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물건을 구할 때도, 사람을 구할 때도 온라인 플랫폼을 많이 이용하죠. 사고 싶은 물건이 있거나 채용하고 싶은 사람 혹은 특정 기술을 가진 사람이 필요할 때 인터넷 쇼핑몰을 방문하거나 채용 사이트 등을 찾아보는 식으로 말이죠.

하지만 플랫폼을 끼고 있다고 해서 마냥 안심하고 거래를 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각 플랫폼들이 이용자 간 거래를 모두 모니터링할 수도 없고, 그럴만한 법적 권한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최근 일어난 몇 가지 사례를 보면 플랫폼 거래를 할 때 더 신중해야 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대구 대현동서 중고물품 거래 중 도주하는 차량을 뒤쫓는 남성의 모습. /JTBC 뉴스

2022년 2월 A씨는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 2250만원 상당의 명품시계를 판매한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이 글을 본 대학생 B씨가 관심을 가졌고, B씨는 시계를 사겠다며 A씨에게 만남을 요청했습니다. 대구 북구 대현동에 있는 대학교 앞 골목길에서 만난 두 사람. 물건을 본 B씨는 돈을 보내기 전 마지막으로 진품 여부를 확인하고 싶다며 A씨에게 시계를 달라고 했습니다. A씨는 의심없이 B씨에게 시계를 건넸는데, B씨는 그 길로 차를 몰고 도망쳤습니다. A씨는 B씨가 탄 차량을 뒤쫓다 차에 치여 전치 3주의 부상을 당했습니다. 그 뒤로도 돈을 받지 못한 건 물론입니다.

2021년 10월에도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에서 비슷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한 남성이 명품시계를 구입하겠다며 판매자에게 접근했는데, 손목에 한 번 차보겠다고 하더니 그대로 달아난 것입니다. 이 시계는 시가 900만원 상당의 고가품이었습니다. 같은해 7월에는 당근마켓으로 오토바이를 구매하겠다고 나선 사기꾼이 시승을 핑계로 오토바이에 탑승한 뒤 그대로 달아나버린 일도 있었습니다.

이밖에도 명품가방이나 시계 등을 팔겠다고 해서 믿고 송금했는데 물건은 보내지 않고 그대로 앱을 탈퇴하거나, 메시지를 보내도 답을 하지 않고 잠수해 버리는 사기 사례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돈이나 물건만 잃었다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사건도 간혹 발생합니다. 금, 명품시계 등 고가의 중고 상품을 거래하려다가 보이스피싱 사건에 연루되는 사건 등이 바로 그런 사례입니다.

금을 팔려다 보이스피싱 사기범으로 몰린 피해자 A씨. /JTBC 뉴스

2021년 6월 30대 직장인 A씨는 갖고 있는 금을 처분하려고 당근마켓에 올렸습니다. 며칠 뒤 한 남성이 금 75돈을 사겠다고 연락을 해왔습니다. 돈으로 환산하면 2100만원어치에 해당하는 양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남성은 금을 보기도 전에 계좌번호부터 불러달라고 했습니다. A씨는 의아했지만 계좌번호를 불러줬고 계좌에 돈이 입금되자 금을 내줬습니다. 하지만 거래 10분 뒤 A씨는 보이스피싱 신고로 자신의 은행 계좌가 모두 막혔다는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알고보니 A씨에게 돈을 보낸 사람은 보이스피싱 일당에 속은 피해자였던 것입니다. A씨의 금을 가져간 사람은 사기꾼이었고요. 보이스피싱 단속이 강화되면서 범죄 조직 일당들이 돈을 은행에서 인출하기 어렵다보니 입금 대신 현물을 받아 챙기는 수법을 선택한 결과였습니다.

중고거래 플랫폼을 사용하다가 위험한 상황에 처한 사례도 있습니다. 20대 여성 A씨는 2021년 11월 당근마켓에서 무료로 전자기기를 나눠주겠다는 글을 보고, 글을 작성한 B씨에게 연락해 물건을 받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B씨는 물건을 택배로 보내겠다며 주소를 물었고, A씨는 의심없이 주소를 알려줬습니다. 하지만 A씨의 집에는 물건 대신 B씨가 왔습니다. B씨는 사건 당일 오전 A씨에게 만남을 요청했으나 거절 당했습니다. 그러자 같은 날 오후 A씨의 집에 찾아가 화장실이 급하다며 문을 열어달라고 했습니다. A씨가 문을 열자 B씨는 집안으로 들어가 A씨를 강제로 추행했습니다. B씨는 이미 같은 수법으로 3건의 범죄를 저질러 수사를 받고 있던 피의자였지만 거래 전 A씨가 이 사실을 알 방법은 없었습니다.

