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소비 주력층으로 떠오른 MZ세대 경제 특성 연구

‘소유보다 경험’이란 포장 뒤엔 ‘자산 취약’ 현실 깔려

MZ(밀레니얼+Z세대, 1980년대초~2000년대 출생)가 주요 소비 층으로 떠오른 건 하루 이틀 사이 애기가 아닙니다.

이미 주요 백화점 3사에서는 MZ 전용 혜택을 따로 만들며 고객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지요. 롯데백화점은 2035가 가입할 수 있는 유료 멤버십을 운영하고 있고요, 현대백화점도 2030 전용 VIP 멤버십 프로그램을 운영 중입니다. 신세계백화점은 2017년부터 일찌감치 지금의 구매력은 약해도 미래 큰손이 될 수 있는 2030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연간 400만원 이상 구매시 VIP 자격을 주는 새 등급 제도를 마련했어요.

MZ세대는 소비의 트렌드도 바꾸고 있습니다. 환경을 지향하고 자신의 신념에 따라 돈을 쓰는 가치 소비를 중요히 여기는 이들 세대를 겨냥해 대기업들은 각종 비건 제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자동차 리스와 렌트시장에 2030 수요가 급증하며 시장 규모가 8조원대로 훌쩍 뛰었죠. 업계 1위인 현대캐피탈의 2030 비중은 2015년 16.2%에서 2021년 31.9%로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그런데 진짜 이들의 지갑 사정은 어떨까요? MZ세대가 소비 시장을 주도한다는 기사 댓글에는 항상 “나는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으로 점심 때우는데 누가 오마카세를 사먹느냐”, “월 160만원 받는데 지하철 출퇴근이 내 현실”, “샤넬 오픈런은 남의 나라 얘기” 같은 비아냥이 따라붙습니다.

MZ세대 이야기를 다루지만 이에 동의하지 않는 MZ세대의 반응을 이해할 수 있는 보고서가 하나 나왔습니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최근 ‘MZ세대의 현황과 특징’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한국은행이 소비 주력층으로 떠오른 MZ세대의 경제 수준을 연구했다는 점이 흥미롭네요. 내용을 한 번 들여다볼까요?

한국은행이 나서서 MZ세대를 연구하는 이유는 이들의 인구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2010년만해도 MZ세대는 한국 전체 세대별 인구분포 중 38.7%를 차지했습니다. 10년 뒤인 2020년 이 비중은 46.9%로 늘었죠.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MZ세대니 이들이 소비 주력층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우리나라 MZ세대만의 특징을 연구했다는 의미가 있어요. 그동안 MZ세대는 주로 영미권에서 연구가 많이 이뤄졌어요. 경제적으로 독립해 빨리 은퇴하는 FIRE(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 열풍도 미국에서 건너온 개념이죠. 우리나라 노동 조건과 경제 현실에 맞는 MZ 세대 연구는 많지 않은 실정입니다.

한국은행은 우리나라 MZ세대가 일과 가정의 균형(워라밸)을 선호하는 성향이 강하다고 봤어요. 은퇴 전까지 일에 매여 사는 부모 세대를 보고 자란 영향이 크겠지요. 이들은 동시에 디지털 원주민이기도 합니다. 컴퓨터보다는 모바일 기기를 사용하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높지요.

경제 면에서는 어떨까요? 이 부분은 전 세계 MZ세대가 그러하듯 공유경제를 선호합니다. 그런데 이들이 공유경제를 선호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돈 절약(84%)이라는 이유가 가장 컸습니다.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가치관도 영향을 끼쳤겠지만,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아 물건을 빌려쓰는 이유가 더 크다는 거예요. 그러한 맥락에서 2030 상당수가 자동차 리스나 렌트 시장으로 대거 진입했다는 통계가 나오고 있는 것이죠.

자산 관리 면에서는 주식(30%) 선호 현상이 강했습니다. 다음으로 간접투자인 주식∙채권 혼합형(27%)이 많았죠. MZ세대 연령대의 금융자산은 정체돼 있습니다. 취업난 등으로 종잣돈 마련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은은 분석했어요. 투자를 위한 현금을 임시로 보관하기 위해 수시입출금식 은행예금을 선호하는 현상도 강했죠.

무엇보다 MZ세대는 다른 세대와 비교해서 근로소득 증가세가 부진합니다. 선배 세대인 X세대나 부모 세대인 베이비붐 세대에 비해 근로소득 증가폭이 낮았습니다. 한은은 MZ세대가 다른 세대에 비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았기 때문에 소득이 낮다고 분석했어요.

빚도 많습니다. MZ세대의 가장 연장자인 1980년생(2017년 기준 38세)의 총 부채는 9800만원으로 계산됐어요. 동일 조건에서 X세대의 총 부채인 2230만원을 크게 넘지요.

다만 MZ세대의 이러한 소득이나 금융자산, 부채 분석은 결혼한 상용직 남성 가구주에 한정한 것입니다. 즉 세대 내에서 가장 경제적으로 안정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고용형태와 성별을 대상으로 한 조사이지요.

경제적으로 안정될수록 결혼에 가까워지는 요즘 MZ세대의 혼인 세태를 감안하면 다른 세대와의 경제적 격차는 더 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또 결혼하지 않고, 일용직이며, 여성인 경우 MZ세대의 경제적 곤궁은 더 클 수 있겠지요.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한은은 최근 들어 MZ세대의 금융자산이 양극화하고 있다고 봤습니다. 그 근거로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에서 2021년 직장인 1000명을 설문했더니 각 금융자산 범주에서 가장 작은 2000만원 미만의 자산을 가진 직장인은 22.9%였고, 가장 많은 5억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직장인은 23.9%로 나뉘어있음을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MZ세대의 총 소비는 총 소득이 완만하게 늘고 있음에도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는데요. 플렉스(Flex, 사치)로 대변되는 MZ 세대의 통상적 이미지와는 다소 다른 결과라 볼 수 있겠네요.

한은은 MZ세대가 여가나 취미활동을 위해 필수소비를 주로 절약했다고 분석했습니다. 필수재를 줄이더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곳에 돈을 쓰는 소비 성향이라고 하니 이제야 앞뒤가 들어맞는 느낌이 드네요.

보고서를 쓴 최영준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MZ세대의 취약한 경제상황은 향후 경제에 일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정책당국에서 MZ세대의 생활 방식, 취향 등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꾸준히 점검하는 한편 소득 증가, 부채 감소 등 MZ세대의 경제적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글 시시비비 와일드
시시비비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