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향으로 고객 사로 잡은 ‘올롯’
폐 감귤로 디퓨저 만든 ‘벤투싹쿠아’
“향 본고장 유럽에도 우리의 향 알릴 것”

오징어게임, BTS, 만두, 마스크팩… 세계인의 시각, 청각, 미각, 촉각을 사로잡은 국산 상품들이다. 오감 가운데 후각이 빠져있다. 그래서 세계인의 후각을 사로잡겠다고 싶다는 한국 스타트업들을 찾아봤다. 웰니스(wellness·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건강이 조화를 이루는 이상적인 상태) 제품 제조기업 ‘파운드코퍼레이션(FOUNDcorporation)’과 향제품 전문 제작사 ‘벤투싹쿠아(Ventus acqua)’다. 한국의 향을 만들고 있는 파운드코퍼레이션 이화진 상무와 벤투싹쿠아 서지운 대표 이야기를 들었다.


올롯 제품. /파운드코퍼레이션 제공


◇땅에 묻어 숙성한 후 만드는 한국적인 ‘향’

파운드코퍼레이션은 몸과 마음에 평안을 주는 인센스 스틱(Incense stick·향) 브랜드 ‘올롯(Ollot)’을 운영하고 있다. 흙, 식물 등 자연의 향기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올롯은 ‘모자람이 없이 온전하게’라는 의미를 담은 단어 ‘오롯이’에서 따온 이름이다. 향 한 대를 다 태우는 데 15분이 걸린다. 이 시간 올롯의 향과 함께 하루 15분을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으로 보내라는 의미라고 한다.

향은 원래 종교적 의미가 있는 전례 및 의식에 쓰이던 물건이었다. 시작은 인도와 이집트로 알려져 있다. 오늘날 향은 개인 취향, 취미 등으로 사용하거나 아로마 테라피, 명상 등 치유의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올롯 이화진 상무는 “과거 우리나라에서도 향이 많이 쓰였는데, 이를 되살리는 전통 향 제품 라인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조선시대 궁중에서도 혼례나 임금 행차 시 주변을 정화하기 위해 향을 사용했어요. 향을 관리하는 직책까지 따로 있을 정도였다고 해요. 그러나 일제 강점기로 넘어가면서 조선의 향 문화를 없애고 중국 저가 향이 들어오면서 전통 향 문화가 점점 사라졌습니다. 지금도 인센스 스틱이라고 하면 인도나 해외에서 수입해오는 제품이 유명한 것이 아쉬웠어요. 한국에서 사용하던 전통 향을 되살리고 한국인에게 더 맞는 제품을 선보이고 싶었습니다.”

올롯은 공장에서 일률적으로 찍어내는 향과 다르다. 우선 소나무를 잘라 나무조각으로 만들고 땅에 묻어 숙성시킨다. 이때 국화 등 제철 재료를 함께 숙성한다. 흙에서 오랜 시간 숙성한 나무조각과 재료를 꺼내 갈아서 반죽을 만든다. 이 반죽에 올롯이 직접 조향한 아로마 오일을 섞는다. 반죽에서 면을 뽑아내듯 향 모양을 잡고 오랜 시간 자연 건조한다. 이 과정에서 국내 향방 장인과 협업해 깊이 있는 제품을 만든다.

이렇게 만든 제품을 국내 유명 편집숍 29cm, 온라인 커머스 플랫폼 마켓컬리, 현대백화점과 롯데백화점 등에 납품하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일본과 호주에 납품도 하고 있다. 향 시장이 국내보다 발전한 일본에서도 인기를 증명한 셈이다. 2022년 5월에는 동남아시아 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올롯 제품을 사용하고 인증 후기를 남긴 러블리즈 멤버 유지애. /유지애 인스타그램 캡처, 올롯 제공


◇국내 향 시장 발판 마련한 스타트업

지금은 국내외에서 찾는  브랜드이지만 시작이 쉽지는 않았다. 2019년 처음 제품 만들고 이듬해에 출시했을 때만해도 절도 아닌 곳에서 왜 향을 사용하냐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제품을 함께 만들 제조사를 찾는 일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향 반죽에 왜 아로마 오일을 넣는지부터 설득해야 했죠. 그때까지만 해도 아로마 테라피나 명상, 요가 등이 한국에서는 대중화하지 않았을 때니까요. 제품 출시 후에도 힘들었습니다. 편집숍이나 커머스 플랫폼에 인센스 스틱이라는 카테고리 자체가 없었어요. 직원들이 함께 인센스 스틱이 무엇인지부터 효과, 제작 과정 등을 하나하나 다 설명하고 다녔어요.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향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고 시장이 커지더라고요. 이걸 보면 많이 뿌듯합니다.”

직접 발로 뛰니 고객들이 먼저 알아봐 줬다. 대부분 인플루언서 협찬을 통해 브랜드를 홍보한다. 그러나 올롯 제품은 이들이 직접 구입해 자신의 소셜 미디어 계정에 올렸다. 또 방송인 소유진, 경리, 러블리즈 멤버 유지애 등 유명 연예인도 쓰기도 했다. 이런 올롯은 전문가 눈에도 띄었다.

해당 회사는 '2021 전통문화 청년 창업육성 지원사업'에서 선정된 초기창업기업 48개사 중 우수 초기창업기업으로 선정되어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Korea Craft & Design Foundation·KCDF) 원장상을 받았다. KCDF 측은 “파운드코퍼레이션은 조선의 선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점이 흥미로웠다. 또 반려동물에게 무해한 안전 성분 사용과 EU 인증 에코라벨을 취득한 재생 펄프를 사용하는 등 친환경 윤리기업인 점도 높이 평가했다”고 말했다.

