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검은색 바탕에 반짝이게 빛나는 무늬의 가구를 본 적 있을거다. 주로 (외)할머니 집 안방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 시절 대한민국 인테리어 가구의 아이콘이자 ‘할머니집의 유물’로 불리던 ‘자개장’이다.

자개는 조개껍데기를 공예품이나 제작용 장신구용 재료로 활용하기 위해 가공한 것을 말한다. 한동안 시대에 맞지 않는 디자인이라며 골동품 취급을 받기도 했지만, 그 자개 공예가 다시 돌아오고 있다. 최근 젊은 층이 찾는 카페나 식당에서도 심심찮게 보이고 있다. ‘뉴트로’(newtro·새로움과 복고를 합친 신조어)와 ‘전통힙’(전통문화유산을 멋지다고 생각하는 것)이 뜨면서 MZ세대들은 과거의 것을 즐긴다. 전통을 계승하되 디자인과 실용성을 재해석하는 방향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전통 소재를 유쾌하고, 감각적으로 풀어내 주목받는 브랜드가 있다. 피움(Pium), 호래이(Horay), 소구씨(Sogoossi), 다주로(Dajuro) 등이다. 이들 기업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Korea Craft & Design Foundation, KCDF)이 2020년부터 시행 중인 ‘전통문화 청년 창업육성 지원 사업’ 선정사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 사업은 전통문화 사업을 하는 청년들을 위한 창업 보육 서비스(창업 교육과 전문가 멘토링, 직접 투자 등)와 사업화 지원금(3년간 평균 1억원)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2022년 2월말 기준 48개사가 KCDF의 지원을 받고 있다. 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해석내 MZ세대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브랜드들을 알아봤다.


◇자개 식물 선보인 ‘피움’

피움은 인테리어 소품이나 액세서리로 활용할 수 있는 나전칠기 공예품을 만든다. 나전칠기의 ‘나전’은 얇게 간 조개껍데기를 여러 가지 형태로 오려내 박아넣어 꾸미는 것을 말한다. 우리 고유어로는 ‘자개박이’ 또는 ‘자개를 박는다’고 한다. 칠기는 옻칠과 같은 검은 잿물을 입혀 만든 물건을 말한다. 나전칠기는 전통 칠공예의 장식기법 중 하나인 셈이다.

이진영(37) 피움 대표는 원래 외국인을 상대로 도시민박을 운영했다. 하지만 외국인들에게 소개할 만한 전통문화 콘텐츠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을 깨닫고, 여러 기관을 수소문해 나전칠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이 대표의 나전칠기 공예품은 정성의 산물이다.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나무 식기에 옻칠을 하면 7~20회까지 옻칠을 한다고 한다. 이후 칠건조장에서 건조한 후 표면의 상태를 확인해 사포로 다듬고, 또다시 칠을 해 건조하는 등 반복 작업을 한다.

피움의 나전칠기 공예품은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하기 좋다. 최근 선보인 ‘자개 식물’이 대표적이다. <몬스테라>, <피쉬본>, <용발톱>, <알로카시아> 등이 있는데, 시장에서 고가에 거래되는 인기 식물을 모티브로 했다. 각 식물 고유의 모습에 자개의 빛을 담아 공간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게 구성했다. 이외에도 피움은 박물관과 대기업 등과 협업해 자개 상품을 제작·판매한다. 국보 11호인 미륵사지석탑이 그려진 ‘자개 스마트톡’이나 전통가구 반닫이를 모티브로 한 액세서리 보관함 등이 인기를 끌었다.

이 대표는 “앞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전통 공예 체험 교실을 운영할 계획”이라며 “젊은 전통공예 작가들이 정보공유를 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꾸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자개와 민화를 접목해 놀이를 만든 ‘호래이’

호래이는 나전칠기를 활용해 공예 체험 키트와 휴대폰 액세서리 등을 만든다. 우리나라 전통 민화와 건축물, 생활양식 등을 자개 공예와 접목해 누구나 쉽게 즐기면서 전통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한다.

홍수진(32) 호래이 대표는 나전칠기 장롱과 사방탁자, 문갑이 가득 찬 할머니 집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나전칠기는 홍 대표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예라고.

호래이의 대표 제품은 나전 공예 체험 키트다. 친환경 인증 종이와 마감재를 사용했다고 한다. 행복과 부귀의 염원을 담은 모란 화접도, 장수와 건강을 염원하는 장생도, 합격과 승진을 염원하는 약리도, 좋은 기운을 가져다 주고 액운을 막아주는 호작도도 있다. 색패와 진주패, 민물패 등 다양한 종류의 자개를 붙여 세상에 하나뿐인 작품을 만들어 볼 수 있다. 작품이 좋은 의미를 담고 있는 만큼 집 인테리어로 활용하기도 좋다.

홍 대표는 “전통을 담되 부담스럽지 않고, 일상적으로 우리의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혼술족이 찾는다는 ‘소구씨’

소구씨는 도기와 자기를 만드는 공예 브랜드다. 도기와 자기는 흙을 반죽해 모양을 만들고, 유약을 발라 구워낸 제품이다. 흙의 종류와 굽는 온도에 따라 도기와 자기로 구분된다.

소구씨의 대표 제품은 ‘소별찌’ 시리즈다. 소별찌는 작다는 뜻의 한자  ‘소’(小)와 별똥별을 뜻하는 순 우리말 ‘별찌’의 합성어다. ‘작은 별똥별’을 뜻하는데, 밤하늘에서 아름답게 빛을 내는 별똥별을 모티브로 했다. 주로 소주와 막걸리, 정종 등을 담는 잔 종류와 다양한 요리를 담는 접시 및 디저트 그릇을 만든다.

도자기에 다양한 색의 화장토를 중첩해 긁는 과정으로 탄생한 ‘굽’은 똑같은 패턴이 없다. 또 잔을 흔들면 맑은 소리가 들린다. 머나먼 우주 어딘가의 별똥별이 떨어지는 소리라는 작가의 재미난 상상력이 담겼다. 소구씨의 제품은 주로 ‘혼술’을 즐기는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다.

소혜정 소구씨 대표(32)는 “해외시장을 타겟으로 한 상품들을 개발하고 있다”며 “누구든지 소구씨 제품을 사용하면서 저마다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영향력 있는 브랜드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다주로는 젊은 창작자 사이에서 이름 난 가구 브랜드다. 전통적인 조형물에서 기반한 오브제와 가구 등을 만든다. 노우영(29) 대표를 중심으로 두 명의 디자이너가 모여 브랜드를 만들었다.

다주로는 조명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사원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제작한 ‘템플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사원을 모티브로 한 조명 디자인을 통해 내면의 평화를 이룰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노 대표는 설명했다. 다주로의 조명 가운데는 중간을 분리해 향을 꽂아 인센스 홀더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 있다. 또 평상시에는 갓을 접어 하늘을 비추는 간접등으로 사용하다가 독서를 할 때는 아래를 비추어 사용하는 조명도 있다. 모두 실용성을 높인 제품들이다.

서울숲 인근의 한 브런치 가게에도 다주로가 만든 조명이 놓여있다. 젊은층이 많이 찾는만큼 오브제가 ‘힙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 대표는 “다양한 제품을 통해 형성하는 브랜드 이미지를 토대로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기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글 시시비비 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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