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안 감사도 저 하기 싫으면 그만’이라는 속담이 있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고  본인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억지로 시킬 수 없다는 뜻이다. 평안 감사 자리는 평안 지방을 다스리는 관리를 뜻하는데, 오늘날로 치면 평안도지사쯤 되는 높은 자리다. 조선시대 평안도는 살기 좋을 뿐 아니라 풍류가 넘치는 고장으로 알려져 많은 벼슬 가운데서도 평안 감사는 인기가 많은 자리였다.

20대 5급 공무원 10명 중 6명은 “이직하고 싶어”

요즘 20대 5급 공무원들에게는 5급 공무원 자리가 속담 속 평안 감사 자리처럼 마냥 좋지만은 않은 것 같다. 한국행정연구원이 2022년 3월 발표한 공직생활실태조사 결과만 보면 일단 그렇다.

연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 5급 공무원 가운데 61.7%는 이직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연령 및 직급 가운데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수험생. /조선DB

일반적으로 5급 공무원은 외무고시, 사법고시 등과 함께 3대 고시로 불릴 정도로 어려운 행정고시를 통과해야 임명을 받을 수 있는 자리다. 9급, 7급 공무원 시험보다 공부해야 할 범위도 넓고, 내용도 어려워 시험 공부를 하다 도중에 포기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공부만 어려운 것도 아니다. 수 천명씩을 뽑는 다른 직급 시험보다 선발 인원이 현저히 적다. 2021년도 국가 공무원 5급 채용 인원은 고작 321명에 불과했다.

낙타가 바늘 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합격하기 어려운 시험이라는 건 분명하고, 임용과 동시에 9급부터 시작하면 수 십년이나 걸리는 사무관으로 시작하는 자리가 대체 어떤 점 때문에 이직을 생각할 정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걸까.

혹시 5급 공무원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요즘 20대가 공무원 자리에 대해 회의적인 건 아닐까. 그렇다고 보기에는 20대 6~7급 공무원들의 이직 희망 비율은 44.6%, 8~9급 공무원은 43.6% 수준으로 5급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비하면 거의 15~20% 가까이 낮다. 그렇다면 유독 5급 공무원 자리가 20대 고시 패스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없다는 게 분명한데, 도대체 왜 그런걸까.

대기업에 못 미치는 임금 수준에 흔들려

한국행정연구원은 20대 5급 공무원들의 직업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통한 삶의 질 제고와 자긍심과 성취감 고취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대기업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처우가 20대 5급 공무원들이 이탈하고자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이야기한다.

2022년 5급 공무원의 연봉은 기본급에 매월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정액급식비, 직급보조비 등을 합하면 연 3700만원 수준이다. 기본급은 2호봉을 기준으로 3254만원 수준이고, 정액급식비와 직급보조비는 468만원 정도다. 여기에 초과근무 및 출장에 붙는 수당, 비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정근수당, 명절휴가비 등으로 1000만원 이상을 더 받는다고 계산하면 4000만원에서 5000만원 초반대라는 계산이 나온다.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2022년 발표한 94개 대기업의 연봉 자료를 보면 올해 대졸 신입사원의 평균 연봉은 5356만원이다. 5급 공무원의 3700만원과 비교하면 현저히 높은 수준이다. 2021년 자료에 따르면 게임회사인 크래프톤과 엔씨소프트의 개발직군 대졸 신입사원의 연봉은 각각 6000만원과 5500만원 수준이었다. SK하이닉스는 5000만원대 연봉을,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각각 4800만원과 4600만원의 연봉을 대졸 신입사원에게 지급했다.

행정고시를 통과하는 것보다는 상대적으로 취업하기가 수월한 대기업보다 5급 신입 공무원들의 처우가 낮은 셈이다. 이런 격차는 성과급까지 포함하면 더 벌어진다.

잘나가는 대기업의 경우 한 해 수 천만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직원들에게 지급하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기본급의 1300%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SK이노베이션과 LG이노텍은 기본급의 1000%를, LG화학과 삼성전자(메모리 사업부)는 각각 기본급의 850%, 500%에 해당하는 성과급을 줬다. 성과급을 합하면 신입사원이라도 1억원 내외의 연봉을 챙겨갈 수 있는 셈이다.

20대 5급 공무원이 밝힌 연봉 수준. /MBC ‘아무튼 출근’ 화면 캡처

대기업 신입사원들보다 연봉이 높지 않다고 해서 5급 공무원들이 대기업 직원에 비해 적게 일하는 것도 아니다. 2022년 한 TV프로그램에 출연한 어느 20대 5급 공무원은 “일반적으로 공무원들이 오후 6시쯤 퇴근한다고 많이들 알고 계시지만 저는 밤 9시에서 10시 사이에 퇴근한다”고 말했다. 급여 수준에 대해서는 “세전 5000만원 정도를 받는다”면서도 “옆 건물에서 일하는 친한 변호사 친구는 월급이 나의 세 배”라고 했다. 인터뷰를 한 5급 공무원은 “돈 보다는 가치 있는 생각에 공무원이 됐다”며 직업에 대한 만족도를 드러냈지만, 만약 행정고시를 보지 않고 사법고시에 합격해 변호사가 됐다면 지금보다 많은 돈을 벌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대목이다.

그래도 5급 공무원은 ‘로망’…준비는?

20대 5급 공무원의 직업 만족도 수준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5급 공무원 합격을 위해 지금도 구슬땀을 흘리는 수험생들이 적지 않다. 9급, 7급에 비해선 처우가 훨씬 낫고, 바로 사무관으로 입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퇴직 후 연금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재직 중 자리에서 물러날 만큼의 큰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한 정년까지 계속해서 일할 수 있다는 장점 또한 있다. 그렇다면 5급 공무원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시험. /픽사베이

5급 공무원은 크게 행정직, 기술직, 외교직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이들이 지원하는 직군은 행정직이다. 행정직은 재경, 인사·조직, 국제통상, 법무행정, 일반행정 등으로 세분화된다. 시험 절차는 외교직을 제외하면 동일하다.

시험은 1·2차와 면접 시험으로 치러진다. 1차는 응시자 모두가 보는 시험으로 과목은 언어논리영역, 자료해석영역, 상황판단영역, 헌법, 영어, 한국사 등이다. 이 가운데 영어와 한국사는 공인시험성적으로 대체 가능하다. 2차 시험은 필수과목과 선택과목으로 나뉘어지며 직렬별로 응시과목이 다르다. 행정직 가운데 일반행정은 행정법과 행정학, 경제학, 정치학이 필수이며 민법, 정보체계론, 조사방법론, 정책학, 국제법, 지방행정론 가운데 한 과목을 선택해 봐야 한다. 3차는 면접 시험이다.

2022년 시험은 이미 지난 1월 접수를 마쳤다.

글 시시비비 포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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