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금지하고, 헬멧 벗으라고 떼써
음식 못 받았다는 시비로 과학수사까지 출동
알고 보니 기분 안 좋았던 고객의 갑질

“손님(고객)은 왕이다”

판매자가 고객을 친절히 응대하자는 의미에서 고객을 왕에 비유해 쓰는 말이다.

이 말은 처음 사용한 사람은 리츠 칼튼 호텔의 창업자 세자르 리츠(César Ritz)다. 실제로는 ‘손님은 왕’이라는 표현이 아닌 ‘손님은 절대 틀리지 않는다(Le client n'a jamais tort)’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세자르 리츠가 경영하던 리츠 칼튼 호텔은 실제 왕족과 귀족이 이용했기 때문에 항상 고객을 최우선으로 두는 경영을 했다.

이후 그의 경영 방식과 ‘손님은 절대 틀리지 않는다’는 표어는 다양한 곳으로 퍼졌다. 미국에서는 ‘고객은 항상 옳다(The customer is always right)’라는 표현으로 자리 잡았고, 독일에서는 ‘고객은 왕이다(Der Kunde ist König)’로 굳어졌다. 일본으로 건너간 이 표현은 ‘고객은 신이다(お客様は神様です)’로 바뀌었다.

다양한 변천사를 거친 이 표현은 오늘날 친절한 고객 응대를 대표하는 표어로 일컬어진다. 기업이나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손님을 마치 왕처럼 친절하게 모실 테니 손님도 그와 같은 언행을 갖추라는 의미인 셈이다.

그런데 정말 손님은 왕일까?

요즘 들어 이를 글자 그대로 해석해 정말 고객 자신이 무슨 행동을 하든 옳다고 주장하고, 마치 자신이 왕인듯 타인에게 무례하게 구는 고객들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본인들의 인성, 언행은 아랑곳하지 않고 상대에게 폭군(暴君)처럼 대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행동을 ‘갑질’이라고 부른다. 갑질의 사전적 정의는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자가 상대방에게 오만무례하게 행동하거나 이래라저래라 하며 제멋대로 구는 짓’이다. 최근 음식 배달 수요가 증가한 탓에 배달 기사와 배달 업체에 폭군처럼 갑질을 하는 고객도 늘고 있다고 한다.


배달 기사들. /조선DB


◇오토바이 타지 말라는 아파트, 마스크 벗으라는 오피스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우리 아파트 배달비 비싼 이유 방금 알아냈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을 보면 글쓴이 A씨는 갈비찜을 주문했고 음식을 기다리는 중에 가게 사장에게 전화를 받았다. 가게 사장은 “갈비찜 세트 시키신 🌕🌕🌕 아파트 맞으시냐”고 물은 후 “공지사항에도 적어두긴 했는데, 해당 아파트는 추가 배달료 1500원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A씨는 기본 배달료를 결제했는데 1500원을 추가로 내라는 말에 주문을 취소했다.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었던 A씨는 다시 가게에 전화를 걸어 자신의 아파트에 추가 배달료가 붙는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사장은 “해당 아파트는 단지는 물론 지하주차장으로 오토바이가 출입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일일이 명부를 작성해야해 배달 기사들이 기피하는 곳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어 “가게 입장에서는 당연히 배달을 하고 싶은데, 해당 주소가 뜨면 배달 기사 배차가 안 돼서 음식을 만들어 놓고도 손해를 본다”며 “부득이하게 1500원을 추가해야 그나마 배달 기사가 잡힌다”고 말했다.

통화를 마친 A씨는 해당 내용이 사실인지 관리사무소에 확인한 결과, 모두 사실이었다. A씨는 “오토바이 지하주차장 및 지상 출입 금지는 입주자 대표 회의에서 정해진 사안이다. 과거에는 헬멧도 벗으라고 했나보다”라며 “갑질이라 생각하는데…이게 맞냐”며 글을 끝맺었다.

