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는 오르고, 월급은 그대로고, 집 값은 뛰고. 변변한 자산 하나 마련하기 어려운 청년들에게 단비가 뿌려질까?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2022년 3월 10일 제20대 대통령 선거에 당선되면서 그가 공약한 청년 1억 통장이 실제 상품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 공약은 윤 당선인의 대표적인 청년금융정책 공약 가운데 하나로, 실현된다면 일을 하는 청년들이 10년간 착실히 적금을 부으면 최대 1억원이라는 목돈을 손에 쥘 수 있게 된다.

‘청년도약계좌’, 정체는?

청년도약계좌로 이름붙은 이 금융상품은 만 19세에서 34세 이하의 ‘일하는’ 청년이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과 상관없이 가입할 수 있는 이 적금은 소득에 따라 한 달 70만원 한도로 납입할 수 있다. 지원 기간은 10년이며 만기시 받을 수 있는 돈은 1억원이다.

소득 구간에 따라 정부 지원 액수가 다르지만, 1억원의 절반은 국가 지원으로 받을 수 있어 ‘청년대박적금’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 싶다.

적금 가입자는 소득에 따라 각각 다른 정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연 소득이 2400만원 이하라면 매달 30만원 한도 안에서 저축을 할 수 있다. 달마다 내는 돈은 30만원이지만 매달 정부가 지원하는 돈이 40만원가량 되기에 실제로는 70만원을 적금하는 셈이다. 연 3600만원 이하 소득자라면 매월 50만원씩 저축할 수 있다. 이때 정부 지원금은 매월 20만원씩이 붙는다. 연 소득 4800만원 이하 청년은 매월 60만원씩을 저축할 수 있으며, 정부 지원금은 매달 10만원씩 받을 수 있다. 한 해 벌어들이는 돈이 4800만원이 넘으면 정부 지원금은 없다. 대신 소득공제 혜택을 받게 된다.

한 마디로 소득이 낮을수록 지원금을 많이 주는 구조라 소득이 낮더라도 청년들이 꾸준히 일할 수 있도록 돕는 저축인 셈이다.

만약 연 소득 2400만원 이하 소득자가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10년간 매달 30만원씩을 저축한다고 하면 받을 수 있는 지원금은 총 5754만원이다. 지원을 받는 기간 중 소득에 변동이 생기면 바뀐 금액 구간별로 납입금과 지원액이 변경된다. 소득이 높아지면 매월 내야하는 납입금은 높아지고, 지원금 수준은 낮아진다. 반대로 소득이 낮아지면 납입금액은 줄어들고 지원금은 늘어난다. 소득이 변동된다고 재가입을 해야하거나 혜택이 중단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안심하고 저축을 시작할 수 있다.

10년을 모으면 1억을 준다는 건 분명 엄청난 혜택이지만 만약 비슷한 돈을 일반 은행이 판매하는 고금리 상품에 넣는다면 어떨까. 청년도약계좌와 마찬가지로 매월 30만원씩 넣을 수 있는 적금에 10년간 가입한다고 가정하고, 이율은 현재 시중 은행들이 판매하는 상품들 가운데 가장 높은 금리에 속하는 8% 금리를 월복리로 준다고 계산해보자. 이 경우 원금은 3600만원, 이자는 세전 1924만9703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이자에 붙는 총 세금인 15.4%(296만4454원)을 제하면 내 손에 남는 돈은 총 5228만5248원이다. 청년도약계좌가 보장한 1억원과 비교하면 거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셈이다.

열흘간 290만명 몰린 ‘청년희망적금’과 무슨 차이

청년도약계좌는 그렇다면 최근 열흘간의 가입 신청기간에 290만명이 몰려 성황리에 판매가 마감된 정부의 청년희망적금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일단 두 적금은 가입조건부터가 다르다. 청년도약계좌는 소득과 상관없이 가입할 수 있지만, 청년희망적금은 총급여 3600만원 이하(종합소득액 2600만원 이하)인 청년만 가입할 수 있다. 월 납입금 한도 또한 청년도약계좌보다 20만원이 적은 월 50만원이다.

정부 지원금이 월 저축액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같지만 지원 혜택에선 차이가 있다. 2년 만기의 청년희망적금은 1년차 때는 납입액의 2%를, 2년차 때는 납입액의 4%를 정부가 지원한다. 이 경우 2년간 최대로 받을 수 있는 혜택은 45만6000원(비과세 혜택 포함)이다.

만기가 짧다는 점에서 청년희망적금이 청년도약계좌에 비해 부담이 덜할 순 있지만 청년도약계좌가 10년을 채우면 최대 5754만원의 혜택을 제공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청년도약계좌에 가입하는 게 훨씬 이득이다.

정부가 지원하는 청년희망적금을 모두 채울 경우 약 100만원 이득을 볼 수 있다. /금융위원회


청년도약계좌 실제로 나올 수 있을까

두 가지 상품이 동시에 나왔다면 대부분의 청년들이 청년도약계좌를 선택하겠지만 아직까지 청년도약계좌가 공약에 불과하다는 점에선 경쟁력이 떨어진다. 아무리 혜택이 좋아도 실제로 가입할 수 없다면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청년희망적금 역시 일반 적금과 비교하면 굉장한 고이율의 금융상품이다. 은행이 제공하는 이율은 기본금리 연 5.0%에 최대 1.0% 우대금리 정도지만, 정부가 지원하는 장려금까지 합하면 최대 10%에 달하는 이율을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이 적금은 접수를 시작한다는 소식이 들리기 시작하자마자 화제가 됐다.

실제로 청년희망적금은 신청 자격을 조회하는 ‘미리보기’ 단계에서부터 엄청난 인파가 몰렸다. 가입 신청을 받는 전체 11개 은행 가운데 규모가 큰 5대 은행에서만 200만명에 이르는 청년들이 몰려 신청자격을 조회했다. 정부가 당초 예상한 총 가입 지원자 수인 38만명보다 훨씬 많은 수였다. 출생 연도별로 5부제를 실시해 받은 가입 신청이 시작된 날에는 일부 은행 앱이 몇 시간 동안 접속이 지연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너무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은행 서버가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상태가 빚어진 것이었다.

청년도약계좌보다 가입 가능 인원이 적고, 혜택도 적었던 청년희망적금에도 엄청난 인원이 몰린만큼 청년도약계좌도 출시만 된다면 목돈 마련을 목표로 한 수많은 청년들이 몰려들 것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정부 지원이 필수라 그에 따른 예산 확보가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7월 기준 만 34세 이하 취업자는 약 630만명이다. 이들이 청년도약계좌를 신청해 매달 최소 10만원의 지원금을 받는다면 1년에 7조56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2022년 국가 전체 예산이 607조원인 것과 비교하면 만만찮은 셈이다.

윤 당선인측에서는 청년에게 목돈 마련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약속을 지키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해 나갈 것이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적지 않은 예산이 들어가는 데다, 중간에서 이를 중개할 은행의 협조 또한 구해야 하는 상황이라 실제 도입까지 적지 않은 시간과 진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글 시시비비 포도당

시시비비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