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김치 사태로 명인·명장 자격 반납까지
명인과 달리 명장 자격 반납은 번복
선정과정, 지원금 등 혜택 달라

지난 2월 22일 MBC는 국내 한 김치 공장에서 썩은 배추와 무로 김치를 담그는 영상을 공개했다. 이 공장은 국내 1호 ‘김치명인’이자 ‘대한민국 명장’ 김순자 대표의 한성식품 자회사 효원이 운영하는 충북 진천의 김치 공장으로 밝혀졌다.

영상 속 배추와 무는 검은 곰팡이가 폈다. 반점이 가득한 무는 도저히 사람을 먹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포장 김치를 보관하는 상자에는 애벌레 알이 가득했다. 김치 재료에 쓰는 배추와 무의 상태가 얼마나 불량했으면 작업자들조차 “나는 안 먹는다”, “쉰내 난다”, “아휴 더러워”라고 말하는 장면도 나온다. 이를 본 네티즌은 충격에 빠졌고, 한성식품과 김 대표를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

김치 재료로 썩은 배추와 무를 사용해 논란이 된 한성식품 자회사 효원의 김치공장의 실태를 폭로한 영상의 한 장면. /MBC 뉴스 캡처

논란이 커지자 김 대표는 지난 2월 25일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밝히며 김치 명인  자격을 반납했다. 그런데 명인 자격과 함께 대한민국 명장 자격까지 반납하겠다던 김 대표가 돌연 이를 번복했고, 비판 여론이 일자 결국 입장을 바꿔 지난 8일 명장 자격을 반납했다. 사실 명인과 달리 김 대표가 명장 자격을 쉽게 포기하지 못한 데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명인과 명장, 한 글자 차이라도 선정 과정부터 받는 혜택에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명인, 명장…무엇이 다른가

김 대표는 2007년 대한민국 식품명인 29호이자 김치 명인 1호로, 2012년에는 대한민국 명장으로 선정됐다. 1986년 1명의 종업원을 두고 가내수공업으로 시작해 종업원 300명, 매출액 500억원이 넘는 강소기업으로 회사를 키운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2005년 개발한 백년초 김치로 미국 특허와 미국식품의약국(FDA) 품목 승인을 받기도 했다. 명장 선정 당시까지 갖고 있던 특허·실용신안만 20여건이었다. 지금까지 개발한 김치만 1000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1호 김치 명인이자 대한민국 명장으로 유명한 김순자 대표는 이번 썩은 김치 파동으로 명인과 명장 자격을 모두 반납했다. /조선 DB

식품명인은 농림축산식품부가 1994년부터 식품 제조·과정·조리 분야의 우수한 기능 보유자를 발굴·육성하여 우리 고유의 전통 식문화를 보전하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한가지 식품 분야에서 20년 이상 종사했거나 전통 방식을 보존하고 실현할 수 있는 사람, 혹은 명인으로부터 전수 교육을 5년 이상 받고 10년 이상 해당 업체에 종사한 사람이 지정 대상이다.

농림수산축산부는 20년 이상 김치 제조업을 이어왔고 김치 관련 특허 19건을 받은 공로를 인정해 김 대표를 명인으로 선정했다. 

대한민국 명장은 정부가 37개 분야 97개 직종에서 15년 이상의 경력자를 대상으로 기계, 재료, 식품 등 분야 기능인에게 부여하는 자격이다. 명장으로 뽑히면 일시 장려금 2000만원을 받고 이후 해당 직종에 계속 종사하면 연간 200만~400만원의 계속종사장려금을 받는다. 김 대표는 매년 289만원의 장려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가 명장 자격의 반납을 번복한 것을 두고 별도의 혜택이 없는 명인과 달리 매년 지원금 혜택을 받는 명장 자격을 포기할 수 없어 입장을 바꾼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 이유다. 김 대표는 그러나 명장 반납 의사를 철회하며 명장 자격은 특허와 논문과 복합적으로 연관돼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명장은 명인보다 선정 절차가 까다롭고 경쟁이 세다고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김 대표가 명장으로 선정된 2012년 당시 230명이 지원해 27명만 명장 칭호를 받았다. 이렇게 선정되는 대한민국 명장은 일종의 품질 보증처럼 받아들여지는 만큼 포기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란 해석도 있다.

‘대한민국 식품명인’과 ‘대한민국 명장 표지’. /농림축산식품부·고용노동부

◇자격 취소 기준마저 달라

식품 명인 관련 부처인 농식품부는 “품질이 낮은 배추와 무 등을 원료로 활용해 김치를 만든 한성식품 대표 김순자 식품명인(제29호)에 대해 명인 자격 취소를 결정하고 해당 내용을 공고했다”고 3월 4일 밝혔다.

김 대표가 지난 2월 25일 농식품부에 식품명인 자격 반납 의사를 밝히면서 농식품부는 2월 28일 식품산업진흥심의회를 열어 해당 식품명인의 식품명인 자격 취소 결정을 내렸다. 농식품부가 1994년 식품명인 인증제를 도입한 이후 명인 자격을 취소한 사례는 김 대표가 처음이다.

썩은 배추와 무로 김치를 제조했다고 알려진 한성식품 김순자 대표는 식품 명인으로는 처음으로 자격이 최소됐다. /MBC 뉴스 캡처

애초 썩은 김치 파동으로 농식품부는 김 대표의 명인 자격 취소를 검토했으나 법적으로 불량식품 제조와 관련된 지정 취소 항목이 없어 농식품부가 스스로 나서서 지정 취소를 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식품산업진흥법을 개정해 식품명인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품위를 손상한 경우 식품명인 지정이 취소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명인과 달리 명장은 현행 숙련기술장려법에 따라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대한민국 명장에 선정된 경우나,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한 경우 자격을 취소할 수 있다. 김 대표의 사례는 품위 유지 의무 위반에 해당할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 관계자는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확인되면 명장 지정을 취소하거나 계속종사장려금 지급을 중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역대 대한민국 명장 자격이 취소된 사례는 2건으로, 이 중 품위유지로 취소된 건은 1건이다. 용접분야 명장으로 선정된 A씨는 지난해 전국기능경기대회 중 방역요원에게 부적절한 성적 발언을 해 자격이 취소됐다. 또 석공예분야 명장으로 선정된 B씨는 심사위원에게 심사결과에 대해 항의 및 욕설 등 부적절 발언을 해 품위 유지 위반으로 계속종사장려금 지급이 중단됐다.

한편, 명인과 명인 자격 반납과 별도로 한성식품은 문제의 공장을 운영한 자회사 효원을 폐업 조치하기로 했다. 해당 공장 직원은 원한다면 한성식품 본사나 직영공장 3곳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번 사태를 통해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고 있으며, 거듭 태어날 수 있도록 전 직원과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 시시비비 키코에루
시시비비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