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경기도 안산시가 산불로 인해 공무원들의 비상근무를 소집하면서 7급 이하 여성 공무원은 제외시킨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을 받았습니다. 2022년 3월 5일 오후 2시쯤 안산시 상록구 장상저수지 근처 수리산 수암봉 자락에서 화재가 났는데요, 소방관 156명과 산불진화대원 772명 등 소방 인력 928명과 헬기 9대가 화재 현장에 투입됐습니다. 진화까지 26시간이 걸릴 정도로 큰 불이였죠.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안산시 재난안전대책본부는 5일 비상근무를 발령하면서 공무원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문자에는 ‘3월 6일 오전 6시부로 비상근무를 발령하오니, 오전 6시까지 비움예술창작소 앞으로 응소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글이 적혀 있었는데요, ‘7급 이하 여직원 제외’라는 문구가 문제가 됐습니다. 비상근무 소집 대상에 성별 구분이 왜 필요하느냐는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이럴 거면 남자 공무원만 뽑아라”, “시대 변화를 읽지 못하는 관리자의 안일한 대처다”, “남자도 여자도 불쾌하게 만드는 지침이다”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습니다.

안산시 측은 작업 특성상 남자 공무원을 동원해야 했다고 설명합니다. 안산시 관계자는 “잔불정리 업무로 공무원 절반이 동원됐는데, 물통을 메고 산을 올라가는 부분에서 7급 이하 여성 공무원이 하기에는 체력적으로도 힘든 부분이 있을 것 같아 그렇게 지침이 내려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성별 구분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는 “비상소집에 응소하지 않은 여성 공무원은 코로나19 역학조사 업무를 보고 있으니 큰 불만이 없기를 바란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비상근무에 응소한 공무원은 비상근무 수당이 따로 나온다고 했습니다.

눈은 왜 남자만 치우나요?

안산시 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보낸 문자는 문자를 받은 안산시 지침이 공정하지 않다고 여긴 공무원의 제보로 알려졌습니다. 사실 이 같은 공무원 사회에서의 성별 갈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요, 지난 1월에는 폭설로 제설 작업에 동원됐던 남자 공무원의 한탄이 누리꾼 사이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공무원 A씨는 1월 20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무원 진짜 열받는다ㅇㅇ’ 제목의 글을 올렸습니다. A씨는 과마다 인원수대로 몇 명을 차출해 제설했는데, 구청 성비가 4대 6으로 여자가 더 많은데도 제설 현장에는 남자 직원밖에 없었다고 적었습니다. A씨는 “윗사람들도 ‘그래도 남자가 나가야지’ 하면서 꼼짝도 안하고, 갔다 오니 따뜻한 커피 마시면서 못본 체 하더라”라고 울분을 터뜨렸습니다. 그는 숙직 근무 정책도 꼬집었습니다. 남직원과 여직원 숙직 비율을 맞추자고 수년간 요청한 끝에 남녀 직원이 동등하게 숙직을 하게 됐는데, 여직원들의 반발로 6개월 만에 숙직 근무만 하는 기간제 공무원을 뽑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숙직 근무 중인 공무원. /진주시공식유튜브 캡처

그간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남성 공무원만 숙직 근무를 해왔습니다. 과거에는 여성보다 남성 공무원이 더 많았고, 사무실에서 밤을 새우는 숙직 근무는 남성이 해야 한다는 인식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가치관도 달라졌고, 여성 공무원의 비율이 늘어나면서 문제 제기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서울 열린데이터광장 자료를 보면 본청, 사업소와 자치구를 포함한 서울시 공무원 여성 비율은 1999년 23%에서 2018년 47%까지 20년간 2배 올랐습니다. 신규 직원만 놓고 보면 이미 남직원보다 여직원이 더 많습니다.

지난 2020년 11월 대구광역시청에서 일하는 공무원 장모씨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냈습니다. 장씨는 대구시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양성평등기본법을 어기고 있다고 목소리를 냈습니다. 그는 여성이 일직(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 남성이 숙직(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근무)을 전담하는 게 문제라고 주장했죠. 장씨는 대구시가 양성평등기본법 제3조를 지키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이 조항에서는 양성평등을 ‘성별에 따른 차별, 편견, 비하 및 폭력 없이 인권을 동등하게 보장받고 모든 영역에 동등하게 참여하고 대우받는 것’으로 정의합니다. 장씨는 “대구시는 청사가 열악해 여성 공무원 휴식공간이 없고, 야간에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대처가 힘들다는 궁색한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고 했습니다. 또 “남성과 여성을 차별하는 당직근무 제도에 합리적인 근거가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일부 지자체는 기존 근무 지침을 바꿔 여성 공무원도 숙직 근무를 하게 했습니다. 서울시는 2018년 12월 여성 공무원 숙직 근무 시범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당직근무 제외 대상자 기준도 임신(출산)자에서 성별 불문 만 5세 이하 양육자, 한 부모 가구 미성년자 양육자로 확대했습니다.

자치구는 구마다 다르지만, 강북구는 2007년부터 여성 직원도 숙직 근무를 해왔습니다. 중앙부처도 여성 공무원 비율이 높은 곳은 남직원과 여직원 모두 숙직 근무를 합니다. 여직원이 남직원보다 2배 이상 많은 여성가족부는 2012년, 법체저는 2015년 통합 당직제를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에서 여성 공무원은 숙직 동참 대신 숙직 전담 기간제 근로자를 뽑기로 하면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죠.

MBCNEWS 유튜브 캡처

소장님 방 청소는 7급, 44세 이하 여직원만

물론 일부 여성 공무원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부당한 지시를 받기도 합니다. 2021년 3월에는 인천 남동구 보건소의 ‘소장님 지시사항’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습니다. 직원들이 업무 정보를 공유하는 통신망에 ‘소장님 방 청소 관련’이라는 공지가 올라왔는데요, 컵씻기와 책상 정리, 일찍 출근해 주전자에 물 가득 채워놓기 등의 할 일이 적혀 있었습니다. ‘화장실 옆에 있는 정수기는 쓰지 말라. 받은 물은 좀 찜찜하다. 다른 데서 받아다 끓여라’는 등 까다로운 물 채우기 조건도 있었습니다.

문제는 청소 담당자의 기준이었습니다. 공지에는 보건소의 7급 이하 정규직 여성이면서 44세가 넘지 않는 직원이 청소를 하라는 글이 적혀 있었습니다. 젊은 여성 직원에게만 소장실을 청소하는 잡일을 시킨다는 비판이 커지자 보건소장은 “강요하는 건 아니다”, “(그래도) 심부름을 시키고 차를 타오라고 하지는 않는다”라고 해명했습니다. 한 직원은 “소장님이 남직원이 청소하면 깔끔하게 되지 않고 찜찜하다는 말을 했다”고 제보했습니다. 소장의 해명에도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습니다. 결국 보건소 측은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순번을 정해서 모두가 돌아가면서 청소하기로 지침을 바꿨습니다.

글 시시비비 영조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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