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멸공(공산주의나 공산주의자를 멸함)’ 발언으로 주가 폭락을 이끌어 주주들의 원성을 샀던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최근 투자자들 사이에서 칭찬받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마트 주가가 전날보다 5.8%오른 12만8500원에 장을 마감한 2월 25일이었는데요, 이날에는 장중 13만원까지 주가가 오르기도 했습니다. 최고 18만7000원이었던 2021년 3월 12일과 비교해 주가가 35% 떨어진 상황에서 나온 이마트의 자사주 매입 소식이 주가 상승을 이끌었습니다.

이날 이마트는 2월 26일부터 오는 5월 25일까지 자사주 100만주를 장내에서 매입한다고 공시했습니다. 지난 2019년 8월 10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 이후 약 2년 6개월만에 처음입니다. 100만주는 전체 발행주식 수의 3.6% 수준으로, 주가 12만1500원 기준 1215억원 상당입니다.

최근 증권가에서는 이마트의 미래 주가를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보고서가 연달아 나왔습니다. 12개 증권사가 이마트 목표주가를 최대 26%나 하향 조정했습니다. 이마트가 사업 구조를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수익성이 나빠질 우려가 크다는 게 주된 이유였습니다.

부정적인 전망과 함께 목표 주가도 내려갔습니다. 하나금융투자는 이마트의 목표가를 19만원에서 14만원으로 낮췄고, 삼성증권은 17만원으로 내렸습니다. 이런 와중에 이마트가 자사주 매입을 발표하면서 이마트 주주들은 “용진이형이 나선 덕분에 한시름 놓았다”, “정 부회장이 나섰으니 지금이 이마트 주식을 살 때다”라는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마트 주가는 자사주 매입 발표 이후 꾸준히 올라 3월 3일 기준 13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증권가에선 “이마트가 자사주 매입을 한다고 밝힌 5월까지는 주가가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신세계그룹 뉴스룸 유튜브 캡처

◇주가 부양, 자신감 표현 수단이자 주주환원책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이마트처럼 떨어진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기도 하지만, 실적에 대한 자신감을 표현하거나 주주친화 정책을 펴기 위해 자사주를 사들이기도 합니다.

우리금융그룹은 3월 4일 손태승 회장이 자사주 5000주를 취득했다고 밝혔는데요, 그는 매입 이유를 “올해 그룹 경영 성과에 대한 자신감과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피력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보면 2022년 1월 자사주 매입을 공시한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사만 29곳에 달합니다. 29개 기업이 매수 의사를 밝힌 자사주 규모는 4470억원어치입니다. 셀트리온은 1000억원어치, 셀트리온헬스케어는 500억원어치 자사주를 사들인다고 공시했습니다. 대한제강·SNT모티브·NICE·인선이엔티·고영 등이 100억~3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혔습니다.

글로벌 기업들은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수십년 전부터 자사주를 정기적으로 매입해 왔습니다. 시가총액 3000조원이 넘는 애플은 매년 대규모로 자사주를 사들입니다. 2018년 730억달러, 2019년에는 750억달러를 자사주 매입에 썼습니다. 2021년에는 100조원이 넘는 돈을 들여 자사주를 사들였죠. 애플은 자사주를 매입한 뒤 소각하는데요, 자사주를 매입한 뒤 소각하면 유통 주식 수가 줄어들어 주당 가치가 높아집니다. 기업 순이익을 발행 주식 수로 나눈 값인 주당순이익(EPS)이 오르기 때문이죠. 이런 이유 때문에 자사주 매입은 투자자 사이에서 매수 신호로 여겨집니다.

◇자사주 매입→주가 상승, 얼마나 이어질까

기업이 자사주를 매수하면 주식이 오른다는 건 통계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대신증권 보고서를 보면 지난 2012년부터 2019년 2월까지 9년간 자사주를 사들인 코스피 상장 기업 주가는 자사주 매입 공시 후 60거래일 뒤 평균 8.6% 올랐습니다. 5거래일 뒤에는 2.8%, 20거래일 뒤에는 5% 상승했습니다.

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수급 측면에서도 시장에 새로운 매수 주체가 나타나는 것이라 단기적으로 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은석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 공시 한 달 뒤부터 수익률이 낮아지는 경향이 강해 해당 종목을 한 달간 보유하는 전략이 유효하다”라고 했습니다. 기업의 자사주 매입 공시 소식에 귀를 기울이다 이를 활용해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이들도 있다고 합니다.

최근 자사주 매입 사례를 살펴볼까요. 대신증권이 지난 2월 28일 이사회를 열고 배당금 인상과 함께 자사주 매입을 결의했습니다. 취득 기간은 3월 2일부터 5월 31일까지 약 3개월입니다. 취득 예정 금액은 244억5000만원입니다. 대신증권의 주가는 2022년 1월부터 2월 사이 약 8% 떨어졌습니다. KRX 증권업 지수의 하락률(3.92%)보다 낙폭이 더 컸는데요, 때문에 자사주 매입에 대한 필요성이 이사회에서 나왔습니다. 자사주 매입 결의 발표 이후 대신증권 주가는 2월 25일 1만6300원에서 3거래일 뒤인 3월 3일 1만7900원까지 10% 올랐습니다.


ABC News 유튜브 캡처


◇우크라이나 전쟁 리스크에 자사주 매입했지만, 결과는…

자사주 매입 효과가 매번 나타나는 건 아닙니다. 2월 21일 자사주 매입 소식을 발표한 셀트리온은 자사주 발표 이후 이틀간 주가가 자사주 매입 효과가 매번 나타나는 건 아닙니다. 2월 21일 자사주 매입 소식을 발표한 셀트리온은 자사주 발표 이후 이틀간 주가가 급락해 오히려 발표 전보다 주가가 떨어졌습니다. 게임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크래프톤도 배동근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장병규 의장이 2022년 1월 자사주 매입에 나섰지만, 주가는 횡보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대표이사가 자사주 매입에 동참한 마인즈랩·파미셀·메드팩토·젬백스도 마찬가지입니다. 2021년 11월 29일부터 2022년 1월 17일까지 300억원을 들여 자사주를 매입한 한샘은 도리어 주가가 떨어졌습니다.

최근 자사주 매입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전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꼽힙니다. 기업들은 자사주를 매입해 주가 부양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관망하는 투자자들을 끌어올 만큼 매력적이진 않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아무리 기업이 자사주를 사들여도 결국 실적이 뒷받침하지 못하면 주가 상승은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일을 잘하는 회사가 자사주를 사들여야 주가가 꾸준히 오를 수 있지, 일은 못하는데 자사주 매입을 발표하면 큰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글 시시비비 영조대왕
시시비비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