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의 2021년 사업보고서 공시 시즌이 끝나가면서 주요 그룹사 총수의 2021년 연봉이 대부분 공개됐습니다.

2017년 무보수 경영을 선언한 뒤로 5년째 회사에서 급여를 받고 있지 않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제외하면 많은 총수들이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100억원이 넘는 보수를 수령했습니다. 그룹사 산하 계열사 여러곳에서 동시에 보수를 받아 200억원에 가까운 수입을 올린 회장님도 있습니다.

대기업 회장님의 남다른 ‘파이프라인’을 알아봤습니다.

계열사는 총수의 캐시카우(Cash Cow)

2020년 10월부터 현대자동차그룹을 이끌고 있는 정의선 회장. 그는 2021년 총 87억7600만원의 임금을 받았습니다. 59억8000만원을 받은 2020년보다 수입이 27억9600만원 늘었습니다.

현대차그룹이 금융감독원에 공시한 2021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현대자동차는 정 회장에 급여로 40억원, 상여로 14억원, 기타 근로소득(복리후생)으로 100만원을 지급했습니다. 총액은 54억100만원인데요, 87억7600만원에서 이를 뺀 나머지 금액은 현대모비스에서 받은 돈입니다. 현대모비스에서 정 회장은 급여로 25억원, 상여 8억7500만원 등 33억7500만원을 수령했습니다.

그런데 현대모비스는 현대차에서 급여를 받는 정 회장에게 왜 보수를 지급할까요?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시절이던 2019년 현대모비스와 현대차에서 동시에 대표이사로 선임됐습니다. 그 뒤로도 재선임에 성공해 계속 사내이사직을 맡고 있죠. 사실 그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사내이사뿐 아니라 기아자동차 사내이사도 겸하고 있습니다. 다만 기아차에서는 보수를 받지 않고 있죠.

현대모비스는 각자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각자대표란 주식회사에서 여러명의 대표이사를 선정해 대표이사 각자로 하여금 회사를 대표하게 하는 제도입니다. 회사를 대표할 때 공동대표들이 함께 경영행위를 해야 하는 공동대표 체제와는 차이가 있죠. 현대모비스에서는 정의선 회장과 함께 전문경영인 조성환 사장이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는데요. 조 사장의 2021년 연봉은 9억9170만원이었습니다. 정 회장 수입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수많은 계열사에서 도합 200억원에 가까운 보수를 받아가는 회장님도 있네요. 바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입니다.

신동빈 회장은 2021년 롯데지주와 5개 계열사에서 150억4070만원을 수령했습니다. 롯데케미칼에서 59억5000만원, 롯데지주에서 35억원, 롯데쇼핑에서 15억원을 받았습니다. 롯데제과는 신 회장에게 19억원을, 롯데칠성음료는 11억원을 지급했습니다. 2021년 5월 미등기 임원직에서 물러난 롯데렌탈에서도 7억7100만원을 받았죠.

과다겸직한다는 비판을 받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SBS Biz 뉴스 유튜브 캡처

신 회장은 사업보고서를 아직 공시하지 않은 롯데물산과 호텔롯데에서도 급여를 받습니다. 두 회사에서 받은 돈을 더하면 신 회장의 연봉은 18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2020년에도 신 회장은 롯데물산에서 10억원을, 호텔롯데에서 17억7000만원을 받았습니다. 사실상 주요 계열사에서 모두 신 회장에게 보수를 지급하는 셈입니다.

이런 대기업 총수들의 겸직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요?

주주총회에서는 총수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대해 반대의견을 제시하는 주주나 의결권 자문사도 있습니다. 이들은 “총수의 과다겸직으로 한 회사에 충실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하지만 재선임에 반대해도 단순 의견 표시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법적으로 총수의 사내이사 겸직을 막을 수 있는 수단은 없으니까요.

연봉 반납해도 직원들은 시큰둥

여러 계열사에서 임금을 받는 총수는 통 크게 연봉 반납을 선언하기도 합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주)와 반도체 계열사 SK하이닉스에서 보수를 받는데요, 2021년 초 SK하이닉스에서 성과급에 대한 내부 불만이 불거지자 하이닉스에서 받는 연봉을 반납해 임직원에게 돌려준다고 발표했습니다. 2021년 초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은 연봉의 47%를 사업부별 초과이익성과급으로 받았는데요, SK하이닉스는 삼성의 초과이익성과급 격인 PS(초과이익배분금)를 연봉의 20% 수준으로 책정해 내부 불만을 키웠습니다.

2020년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5조원으로, 2019년(2조7000억원)보다 2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영업이익 증가세(30%)보다 60%포인트가량 높은데도 성과 보상이 미흡하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결국 최태원 회장이 공개 석상에서 성과급 논란에 사과하고 30억원대 연봉을 돌려주겠다 선언했지만, “SK식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이냐”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하이닉스 직원은 약 2만9000명인데, 30억원을 임직원 수로 나누면 1인당 10만3000원을 더 받을 수 있는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어찌 됐든 최 회장은 2021년 하이닉스에서 임금을 받지 않았습니다. SK(주)에서만 급여 30억원에 상여 10억9000만원, 총 40억9000만원을 받았죠.

보수는 안 받지만, 배당금은?

사실 총수들의 수입은 급여가 전부가 아닙니다. 적게는 수십억에서 많게는 수백억원대 보수에 회사가 주주에게 지급하는 배당금을 더하면 대주주인 재벌가 집안 총수의 수입은 천문학적으로 불어나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무보수 경영을 하고 있다지만, 삼성 주요 계열사의 지분 상당 부분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매년 수령하는 배당금만 수천억원에 달합니다.

2021년 회계연도 기준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SDS·삼성화재 등 5개 회사에서만 배당금으로 3434억원을 받았습니다. 2021년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배당금을 받은 인물이 바로 이 부회장입니다. 2위인 홍라희 전 리움 관장(1760억원)보다 2배가량 많이 받았죠.

다른 총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2021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외 6개 회사에서 총 860억원에 달하는 배당금을 받았습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LG에서만 702억원을 수령했고, 최태원 SK 회장은 SK 외 3개 회사에서 1041억원을 받았습니다. 작년 초 SK하이닉스에서 최 회장이 연봉 반납을 선언했을 때 이 같은 사실을 지적하는 구성원도 여럿 있었습니다. 100만명이 10만원씩 받아야 최태원 회장의 1년 배당금과 얼추 비슷한 금액이 나오는데, 30억을 3만명에게 나눠주는 것으로 불만을 잠재우려 했으니까요.

글 시시비비 영조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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