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짤’로 유명한 가영이 짤(왼쪽 사진)과 도비 짤./ 이누야샤, 해리포터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전 이 세상의 모든 굴레와 속박을 벗어던지고 제 행복을 찾아 떠납니다”, “도비는 이제 자유예요”

인터넷 커뮤니티를 활발히 하지 않더라도 이 짤(인터넷에서 유행하는 그림)들을 본 사람들은 아마 굉장히 많을 것이다. 잘 모르는 이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첫번째 짤은 만화 ‘이누야샤’ 속 가영이고, 두 번째 짤은 영화 ‘해리포터’에 나오는 집요정 도비다. 어디에 주로 쓰이는 짤인고 하면, 퇴사를 선언할 때 혹은 퇴사 이후 후련한 마음을 표현할 때 많이 쓰인다 하겠다.

예전에는 ‘평생 직장’이라는 말이 흔했다. 한 번 입사하면 은퇴할 때까지 한 직장에 다니는 이들이 대부분이었을 때 있던 말이다. 물론 그 직장이 죽을 때까지 일하고 싶을만큼 너무 마음에 들어 그런 건 아닐테다. 아무리 좋은 회사라 해도 직장이란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싫어도, 점심 먹고 졸려서 잠을 자고 싶어도, 오랜만에 화창한 날씨를 만나 놀러 나가고 싶어도 이 모든 욕구를 꾹 참고 나가 버텨야 하는 일터이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본능을 억제하는 대가로 월급을 받는만큼 모두가 찬양하는 직장이라고 해도 아마 평생 다니고 싶은 직장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듯 하다. 다만 그 시절,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가 평생 직장에 다녔던 것은 그저 남들도 이렇게 힘들고 어렵겠거니, 한 번 들어온 직장이면 잘릴 때까지는 다녀야 하는 것이란 생각이 관념처럼 자리잡고 있었서는 아닐지.


퇴사 짤. /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하지만 요즘 세대는 다르다. 요즘에는 평생직장이라는 단어 자체가 무덤 속으로 들어간지 오래다. 고용환경이 불안해 평생직장을 삼고 싶어도 삼을 수 없는 경우가 태반인 데다, 한 번뿐인 인생을 마음에 안 드는 직장에 다니며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아, 혹은 더 좋은 기회를 찾고 싶다는 생각에 새로운 도전을 꿈꾸며 뛰쳐 나오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이나 열악한 처우의 환경에서 일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아니냐고 치부할 수 있지만, 요즘 세대를 보면 꼭 그렇지는 않다. 퇴사율에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겠지만 요즘에는 남들의 다 선망하는, 가고 싶어 몇 해를 그 회사 취업 준비에 쏟아 붓는 ‘신의 직장’이라고 해도 예외가 아니다.

2021년 6월 대표적인 신의 직장인 금융 공기업, 그 가운데서도 금융감독원과 함께 최고의 직장으로 손꼽히는 한국은행에서도 퇴사자가 잇따랐다. 퇴사 러시(rush)는 특히 젊은 2030세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한국은행에서도 핵심 부서라고 여겨지는 금융안정국, 금융시장국의 5년차 직원이 운용사를 비롯한 벤처캐피털(VC) 등으로 이직했다. IT기업과 최근 뜨기 시작한 핀테크 기업 등으로 이직한 이들도 있었다. 한국은행 직원이라는 자부심도 새로운 도전에 대한 열정, 희망은 꺾을 수 없던 모양이다.

대기업의 사정도 마찬가지. 한 대형 화장품 회사는 2020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면세점 사업부 직원들에게 연차 상관없이 퇴사할 경우 1억원을 지급하는 조건이었다. 1억이라는 보상이 연차가 낮은 직원들에게 솔깃하게 다가오긴 했지만 코로나로 어려웠던 취업시장을 생각하면 회사에 있고 싶어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희망퇴직 신청이 대거 몰렸다는 후문이다. 은행권에서도 이 같은 현상은 비슷하게 나타나 희망퇴직 신청시에는 한창 회사에 다닐 연차라도 보상을 받고 회사를 나오는 이들이 많아졌다.