전통문화 청년 창업육성 지원 사업은 전통문화 사업을 하는 청년들에 창업 교육과 전문가 멘토링, 직접 투자 등 창업 보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업화 지원금(3년간 평균 1억원)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올롯은 웰니스(Wellness)를 주제로 다양한 아이템을 출시할 계획이다. 그중에서도 전통을 이어가는 향 라인을 다양하게 만들고 싶다고 한다.

“전통이라고 해서 과거에만 얽매이지 않고 한국적인 향을 담아 알리면 그것 또한 전통을 이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일환으로 서울시와 손잡고 을지로, 성수 향을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옛것과 현대를 아우르며 향에 한국을 담아 갈 것입니다.”


벤투싹쿠아 서지운 대표, /벤투싹쿠아 제공


◇1300종류 향 개발해 고객 니즈 찾아

벤투싹쿠아는 향료 개발부터 향수, 디퓨저, 자동차 방향제 등 향 제품 제조 및 납품을 전문으로 하는 OEM·ODM 전문 회사다. 단순히 고객이 의뢰하는 대로 제품만 만드는 것이 아닌 향 개발부터 제품 기획, 설계, 제조, 포장, 인증 및 디자인에 이른 모든 과정을 아우른다. 벤투싹쿠아는 9년 차 조향사이자 대표 서지운씨가 운영하고 있다. 서지운씨는 어렸을 때부터 향을 좋아했다.

“용돈을 모아 향수를 모으는 것이 취미였습니다. 조향을 더 배우고자 대학교 졸업 후에는 1년 정도 스위스, 미국, 프랑스에서 조향 과정을 운영하는 기관을 찾아 조향사 과정을 수료했어요. 한국에 돌아와서는 2012년 사업체를 만들었습니다. 샘플 향을 만들고 의뢰가 들어오면 요청에 맞는 향을 만들어 주기도 했죠. 모든 작업은 집에서 했습니다. 집이자 사무실인 셈이었죠.”

그렇게 모은 자금으로 2015년쯤 작은 사무실을 얻었다. 그때 벤투싹쿠아라는 이름도 탄생했다. 향을 만드는데 가장 기본적인 물을 의미하는 ‘아쿠아’와 향이 퍼지는 데에 필요한 바람을 의미하는 ‘벤투스’를 합친 말이다. 직접 조향한 다양한 향과 의뢰인이 원하는 향을 정확히 만들어 주는 곳으로 입소문을 탔다.

“고객이 원하는 향을 만들기 위한 벤투싹쿠아 만의 특별한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고객에 의뢰를 받아 제품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건 고객이 원하는 걸 찾는 겁니다. 가장 어려운 과정이기도 하죠. 생각보다 자신이 원하는 향을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고객이 직접 향을 맡으면서 찾을 수 있게 1300종류의 향을 개발했습니다. 고객은 벤투싹쿠아가 카테고리별로 정리한 향을 시향하고 조향하면서 원하는 향을 함께 찾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2017년부터 해외에서도 제품 납품 요청이 왔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미국, 일본, 중동 쪽에 향료, 향수, 손소독제 등을 수출하고 있다. 또 국내외 다양한 기업도 벤투싹쿠아와 일한다. 기아자동차, 비건 화장품 브랜드 달바, 프리미엄 홈케어 브랜드 라브아 등 크고 작은 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벤투싹쿠아가 제주도에서 버려지는 감귤로 만든 제품. /벤투싹쿠아 제공

◇연간 1만톤 버려지는 귤 이용

벤투싹쿠아는 2019년 새로운 제품 개발을 시작했다. 한국에서 재배하는 야채나 과일로 제품을 만들고자 했다. 이 제품을 연구하기 위해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근처에 작은 사무실도 얻었다. 가락시장에서 버려지는 사과, 포도, 복숭아, 자두, 귤 등에서 향을 추출했다. 그중에서 향이 가장 좋은 건 귤이었다.

“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제주도였습니다. 제주도에서는 매년 약 1만톤의 귤이 버려지는데, 이걸 활용하고 싶었어요. 또 조향사로 활동하다 보니 국내에서 향을 만드는 대부분의 브랜드가 외국 제품과 컨셉을 따라 하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우리에게도 우리만의 향장 재료가 있고, 그들 못지않은 기술로 우리 제품이 경쟁력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감귤향에 전통을 접목했습니다. 감귤에서 추출한 향에 한방재료에서 추출한 향을 섞었죠. 여기에 감귤이 수면에 도움을 주는 성분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살려 ‘감귤 업사이클 수면유도 디퓨저’를 개발했습니다.”

제주에서 버려지는 감귤을 이용한다는 친환경 제품으로 벤투싹쿠아 역시 2021 전통문화 청년 창업육성 지원 사업에서 좋은 결과를 냈다. KCDF측은 “환경을 생각한 것은 물론 조향에 대한 높은 전문성과 수면 유도 기능 제품 특허 출원 등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고 전했다.

벤투싹쿠아의 목표는 한국의 향을 담은 제품을 향의 본고장인 유럽에 더 많이 알리는 것이다. 서지운 대표는 “폐 과일을 이용한 향은 물론 더 나아가 다양한 주제로 한국적인 향 개발에 이바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글 시시비비 하늘

시시비비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