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은행 점포 1275곳 폐쇄
지점 축소 가속화, 금융 접근성 악화 우려
‘공동영업점’ 등 대안으로 자구책 모색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5년(2016~2021년)간 폐쇄된 국내 은행 영업점은 총 1275곳에 달한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하나은행이 304개(23.8%)로 가장 많았고,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각각 225개, 165개로 뒤를 이었다. 시도별로는 서울이 515개로 가장 많았다. 경기도는 245개, 부산 98개, 대구 74개 순이다.

시중은행의 점포 폐쇄가 잇따르는 가운데 서울 한 은행 영업점에 통합 이전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조선 DB

금융의 디지털·비대면화가 진행되면서 은행 영업점 축소는 몇년 전부터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 모바일과 인터넷 뱅킹 발달로 고객이 영업점을 직접 찾는 일이 급격히 줄면서 은행 입장에서는 비용이 많이 드는 점포를 유지할 이유가 없어졌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거래가 급성장하면서 점포 축소 움직임이 더 빨라졌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고령자와 장애인 등 금융소외계층과 거주지역 내 은행 점포가 없는 주민들의 금융접근성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

효율성만 따지면 그냥 둘 수도, 금융 소외층을 생각하면 무작정 폐쇄할 수도 없어 딜레마에 빠졌던 은행들이 ‘대안 점포’로 제3의 길을 찾고 있다. 편의점과 슈퍼마켓에 이어 ‘한 지붕 두 은행’이 있는 공동 점포도 조만간 문을 열 예정이다.

◇‘한 지붕 두 은행’ 실험 나선 국민·신한은행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2022년 상반기 중으로 경북 영주 등에 공동 영업점을 설치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당초 영주에서만 시범 운영하기로 했지만 사업 범위를 넓혀 2~3곳을 추가로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점포는 한 건물에서 두 은행의 직원들이 함께 업무를 보는 방식이다.  ‘한 지붕 두 은행’인 셈이다. 앞서 2021년 8월 하나은행과 산업은행이 업무협약을 맺고 영업점과 ATM을 공유한 사례는 있지만, 이렇게 은행이 아예 공동점포를 구축하는 건 국내에선 이번이 처음이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본점. /각 사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공동점포 추진은 은행들의 점포 축소 운영에 따른 부작용이 두드러짐에 따라 점포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면서 소외된 계층 없이 누구나 금융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공적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방편으로 마련됐다.

디지털 중심의 금융환경 변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로 비효율적인 점포를 줄이면서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과 은행 점포가 없는 농어촌 지방 지역에 사는 지역민들이 새로운 취약계층으로 부각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0년 인터넷 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60대의 인터넷뱅킹 이용률은 50.5%다. 전년인 2019년보다 23.6%포인트 높아졌지만 아직 절반은 인터넷뱅킹을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금융당국은 은행의 지점 폐쇄를 최대한 자제토록 하는 동시에 영업점 폐쇄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등 은행의 지점 폐쇄를 최소화하고자 했다. 그러나 시대 변화로 은행의 지점 축소를 막지는 못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2021년부터 여러 은행과 하나의 영업점을 함께 이용하는 공동 지점 방안을 논의했고, 은행연합회는 인구가 적은 지방에서 공동점포를 운영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이에 2021년 말부터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공동 지점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국민은행 측이 신한은행에 공동점포 운영 방안을 전달했고 신한은행이 공동영업점을 확대 운영하는 방안을 역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두 은행은 우선 공동지점의 효과를 따져볼 방침이다. 경쟁 은행이 한 공간에서 업무를 보려면 전산, 보안, 영업비밀 등 여러 면에서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특정 지역에서 서로의 영업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야 하는 문제도 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실험이 성공할 경우 공동 지점은 지방에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 공동지점이 확대되면 은행 점포 폐쇄에 따른 금융 소외계층 접근성 하락 문제 해결을 위한 여러 방안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편의점·슈퍼마켓과 손잡는 은행

지점 축소에 따른 금융 공백을 막기 위해 이미 은행들은 대안 점포를 운영하는 등 효율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편의점과 은행을 결합한 ‘편의점 혁신 점포’다.

이는 편의점 공간에 입점한 디지털 은행 영업점 형태로, 24시간 365일 은행 업무가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오전 9시~오후 4시로 제한된 은행 지점 영업시간(코로나 단축 운영 시 오전 9시30분~오후 3시30분) 탓에 불편함을 겪었을 고객이나 은행 지점이 없는 지역에 거주하는 고객들을 위한 대안 점포다.

2021년 10월 하나은행은 서울 송파구에 금융과 유통이 융합된 신개념 지점인 ‘CUx하나은행’을 개점했다. 편의점 내부에 하나은행 스마트 셀프존을 별도 마련해 지능형 자동화기기 스마트 텔러머신(STM)으로 간단한 입출금, 송금, 카드 발급 등의 업무를 할 수 있게 했다. 은행원과의 화상 상담도 가능하다.

신한은행·GS25가 강원 정선군에 오픈한 편의점 혁신 점포(왼쪽)와 하나은행·CU가 서울 송파구에 선보인 편의점 혁신 점포의 모습. /신한은행·하나은행

신한은행도 2021년 11월 GS25와 함께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에 편의점 혁신 점포를 오픈했다. 이체 업무, 카드 발급, 공과금 납부 등의 80여가지 업무를 처리할 수 있으며, 스마트 키오스크(무인 단말기)기반의 AI(인공지능) 은행원도 볼 수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금융 취약계층을 위해 격오지와 도서 지역 위주로 금융특화 편의점을 순차적으로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편의점형 은행 점포는 앞으로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업계가 최근 타깃으로 삼은 MZ세대(1980~2000년대생)를 공략하기에 유리할 뿐 아니라, 접근성이 좋은 전국 편의점을 활용해 금융 접근성을 높일 수 있어서다.

편의점 혁신 점포에 이어 2022년에는 ‘슈퍼마켓 은행’이 개점을 준비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3월 서울 광진구 소재 GS더프레시 광진화양점 안에 은행 점포를 마련한다. 건국대 상권과 지역 주민을 고려해 입지를 정했다. 상주하는 은행원은 없지만 디지털데스크 화상 상담으로 은행 디지털영업부 직원을 만나 대부분의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디지털데스크 상담은 은행 영업시간보다 긴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가능하다.

GS더프레시 광진화양점 내에 문을 여는 신한은행 혁신 점포에 도입될 디지털 데스크. /신한은행

국민은행은 노브랜드와 손을 잡았다. 2022년 4월 지하철 3·7·9호선 환승역인 고속터미널역에 있는 노브랜드에 KB디지털뱅크를 연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실험을 시작하는 셈이다. 이곳에선 STM(스마트텔러머신), 화상 상담 전용창구 등으로 업무를 보게 되는데, 운영 시간이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 지점처럼 체크카드, 보안카드·카드형OTP 발급도 가능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에 요구되는 사회적 책임이 있기 때문에 그동안 채널 전략에 대한 고민이 상당했다”면서 “지금은 실험에 막 들어간 단계라 어떤 모델이 미래형 점포로 자리잡을 지는 알 수 없지만, 가능한 선에서 대안 점포를 늘려가려 한다”고 말했다.

글 시시비비 키코에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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