인천에서는 배달 기사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금지 한 오피스텔이 있어 논란이다. 인천의 한 오피스텔은 현관문 앞에 ‘배달직원 마스크 착용 금지’라는 안내문을 붙였다.

오피스텔 측은 “배달 기사들이 헬멧을 썼는데, 마스크까지 쓰면 사람들이 무서워한다고 해서 안내문을 붙였다”고 말했다. 이어 “5년 전부터 붙어 있었는데 논란이 된 직후 안내문을 곧바로 제거했다”고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이후 2년 동안 입주민 중 그 누구도 해당 안내문에 이의제기를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배달 기사에게 갑질을 했다는 비판이 줄지 않고 있다.

앞선 아파트 사례와 인천 오피스텔뿐 아니다. 음식 냄새, 안전을 이유로 들면서 배달 기사에게 화물용 엘리베이터만을 이용하라고 한 곳도 있다. 배달 기사가 헬멧 쓴 모습이 위화감을 조성한다면서 지상이 아닌 지하주차장으로만 다니라는 안내문을 붙인 아파트도 있었다.

이런 사례를 접한 누리꾼들은 “추가 배달비 5000원을 더 받아야 할 듯”, “저럴 거면 배달을 시키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 “아파트 1층 로비에 음식을 놓으면 내려와서 가져가라고 합의 본 곳도 있음. 이렇게 서로 합의점 찾는 게 중요할 듯” 등의 반응을 보였다.

‘레전드 배달 거지’ 게시글에 함께 올라온 사진.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음식 먹고는 배달 못 받았다고 환불 요청


배달 과정에서 생긴 일로 자신의 기분이 좋지 않았다며 배달 업체와 기사에게 갑질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얼마 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레전드 배달 거지’라는 퍼져 논란이었다. 글은 한 여성이 배달 앱에 주문한 음식이 안 왔다며 환불 요청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여성의 말만 들으면 배달 기사가 음식을 배달하지 않아 음식값을 물어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음식점에서 배달 기사에게 음식을 넘겨주고 주문자가 받지 못했다면 ‘배달 사고’이기 때문에 배달 기사가 음식값을 내야 한다.

그러나 배달 기사는 분명 배달을 했기에 의아했다. 배달 기사는 다시 배달지로 찾아가 쓰레기가 버려져 있는 곳을 뒤졌다. 그곳에서 여성이 배달받은 음식을 다 먹고 버린 흔적을 발견했다. 이를 알게 된 배달 기사는 경찰에 신고했지만 고객은 계속해서 음식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3시간가량 실랑이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로 의견이 달라 결국 과학수사관까지 출동했고 경찰은 옆 건물 CCTV를 확인했다. 그 결과 경찰이 CCTV를 통해 고객이 배달 음식을 먹고 쓰레기를 버리는 것을 확인했다. 고객은 범행을 인정하면서 “음식이 늦게 와 홧김에 그랬다”고 해명했다. 배달 기사는 3시간 영업손실분에 조금 더 보태 9만원을 보상받고 상황은 마무리됐다.

갑질 고객 사연을 접한 사람들은 “무고죄다. 처벌 단단히 해야 한다”, “블랙리스트에 추가해 주문 못 하게 해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처럼 배달 음식을 받고도 못 받았다고 거짓말하거나 음식을 받는 과정에서 본인의 기분이 상해 리뷰에 별점 테러를 하는 갑질을 하는 고객은 꾸준히 생기고 있다. 경기도 수원에서 배달 전문 업체를 운영하는 박슬아(가명·34) 씨는 “매일은 아니지만 갑질 고객 때문에 잘못이 없는 배달 기사가 피해를 보거나 우리 같은 업체가 황당하게 손해를 보는 상황이 계속 생긴다”며 “손님을 가려 받을 수도 없고, 그냥 갑질 고객을 만나지 않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글 시시비비 하늘
시시비비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