2021년에는 오토바이를 팔았다가 6개월 뒤 억울하게 뺑소니범으로 몰린 사건도 있었습니다. 당근마켓을 통해 오토바이를 판매한 A씨가 겪은 일입니다. 사건의 전말은 이랬습니다. A씨에게 오토바이를 사간 사람이 관할 관청에 등록을 하지 않고 A씨 명의가 살아있는 상태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다가 뺑소니 사고를 내고 달아나 버린 것입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A씨는 신상정보가 유출될 것을 우려해 거래했던 내용들을 모두 지운 상태였습니다.

당근마켓은 동네사람들끼리 직접 필요한 중고 물품들을 만나서 거래할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워 2015년 출시됐습니다. 기존 중고거래 카페나 사이트와 비교하면 앱을 통해 만나는 사람 대부분이 동네 사람인 데다, 실제로 만나 물건을 보고 거래를 할 수 있어 사기를 당할 위험도 적어 보였습니다. 그래서 당근마켓은 출시 초기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고 누적 가입자 수가 2000만명에 달하는 거대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신상정보를 모두 공개하지 않아도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 등에 발목이 잡혀 사기꾼들을 걸러내진 못했습니다.

플랫폼을 통한 사기 사건은 비단 당근마켓 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주위의 숨은 고수들을 연결해주는 플랫폼 ‘숨고’ 같은 사람을 소개해주는 플랫폼에서도 분쟁은 일어납니다.

2021년 A씨는 새 스튜디오를 열기 위해 숨고를 통해 인테리어 업체를 소개받았습니다. A씨는 업체에서 제시한 300만원의 비용을 모두 지불했지만 서비스는 제대로 받지 못했습니다. 공사를 하기로 한 인테리어 업자가 애초 공사내용과 일정을 모두 무시한 채 막무가내식으로 대응하며 약속한 대로 일을 해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A씨는 어쩔 수 없이 업자가 마땅히 해줬어야 할 마무리 공사를 셀프로 진행했습니다. 업자의 태도에 화가난 A씨는 업자를 연결해준 숨고에 연락을 해보기도 했지만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는 식의 답변만 받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숨고 사이트 하단에도 ‘개별 판매자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이행, 계약사항 등과 관련한 의무와 책임은 거래당사자에게 있다’는 내용이 쓰여 있습니다.

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전자상거래를 통해 일어나는 분쟁의 90% 이상은 A씨처럼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어떡하냐고요? 경찰에 신고하거나 똥밟은 셈치고 지나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당근마켓이 보이스피싱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이용자에게 안내하는 문구. /당근마켓

물론 플랫폼 업체들 가운데서도 이용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들을 내놓고 있긴 합니다. 당근마켓은 문제를 일으킨 사용자가 범행 후 탈퇴를 하더라도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경찰에 제공할 수 있다는 규정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당근마켓은 또 앱 내에서 문제를 일으킨 거래 상대방이 탈퇴를 했더라도 추후 피해자가 이를 앱에 신고할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신고가 접수되면 해당 사용자는 서비스 이용이 제한됩니다. 사기 범죄의 경우에는 영구 제재 조치가 내려집니다.

하지만 각 중개 플랫폼들이 수사나 형사처벌 권한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사기꾼에게 철퇴를 내리거나 피해를 보상받기 위해선 수사기관에 의뢰를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번거로움을 겪지 않으려면 현재로서는 보이스피싱 예방법과 마찬가지로 각 플랫폼들에서 일어나는 사기 유형을 정확히 알아두고 각자가 조심하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더불어 거래는 가급적 직거래로, 거래시에는 해당 거래가 일어난 사실을 증명해줄 지인을 대동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기술자와 특정 계약을 할 때는 특약사항 등에 계약 내용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에는 기술을 제공하는 이가 어떤 보상을 제공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을 적어 놓는 것도 좋습니다. 문제를 일으킬 작정이 아니면 대부분 특약을 기입하는 데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꼼꼼한 대비만이 현재로서는 최선입니다.

글 시시비비 포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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