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법인 삼정KPMG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가 하나 있습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비즈니스 트렌드인데요. 업사이클, 비건, 사회적 책임이 트렌드로 제시됐습니다. 식생활인 비건과 비즈니스의 조화라니 생경한데요. 삼정KPMG는 특히 의류 분야에서 비건 패션이 트렌드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기업들의 ‘비건 비즈니스’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환경을 향한 책무를 강화하는 분위기 속에서 비건 콘셉트 상품을 내놓는 등의 시도를 하고 있지요. 비건은 어떠한 육류나 생선, 유제품까지 먹지 않는 완전 채식주의자를 뜻하는 말인데요, 더 나아가 동물을 학대하지 않고 만들어진 상품들까지 그 뜻이 확장되고 있습니다. 화장품 업계에서 비건 뷰티라 함은 동물성 성분이 들어가지 않은 제품을 뜻하고, 패션 업계에서 비건 가죽은 실제 동물 가죽을 사용하지 않은 제품을 뜻하는 식이지요.


왜 기업들이 비건 비즈니스에 뛰어드는 걸까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와 농림축산식품부는 ‘2021 가공식품 세부시장 현황’ 보고서에서 비건식품을 따로 떼어 조사했어요. 보고서에 따르면 젊은 세대로 갈수록 비건 식품을 향한 관심이 컸습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인플루언서가 홍보하는 생활양식과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돈을 쓸 때도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을 대변하는 제품을 선호하는 성향이 강하다는 것이죠. 보고서에서 채식 생활을 시작한 계기로 ‘존경하거나 좋아하는 사람이 채식주의 식생활을 좋아해서(10%)’라는 응답을 꼽은 사람이 열 명 중 한 명 꼴이었습니다. 

최근 편의점에서 비건 식품을 판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매출 자체보다 브랜드 선호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지요. 대형마트에서도 별도의 비건 판매존을 만들어 소스나 면류, 빵류 등 다양한 식품군을 선보이고 있어요. 

식물 대체육 시장은 푸드테크 기술을 기반으로 한 전문 스타트업이 전체 시장 규모의 76%를 차지하는 등 중소기업이 국내 시장을 주도하고 있어요. 최근엔 대기업들도 비건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SGG그룹의 이마트, 현대백화점 그룹의 현대그린푸드가 대체육 제조사와 브랜드 독점 판매계약을 맺고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롯데푸드, 사조대림, CJ제일제당, 풀무원은 자체 기술력으로 만든 대체육을 선보이고 있어요. 

식문화에서만 변화가 있는 게 아닙니다. CJ 올리브영은 색조화장품을 시작으로 비건뷰티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는데요. 제조·가공 단계에서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고 동물실험을 하지 않은 제품을 말합니다. 앞서 유행했던 유기농 화장품이 화장품 안전성에 일차적 기준을 뒀다면 비건 화장품은 윤리적 가치소비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요. 주요 매장에 비건 뷰티존도 조성하며 적극적으로 비거니즘 홍보에 나설 계획이라고 합니다. 

즉 우리나라 비건 문화는 아직 완전 채식주의 문화라기 보다는 소비 트렌드에 초점이 맞춰진 경향이 강합니다. 앞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와 농림축산식품부 보고서에서도 응답자 대부분이 비건을 채식 문화 정도로만 이해한다는 인식 조사가 있었어요. 그에 비해 비건 라이프에 참여하고 싶다는 응답은 높은 편이였죠. 약 68%가 비건 생활을 긍정적으로 봤습니다. 

이는 MZ 소비트렌드인 미닝아웃(meaning out) 개념을 끌어와 설명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정치·사회적 신념이나 가치관, 취향, 성향 등을 밖으로 드러내는 행위를 말하는데요, 성 정체성을 드러내는 커밍아웃(coming out)에 빗댄 신조어입니다.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문구가 쓰여진 옷을 입거나 불공정 기업의 제품을 불매하는 행위 역시 미닝아웃의 일종입니다. 비건 딱지가 붙은 상품을 적극 소비하는 것도 자신의 신념을 드러내는 미닝아웃 행위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러니 비건 식생활을 하지 않더라도 비건 소비 생활은 할 수 있는 셈이죠. 소비자 입장에서는 윤리적인 소비를 한 기분이 들고, 기업 입장에서는 ‘착한 기업’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윤리적 소비를 지향하는 ‘가치 소비’가 퍼지면서 비건 제품에 대한 선호도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비건이란 무엇인가
보고서에서 채식주의자들의 비건 인식도가 비(非)채식주의자들의 그것보다 낮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연구자들은 실제로 채식주의자들이 비건을 모른다기보다 비채식주의자들이 비건을 채식 그 자체로만 잘못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봤는데요. 이쯤에서 채식주의 분류를 한 번 정리해 봅시다. 

채식주의에도 단계가 있습니다. 흔히 고기, 달걀, 유제품을 먹느냐에 따라 분류하는데요. 비건(vegan)은 유제품은 물론 동물의 알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동물성 음식을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입니다. 식습관뿐 아니라, 동물을 어떤 식으로든 착취하지 않겠다는 신념 그 자체이기도 해요. 동물성 원료가 포함된 모든 상품도 이용하지 않겠다는 생명 윤리적인 의미가 포함돼 있는 개념입니다. 

유제품이나 동물의 알을 섭취하는지 여부에 따라 락토 베지테리언(lacto vegetarian), 오보 베지테리언(ovo vegetarian), 락토-오보 베지테리언(lacto-ovo vegetarian)으로도 나뉘어요. 락토 베지테리언은 고기와 동물의 알은 먹지 않지만 유제품은 먹습니다. 인도와 지중해 연안 나라에 많지요. 반대로 오보 베지테리언은 고기와 유제품은 먹지 않지만 동물의 알은 먹고요. 락토-오보 베지테리언은 유제품과 동물의 알 모두 먹습니다. 서양의 채식주의자 상당수가 이러한 락토 오보 베지테리언으로 분류되지요. 

이밖에 유제품, 동물의 알은 물론 어류까지 먹는 채식주의자는 페스코(pesco), 페스코 식단에 닭고기까지 먹는 채식주의자를 폴로 베지테리언(pollo vegetarian)이라고 합니다. 채식을 하지만 아주 가끔 육식을 할 때도 있는 준채식주의자는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이라고 부르고요. 

더 극단적으로는 과식주의(fruitarianism)도 있어요. 과일과 견과류의 열매와 씨앗 등 식물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부분만 먹는 식생활입니다. 나무에 매달려 있는 열매는 먹지 않고 다 익어 땅에 떨어진 열매만 먹는 경우도 있어요. 그 수가 비건만큼 많지는 않습니다.


글 시시비비 와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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