. 기술의 발전이 그리 달갑지 않은 이들이 있다. 전통 제조업의 대표 격인 자동차 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이라면 고민은 더 클 듯 싶다. 내연기관 자동차 부문을 비롯해 자동차 산업 전반에서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영화 ‘백 투 더 퓨처’로 잘 알려진 드로이안 모터 컴퍼니의 DMC-12가 전기차로 재탄생한다고 알려졌다. /온라인 커뮤니티



코로나19 사태 이후 저탄소·디지털 경제로 전환되면서 정부는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는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한국판 뉴딜’,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 등이다. 그린 뉴딜 육성 산업에 따라 가장 눈에 띄게 성장한 분야가 전기자동차 시장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공개한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 동향 및 특징’ 보고서를 보면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 시장은 연평균 22.3%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에 반해 내연차 관련 일자리는 2019년 대비 2030년까지 3만5000개가 사라질 수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부품사·대리점·정비소·주유소도 모두 일자리 줄어

내연차는 전 부문이 서로 강력히 연결된 탓에 전기차 보급 확산과 맞물려 관련 일자리가 모두 위협을 받고 있다. 완성차 업체를 비롯해 엔진과 동력전달장치 등 내연기관 전용 부품 생산 협력업체의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경제연구소 캠브리지 이코노매트릭스가 2018년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내연기관차 1만대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인력은 9450명이지만, 전기차는 3580명 정도에 그친다. 이밖에 자동차 생산에 영향을 받는 정비업이나 판매업, 주유 분야도 고용 충격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실제로 현대·기아차는 2022년부터 전기차 생산을 늘리는 대신 내연기관차 생산을 줄이고 있다. 2040년부터는 아예 전기차만 생산할 계획이라고 한다. 한국GM이나 쌍용차도 비슷한 상황이다. 규모가 큰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서둘러 업종을 전환하고 있다. 전기차 부품을 개발하고, 전기차 부품 제조업체를 인수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나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2~3차 부품 업체는 살아남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내연차는 엔진 부품만 6900여개에 달하지만, 전기차의 엔진인 모터 부품은 6개 정도 뿐이기 때문이다. 엔진뿐 아니라 배기관, 머플러, 연료탱크 등 수많은 부품을 만드는 제조업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자동차연구원 자료를 보면, 내연차 부품 업체는 2019년 기준 2815곳이지만, 2030년 전기차 전환이 33%까지 올라서면 부품업체 수는 1915곳으로 감소한다. 업체 수가 줄어드는만큼 고용도 줄어드는 셈이다.

판매 분야도 안심할 수 없다. 전기차 온라인 판매가 늘어나면 대리점이 줄어들어 판매직 인력 감소가 불가피하다. 미국 전기자동차 브랜드 테슬라는 딜러 없이 온라인으로 직접 차량을 판매하고 있다.


전기차 충전소. /현대차


전기차 전환에 따른 일자리 감소는 전기차 보급률 전국 1위인 제주도만 봐도 알 수 있다. 제주도에 등록된 전기차는 2013년부터 보급이 시작된 후 2021년까지 총 2만5571대가 있다. 실제 도내 운행차량(40만2703대) 대비 6.35%로, 점유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다.

하지만 제주도 지역 내연차 정비소와 주유소는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전기차는 배터리와 모터로 구동해 내연차처럼 기름 연료를 넣지 않는 데다 엔진 고장이 발생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 정상 운행에 문제가 생겨도 제조사가 처리해야 하는 구조다. 또 내연차의 경정비 대상인 엔진오일이나 변속기오일 등 각종 오일류나 엔진 및 변속기 관련 부품 자체가 전기차에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비 수요가 없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25년 제주지역 전기차가 22만대로 늘면 주유소는 109곳으로 줄어들고, 정비소는 64곳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기차 전환이 속도를 낼 2030년에는 도내 전기차가 37만대로 증가할 경우 주유소는 13곳, 정비소는 21곳만 남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자동차 산업에서 수요가 늘어난 직군도 있다. 연구개발(R&D) 및 소프트웨어 분야 엔지니어다. 자동차가 거대한 전자기기화되면서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이들 인력이 주로 고연봉의 정보기술(IT) 분야로 몰려 인력 확보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탄소 산업, 석탄화력발전 종사자도 위기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 외에도 고탄소 산업이 위축되면 피해보는 곳 중 하나가 석탄화력발전 분야다. 정부는 전체 석탄화력발전 58기 가운데 28기를 2034년까지 폐지하고, 이 가운데 24기를 천연가스(LNG) 발전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석탄화력발전을 운영 중인 발전공기업 5곳과 민간기업 1곳의 종사자는 약 5600명에 이른다. 여기에 원료운반, 보조설비 운전 등을 맡고 있는 협력사 종사자는 8000명 정도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특히 협력사 종사자들의 인력 감소가 일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석탄화력발전뿐 아니라 철강이나 석유화학, 정유, 시멘트 산업도 중장기적으로 저탄소 경제를 준비하기 위해선 체질개선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저숙련 단순반복 직종이나 오프라인·대면서비스업 관련 직종이라면 어느 산업이나 일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정부의 대책은?

정부는 전기차 등 신산업 분야가 부상하면서 일자리 위기에 처한 산업 종사자 10만명에게 재취업을 위한 교육을 지원하기로 했다. 내연차와 석탄화력발전 분야가 우선 지원 대상이다. 수요조사를 거쳐 상시 훈련과정을 만들고, 훈련비 부담을 줄여주는 방식이다.

직무전환 훈련을 하는 재직자에게는 장기 유급휴가를 주고, 기업에는 인건비와 훈련비를 지원한다. 지원금은 1인당 300만원이 넘는다. 장기 유급휴가 기간은 기본 한 달 이상이지만, 직무전환 훈련을 위한 유급휴가 지원에는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는다.

또 대기업이 협력사 재직자 등을 대상으로 훈련 인프라를 제공하면 정부 지원 한도를 20억원에서 39억원으로 확대한다. 공공기관과 대학이 참여하는 ‘노동전환 특화 공동훈련센터’를 만들어 지역 근로자도 양질의 직무전환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인력 조정이 발생할 경우 전직 예정자의 노동시간을 단축해주는 기업에도 인건비 등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내연차와 석탄화력발전 기업에서 이직한 뒤 실업상태에 놓인 근로자를 채용하는 기업에는 채용보조금을 지급해 빠른 재취업을 지원한다는 계획도 있다. 또 디지털 전환에 따른 고용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대책도 내놨다. 디지털 훈련을 제공하는 기업에 소요되는 훈련비를 90%까지 상향 지원한다고 한다. 지원 대상은 2025년까지 400만명이다.

글 시시비비 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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