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기업 임직원의 남녀 임금 격차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우리나라 매출 상위 500대 기업 가운데 2021년도 사업보고서를 통해 남녀 임직원 임금 현황을 공개한 284개 기업의 보수를 분석했는데요, 미등기 임원을 포함해 조사 대상 기업 임직원의 2021년 평균 임금은 9370만원으로 나타났습니다.

2021년 조사 대상 기업의 남성 임직원의 평균 임금은 1억140만원이었습니다. 여성 평균 임금은 7110만원이었습니다. 금액으로 따지면 3030만원 차이로, 남성 임직원의 평균 연봉이 여성보다 약 1.43배 높았습니다.

사실 기업에서 남성과 여성 직원의 임금 격차가 벌어지는 이유는 평직원과 임원급 간부의 보수가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입니다. 대기업 임원은 평직원보다 적게는 몇배에서 많게는 수십, 수백배의 보수를 받습니다. 퇴직금으로만 수백억원을 받고 회사를 나가기도 하죠. 지금 간부 직함을 달고 있는 남성 임원이 취업할 당시에는 여성의 사회 진출 기회가 지금보다 적었습니다. 기업 문화나 출산에 따른 경력단절 등 여러 이유로 남성이 대부분 임원 자리에 앉게 됐죠.

만 30세에 임원 자리에 오른 박새롬 카카오 이사. /tvN D ENT 유튜브 캡처

◇여성 임원 늘면서 남녀 임금 격차 줄어

이런 현상은 통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헤드헌팅 업체 유니코써치가 2021년 100대 기업 사외이사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전체 448명 가운데 남성이 381명(85%), 여성이 67명(15%)이었습니다. 여성가족부 통계를 봐도 상장 법인의 여성임원 비율은 2021년 5.2% 수준에 그쳤습니다. 반면 미국은 2021년 S&P500 지수에 소속된 기업의 여성 이사 비율이 30%가 넘었죠.

최근 이 같은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주요 대기업의 남녀 임금 격차는 임원·간부급 여성 직원의 증가로 2019년 1.5배에서 2020년 1.47배, 2021년 1.43배로 조금씩 줄어들고 있습니다. 상장법인 여성임원 비율도 2019년 4%에서 2020년 4.5%, 2021년 5.2%로 꾸준히 늘어났죠.

여성 임원이 늘어난 배경 중 하나로 2022년 8월부터 적용되는 자본시장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있습니다. 개정안 제165조의20(이사회의 성별 구성에 관한 특례)은 ‘최근 사업연도말 현재 자산총액[금융업 또는 보험업을 영위하는 회사의 경우 자본총액(재무상태표상의 자산총액에서 부채총액을 뺀 금액을 말한다) 또는 자본금 중 큰 금액으로 한다]이 2조원 이상인 주권상장법인의 경우 이사회의 이사 전원을 특정 성(性)의 이사로 구성하지 아니하여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개정안 규정에 적합하지 않은 주권상장법인은 법 시행일로부터 2년 안에 규정에 적합하게 이사진 구성을 바꿔야 합니다. 그간 남성이 주로 이사직을 맡았기 때문에 금융계에서는 이 법을 ‘여성이사 의무 도입제’라 부릅니다. 2021년 기준 상장 금융지주사 7곳 중 여성 사외이사가 재직 중인 곳은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 등 3곳에 그쳤습니다. 여성 사외이사가 없는 DGB금융지주, JB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은 최근 모두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했거나 선임할 예정이라고 밝힌 상황이죠.

◇만 30세에 카카오 사외이사 된 여성

하지만 자본시장법 개정안 도입 여부를 떠나서 이미 몇년 전부터 유능한 여성들이 젊은 나이에 임원 직함을 다는 사례가 나오고 있습니다.

카카오는 2020년 3월 25일 사외이사 자리에 박새롬(32) 성신여대 융합보안공학과 조교수를 선임했습니다. 1990년 2월 태어난 박새롬 조교수는 사외이사 선임 당시 만 30세였습니다. 사외이사는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경영진을 견제하고, 기업 활동에 조언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아무나 맡을 수 없는 중책인 만큼, 보통 40대 이상이 많죠. 카카오가 박 조교수를 선임하기 전 회사의 사외이사 평균 연령은 51세였습니다. 때문에 박 조교수의 사외이사 선임은 업계에서 화제를 모았죠.

박새롬 카카오 이사는 2018년 서울대 공과대학 산업공학과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서울대 수학기반산업데이터해석 연구센터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다 성신여대 융합보안공학과에서 조교수로 근무했죠. 카카오는 박 이사의 선임에 대해 “정보보호, 정보통신 컴퓨터 공학적 지식에 실무 능력을 갖춘 인물”이라 설명했습니다. “산업 전반의 관점을 고려한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한 조언을 기대한다”고 했죠. 박 이사의 임기는 2023년 개최되는 정기 주주총회일까지인데요, 현재 카카오에서 ESG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창립 50년 만에 여성 임원 선임한 오뚜기

최근 식품 대기업인 오뚜기에서도 여성 임원이 나왔습니다. 1969년 회사 창립 이후 첫 여성 등기임원인데요, 최근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된 선경아(41) 가천대 관광경영학과 부교수가 그 주인공입니다. 그는 오뚜기에서 미등기 임원을 포함해 유일한 40대 임원으로, 최연소 임원이라는 기록도 세웠습니다. 1981년생인 선 이사는 미국 템플대 관광호스피탈리티 경영학과 조교수를 지냈습니다. 호텔외식경영 분야 학계 전문가로 평가받는 인물이죠. 앞으로 3년간 오뚜기에서 사외이사직을 맡게 됩니다.

사기업뿐 아닙니다.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공기업에서 근무 중인 여성 임원도 여럿입니다. 한국전력에서는 2020년 선임된 1987년생 방수란(35) 사외이사가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화여대 법과대학을 졸업한 그는 사법연수원 43기 출신으로, 한국전력뿐 아니라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에서도 사외이사직을 맡고 있습니다. 서울에너지공사의 고문 변호사로도 활동하고 있죠. 35살에 공기업 사외이사로 근무하면서 9년 차 변호사로서도 본업에도 충실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성별과 상관없이 저마다의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는 인물은 젊은 나이에 실력을 인정받아 기업에서 중책을 맡기도 합니다. 업계에서는 “2022년 8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시행되면 실력이 있는데도 그간 인정받지 못했던 유능한 여성들이 사외이사로 활동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옵니다. 요즘 기업의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경영이 대세인 만큼, 앞으로 여성 임원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글 시시비비 영조대왕
시시비비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