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최초로 3000억원대 수입
매출 오를수록 ‘이것’도 함께 올라
“그 돈으로 주주 환원이나” 지적도

삼성·LG·카카오···많은 취업준비생이 누구나 이름을 들으면 알 만한 대기업에 취업하고 싶어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름값’ 때문입니다. 근황을 묻는 대학 동기의 말에 삼성에 취업했다고 답하면 다른 설명을 하지 않아도 알아듣지만, 상대적으로 이름이 덜 알려진 작은 기업에 들어갔다면 무슨 일을 하는 회사인지부터 설명해야 하죠. 그만큼 브랜드는 알게 모르게 일상 생활에서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대기업 지주회사는 실제로 브랜드를 활용해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LG란 이름을 쓰는 대가를 받는 것입니다. 브랜드를 소유한 지주회사는 계열사에 이름을 빌려주는 대가로 돈을 받습니다. 전문 용어로 브랜드 사용료라 부르는데요, 계열사의 매출액에서 광고·선전비를 뺀 뒤 브랜드 사용료율을 곱해 지급액을 산정합니다. 계열사의 매출이 늘어날수록 자연히 브랜드 사용료도 증가합니다. 많게는 1년에 수조원대 매출을 올리는 대기업의 지주회사는 이름을 빌려주는 대가만으로 매년 수천억원대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에 입사하면 받는 금박 명함.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3408억원 LG가 1위, 삼성은?

기업별 2021년도 사업보고서를 보면 작년 상표권 수익으로 가장 많은 돈을 번 곳은 LG입니다. LG그룹 지주회사 LG는 2021년 계열사에서 총 3408억원의 브랜드 사용료를 거뒀습니다. 자산 총액 5조원 이상인 공시대상기업집단은 2017년부터 상표권 수익을 사업보고서를 통해 공개하고 있는데요, 한 해 상표권 수익이 3000억원이 넘은 기업은 LG가 처음입니다.

LG의 2020년 상표권 수익은 2714억원이었습니다. 작년에도 주요 기업 중 브랜드 사용료로 가장 큰 돈을 벌었습니다. 2021년 그룹 핵심 계열사의 매출이 크게 늘면서 LG의 사용료는 더 올랐습니다. LG전자는 2021년 연결기준 매출 74조7216억원, 영업이익 3조8638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연 매출이 70조원을 넘은 건 작년이 처음입니다. 2021년 LG화학 매출은 2020년보다 41.9% 증가한 42조6547억원이었고, LG디스플레이는 23.2% 늘어난 29조8780억원이었습니다. LG는 최근 LG화학·LG디스플레이·LG이노텍과 맺은 상표권 계약에서 나온 수익이 예상치보다 20%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공시하기도 했습니다.

작년 LG 다음으로 많은 상표권 수익을 낸 곳은 SK입니다. 2020년 2424억원보다 200억원가량 줄었지만, 3위 한화(1297억원)보다 2배 가까이 큰 금액입니다. SK는 자회사의 전년도 매출을 기준으로 브랜드 사용료를 결정하는데요, 2021년 SK그룹의 브랜드 사용료 기준인 2020년 매출은 80조원이었습니다. 2019년 97조원보다 13조원 감소해 상표권 수익도 감소했죠.

재계에선 “2021년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등 주력 자회사들이 실적을 회복한 만큼 2022년 지주회사의 브랜드 사용료는 크게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SK하이닉스는 작년 연결 기준 매출 42조9978억원, 영업이익 12조4103억원을 냈습니다. 매출 기준 역대 최대입니다. SK이노베이션의 2021년 매출은 2020년보다 35.6% 증가한 46조8429억원이었습니다. SK그룹에 이어 한화(1297억원), CJ(1000억원 추산), 롯데(981억원)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YTN News 유튜브 캡처


대기업 중 가장 몸집이 큰 삼성은 어떨까요. 삼성은 LG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브랜드 사용료를 계열사에서 걷고 있습니다. 작년 삼성이 벌어들인 브랜드 사용료는 5대 그룹 중 가장 적은 148억원 수준입니다. 기업 규모가 가장 큰데도 브랜드 사용료가 적은 이유는 삼성 브랜드 소유권을 13개 회사가 나눠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삼성’이라는 브랜드는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SDI·삼성전기·삼성생명·삼성증권·삼성엔지니어링·삼성중공업 등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브랜드 사용료를 내지 않습니다. 호텔신라·삼성웰스토리·에스원 등만 납부하고 있죠. 지주사 한 곳에서 사용료를 받는 다른 대기업과 수익이 크게 차이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름값도 좋지만…주주환원은?

일부 투자자는 브랜드 사용료로 대기업 계열사들이 너무 많은 돈을 지주회사에 낸다고 지적합니다.  지주회사가 상표권을 소유하고 있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고 하지만 수백, 수천억원씩 지급하는 건 과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기업이 돈을 벌면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는 등의 방식으로 이익을 돌려줘야 하는데, 지주회사가 주주환원에 쓸 돈을 브랜드 사용료로 거둬간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네이버의 금융 계열사 네이버파이낸셜의 2021년 실적은 매출 1조453억원, 순이익 542억원이었습니다. 사측은 순이익 542억원 중 약 20%인 110억원을 네이버에 이름값으로 지불했습니다. SK브로드밴드는 2021년 1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회사 이름에 SK를 넣는다는 명목으로 SK그룹에 240억원을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삼성의 로고 변천사.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공정거래위원회가 상표권 사용료 수입 현황을 공시한 대기업집단의 사용료율을 조사한 결과 주요 대기업의 브랜드 사용료율은 평균 0.2~0.3%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삼성그룹 계열사는 직전 연도 매출액의 0.5%를 브랜드 사용료로 냅니다. 영업 흑자를 낼 때만 사용료를 지불합니다. 쉽게 말해 적자 계열사는 사용료를 면제받습니다. 이처럼 기업마다 브랜드 사용료 산정 방식이 달라 일각에서는 기준을 통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그렇지 않으면 상표권 수익이 과하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브랜드 사용료를 아예 받지 않을 수도 없습니다. 2021년 12월 금융감독원은 교보생명이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자회사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과 교보증권으로부터 브랜드 사용료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과태료 3억5000만원 처분을 내렸습니다. ‘교보’ 브랜드는 경제적 가치가 있는 상표권이기 때문에 사용료를 받는 게 타당하고, 무상으로 제공하는 건 자회사 부당 지원이나 마찬가지라고 본 겁니다.

지주사에서도 할 말은 있습니다. 브랜드 사용에 대한 편익은 다양한 관점에서 나올 수 있고, 그룹 네트워크 활용과 명성을 이용한 인재 고용, 자금 조달 등에도 브랜드가 영향을 미친다고 이들은 말합니다. 또 계열사에서 거둔 브랜드 사용료를 그룹 전반에 재투자하기 때문에 각 계열사에게 다시 사용료가 돌아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하지만 실제 브랜드가 미치는 영향력을 객관적인 수치로 따지기 힘들기 때문에 앞으로도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글 시시비비 영조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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