퇴사율이 늘어나고 있는 현상은 통계로도 확인이 된다. 취업 전문 플랫폼 ‘사람인’이 2021년 9월 538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 퇴사율은 평균 15.7%였다. 2020년 상반기의 13.9%와 비교하면 1.8%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퇴직 사유로는 ‘연봉을 높이기 위해서’가 21.4%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은 ‘평가·보상에 대한 불만’ 17.7%, ‘사회적 명망과 규모가 더 큰 회사로 이직’ 14.5%, ‘성장 가능성, 비전이 없어서’ 11.6% 등의 순이었다.

퇴사 시기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사람인 조사에 따르면 입사한 지 사계절도 지나지 않은 직원의 퇴사 비율은 평균 23.2%를 기록했다. 신입사원 네 명을 뽑아놓으면 이중 한 명은 1년 안에 그만 둔다는 의미다. 퇴사자들만 모아놓고 보면 이중 1년을 채우지 못하고 회사를 그만두는 이들의 비중은 43.3%까지 늘어나 거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로 불어난다. 전국의 퇴사자 두 명 중 한 명은 재직 기간이 1년이 채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쯤되면 신입사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2030세대에서 퇴직이라는 결정은 예전 세대에 비해 보다 가볍고 경쾌해졌다고 할 수 있겠다.


퇴사 짤. /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퇴사 후 이직, 혹은 취업준비를 하는 이들이 많다 보니 2030세대를 중심으로는 회사를 관둔다는 아쉬움보다는 새로운 출발을 축하하는 의미로 퇴사를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퇴사를 한다고 SNS에 글을 올리면 왜 그만뒀냐는 궁금증 다음으로 응원한다는 글이 많다. 더불어 예전에는 함께 일하는 동료를 보낸다는 뜻으로 송별회를 했지만 요즘은 새로운 출발을 응원하는 뜻의 축하파티를 여는 분위기다.

퇴사를 축하하고 새 출발을 응원하는 건 모두가 아쉬워할 만큼 좋은 회사를 나와도 마찬가지다. 2021년 1월 퇴사 소식을 알린 김지원 KBS 전 아나운서의 사례도 그런 경우다. 그는 여러 방송사 중에서도 우리나라 유일의 국영 방송사인 KBS, 그 가운데서도 한 해 몇 자리 뽑지 않는 아나운서라는 이름표를 스스로 떼고 회사를 나왔다. 그가 퇴사한 이유는 한의대에 도전하기 위해서. 그는 “조금 더 나답게, 원하는 모습을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다시금 공부가 꼭 필요해졌다”며 한의대 도전 이유를 밝혔다. 그가 KBS에서 한직 생활을 했기 때문이 아니냐며 그의 도전을 비하하고 싶은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그는 2012년 KBS 입사 후 ‘도전 골든벨’, ‘뉴스광장’, ‘뉴스9’ 등 굵직굵직한 프로그램 등을 맡은 능력있는 재원이었다. 용기있는 도전에 그의 주변인들은 물론 그가 한 번도 보지 못한 네티즌들까지 수많은 이들이 그에게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옛날 같았으면 그 좋은 직장을 왜 그만두냐며 배가 불렀다는 반응이 많았겠지만 요즘은 이처럼 새로운 출발을 응원해주는 게 보통이다.

시대가 많이 바뀌면서 직장에 대한 개념도 많이 바뀌었다. 직장은 이제 돈을 벌기 위해 억지로 다니는 곳이라기 보다는 내 생계는 물론 나의 성장을 위해 다니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 성장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면, 내 능력을 제대로 평가받고 있지 못하다고 느끼면 과감히 퇴사를 선택하는 젊은 세대가 많아진 이유다.


글 시시비비 포도당

시시비비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