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에 전쟁 선전은 포함되지 않는다.”

최근 티에리 브르통 유럽연합(EU) 산업담당 집행위원이 러시아 국영 방송인 러시아투데이(RT) 등의 전쟁 선전 계정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남긴 말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계속되는 가운데 온라인에서는 ‘사이버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RT와 스푸트니크 통신 등이 러시아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고, 가짜뉴스를 퍼뜨리면서다. 특히 소셜미디어가 여론전의 새로운 장으로 떠오르면서 페이스북과 트위터, 구글 등이 우크라이나를 돕는 ‘지원병’을 자처하고 있다. 단순 선전 차단에 그치지 않고, 각 사가 가진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는 모습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빅테크로서 처음으로 우크라이나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MS는 지난 2022년 2월 28일 공식 블로그에 ‘디지털 기술과 우크라이나의 전쟁’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하고, 러시아의 침공에 문제 제기를 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정부와 MS의 협력, 우크라이나를 위한 기술·인도적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브래드 스미스 MS 최고 법률책임자는 글에서 “우리는 금융, 농업, 응급의료서비스, 인도주의적 활동 등 우크라이나의 민간 부문을 대상으로 하는 사이버 공격을 우려하고 있다”며 “이들 각각에 대한 정보를 우크라이나 정부와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우리는 앞으로 디지털 기술이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되길 기대하면서, 서로에게 최선이 될 수 있도록 돕겠다”고 전했다.

MS는 군·방산·공공 부문을 노린 공격의 위협정보와 방어 조치에 필요한 정보를 우크라이나 정부에 제공하고 있다. 또 MS가 운영하는 플랫폼에서 러시아 정부의 선전 활동을 지원하는 콘텐츠와 광고를 모두 차단했다. MS 윈도 앱스토어에서는 RT 뉴스 앱이 사라졌고, MS 검색 엔진 ‘빙’(Bing) 검색 결과에서는 이들 웹사이트가 모두 후순위로 표시되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메타’ 설명을 하는 모습. /공식 유튜브 캡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모기업인 메타 역시 RT와 스푸트니크 통신사에 대한 접속을 제한한다. 먼저 러시아 국영 매체가 자사 플랫폼에서 광고나 수익 활동을 벌이는 것을 막고 있다.

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뉴스 매체를 가장해 허위 주장을 퍼뜨려온 40여개의 가짜 계정과 페이지를 삭제했다. 이 계정들은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배신했다’, ‘우크라이나가 패망했다’ 등의 내용을 퍼뜨린 것으로 전해진다. 앞으로도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게시물은 팩트 체크를 거쳐 가짜뉴스로 판별되면 경고 딱지를 붙일 예정이다.

우크라이나 이용자들에 대한 안전 조치도 추가했다. 자기 프로필과 게시물을 외부에 노출하지 않도록 잠글 수 있는 ‘원클릭 도구’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는 2021년 8월 아프가니스탄 위기 때 아프간 현지에 지원했던 기능이다. 이밖에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 국영 매체 계정으로 페이스북에 접속할 수 없도록 하는 조치도 내놨다.

트위터도 마찬가지다. 트위터 관계자는 “침공 이후 러시아 국영 매체로 연결하는 링크를 공유하는 트윗이 하루 4만5000개가 넘고 있다”며 사이버 전쟁의 심각성을 환기했다. 그러면서 사전에 위험 요소를 감지하고, 가짜뉴스를 적극적으로 삭제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트위터는 러시아 국영 매체 콘텐츠에 대한 팩트체크 기능을 활성화했다. 가짜뉴스를 퍼뜨린 러시아 계정 10여개를 정지 처분 했고, 러시아 국영 매체 웹사이트로 연결하는 링크를 공유하는 트윗에는 경고 딱지를 붙이고 있다.

구글은 러시아 국영 매체의 자사 웹사이트, 어플리케이션(앱), 유튜브 동영상에 광고 게재를 금지했다. 국영 매체 관련 동영상도 유튜브 추천 항목에서 제외했고,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RT의 뉴스 앱 다운로드도 막았다.

앞서 구글은 2월 27일 우크라이나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구글지도의 일부 기능을 차단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의 실시간 교통량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이나 상점에 손님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려주는 기능 등이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 통신은 “해당 정보가 우크라이나 군이나 민간인의 움직임을 (러시아군이) 추측할 수 있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어 임시 차단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 /KBS 화면 캡처
우크라이나 부총리가 ‘스타링크’ 관련 일론 머스크에게 남긴 감사 인사. /트위터

우주개발기업 스페이스X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도 지원 활동에 나섰다. 인터넷 통신위성 ‘스타링크’(Stralink) 서비스를 우크라이나에서 시작한 것이다. 머스크는 트위터를 통해 “우크라이나에서 스타링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며 “위성 단말을 더 옮기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남동부 지역은 러시아 침공으로 통신 서비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 주요 인터넷 사업자(ISP)인 기가트랜스의 인터넷 연결률이 20% 이하로 떨어지는 등 사실상 모든 통신망이 마비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인터넷 연결을 제공할 수 있는 스타링크가 대안 통신망으로 주목 받았다. 스타링크는 지구 저궤도에 소형 위성을 쏘아 올려 인터넷 통신을 제공한다.

앞서 미하일로 페도로프 우크라이나 부총리 겸 디지털혁신부 장관은 머스크에게 직접 도움을 요청한 바 있다. 이후 페도로프는 머스크에게 제공받은 트럭 한 대 분량의 중계기를 트위터로 공유하며 “감사하다”는 말을 남겼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를 방송국과 민간에 제공해 전쟁 상황을 전세계에 알릴 계획이다.

이밖에 기업들의 오프라인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최대 10만명의 우크라이나 난민에게 무료로 단기 숙소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우크라이나에 개발 스튜디오를 둔 게임사 유비소프트는 현지 직원들에게 러시아 침공에 대비한 임시 숙소와 이주 자금을 제공했다고 한다. 또 넷플릭스는 러시아 정부가 현지 서비스 조건으로 내건 20개 채널 송출 규정을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빅테크

빅테크(Big Tech)기업이란 구글, 아마존, 메타, 애플 같은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을 뜻한다. 국내 금융 산업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 온라인 플랫폼 제공 사업을 핵심으로 하다가 금융시장에 진출한 업체를 지칭하는 말로 주로 쓰인다.

글 시시비비 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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