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류식 ‘원소주’ 출시하는 가수 박재범
700억원대로 커질 프리미엄 소주 시장
트렌드에 맞춰 포장도 '힙'하게

2022년 2월 25일 국내 소주 시장에 새로운 브랜드 ‘원소주(WON SOJU)’가 출시될 예정입니다. 원소주는 가수 박재범이 만든 소주입니다. 박재범은 그동안 소주에 진심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2018년 ‘소주(SOJU)’라는 곡을 발매하면서 소주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습니다. 또 미국에서는 제이지가 샴페인, 조지 클루니가 데킬라 사업을 하는 것을 예로 들면서 “한국 힙합, 아시아 쪽에 자신의 술 브랜드를 가진 사람이 없다”며 주류 사업에 대한 의지를 나타냈습니다.

박재범 인스타그램

그렇게 박재범은 2021년 초 주류 스타트업 ‘원스피리츠(WON spirits)’를 설립했습니다. 증류식 소주 장인을 만나 연구하고 제품을 개발한 끝에 국내산 쌀을 발효시킨 증류식 소주를 출시합니다. 원소주는 도수 22%에, 375ml 기준 소비자가는 1만4900원입니다. 박재범은 출시 전 많은 사람들에게 시음을 하고 의견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재범은 하입비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저희 아버지도 ‘부드러워서 맛있다’고 하셨고, 백종원 대표님도 ‘야, 맛있다. 잘 만들었다’고 하셨다”고 말했습니다. 또 국내 출시에 이어 해외 진출도 암시했는데요, “출시와 함께 한국 증류식 소주의 우수성을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로 알리며 소주의 글로벌화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박재범이 출시한 원소주는 증류식 소주입니다. 소주를 만드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희석식입니다. 식당에서 주로 마시는 초록병에 담긴 소주가 희석식 소주입니다. 주정(酒精·95% 순수 알코올)에 물과 단맛을 내기 위한 감미료, 신맛을 내는 산미료 등을 넣어 정제한 소주죠. 소매 가격은 360ml 기준 1800원으로 저렴합니다.

다른 하나는 증류식 소주입니다. 증류식 소주는 쌀, 보리, 옥수수와 같은 곡물을 발효해 증류한 술입니다. 전통 방식을 그대로 따를수록 증류식 소주를 만드는 과정이 복잡합니다. 먼저 누룩과 찹쌀로 고두밥을 지어 밑술을 담급니다. 이 술이 익으면 용수(술을 거르는 데 쓰는 도구)를 이용해 걸러냅니다. 걸러낸 술을 소줏고리(양조주를 증류 시켜 소주를 만들 때 쓰는 옹기)에 넣고 불을 뗍니다. 이렇게 한 방울씩 모은 게 증류식 소주입니다.

좋은 재료와 까다로운 과정 덕분일까요, 증류식 소주는 알코올 도수가 높지만 숙취가 덜하고 뒷맛이 깔끔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만큼 가격도 비싸 ‘프리미엄 소주’라고도 불립니다. 최근 이런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국내 주류 출고량은 줄어들고 있는데, 프리미엄 소주 출고량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희석식 소주 광고. /롯데칠성 제공

국세청 국세통계를 보면  2020년 국내 주류 출고량은 321만4807kL였습니다. 2019년(337만6714kL)보다 4.8% 감소한 수치입니다. 국내 주류 출고량은 2016년 이후 5년 연속 줄었습니다. 회식 문화가 점점 바뀌고 있는 데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도 주류 소비량 감소에 큰 영향을 미친 것입니다.

그러나 증류식 소주 출고량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2020년 증류식 소주 출고량은 1929kL로, 2019년 (1714kL)보다 12.5% 증가했습니다. 2015년(954kL)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고량이 증가하면서 시장도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국내 프리미엄 소주 시장은 2013년 100억원 규모에서 2019년 400억원으로 성장했습니다. 주류 업계는 시장이 2023년 700억원대로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프리미엄 소주 시장을 이끌고 있는 대표 제품들의 매출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프리미엄 소주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제품은 화요와 일품진로입니다. 화요는 2005년 광주요그룹이 출시한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입니다. 도자기 회사를 운영하던 조태권 광주요그룹 회장이 고급 한식에 어울리는 전통주의 필요성을 느껴 처음 선보인 술입니다. 그러나 광주요그룹은 화요를 내놓은 뒤 10년간 적자를 낼 만큼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러다 2015년 매출 100억원을 기록하면서 처음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화요 매출은 꾸준히 증가해 2021년 260억원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증류식 소주 시장의 대표 제품 일품진로는 국내 주류기업 하이트진로가 2007년에 출시한 제품입니다. 2021년 일품진로 판매량은 2020년보다 78%나 증가했다고 합니다. 큰 인기를 얻자 하이트진로는 경기 이천공장의 생산라인을 조정해 생산량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이트진로는 2021년 일품진로 21년산을 한정판으로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8000병 한정으로 출시했고 한 병에 16만원이었는데, 모두 팔렸죠.

키 소주(왼쪽 사진)와 토끼 소주. /키 소주, 토끼소주 제공

국내 증류식 소주의 터줏대감인 두 제품 외에도 다양한 증류식 소주가 나오고 있습니다. 화요는 2021년 한국계 미국인 디자이너 겸 외식사업가 ‘에바 차우(Eva Chow)’와 손을 잡고 ‘키(KHEE) 소주’를 선보였습니다. 해외에 한국 문화와 전통 증류식 소주를 알리기 위해 한정 출시한 프리미엄 소주입니다. 젊은 층과 해외 소비자가 많이 찾도록 디자인에도 신경 썼습니다. 언뜻 보면 보드카 같기도 합니다. 키 소주는 국산 쌀과 암반수로 만든 프리미엄 증류주입니다. 알코올 도수 38도와 22도 2종으로 출시했습니다.

해외에서도 증류식 소주를 출시하고 있습니다. 뉴욕 브루클린에서는 토끼(Tokki) 소주가 탄생했습니다. 토끼소주는 2016년 미국인 브랜 힐이 만든 증류식 소주입니다. 브랜 힐은 2011년 한국을 처음 방문하고는 한국 술 문화에 푹 빠졌습니다. 한국 양조장 60여곳을 방문하면서 한국 전통주를 공부했죠. 이후 미국으로 돌아가 100% 찹쌀과 이를 9일 동안 발효시킨 누룩으로 토끼소주를 만들었습니다. 한국 전통주로서 명맥을 잇기 위해 전통방식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밖에 여보(yobo)소주, 서울의 밤 등 다양한 증류식 소주가 출시돼 있습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프리미엄 소주가 특별한 날에만 마시는 술이란 인식이 있었는데, 최근 홈술 문화가 확산하며 집에서도 프리미엄 소주를 즐기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제조 방식 특성상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는데, 최근 술을 마시는 이유가 ‘취하는 것’에서 ‘즐기는 것’으로 바뀌면서 증류식 소주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글 시시비비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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