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직장’이라고 부르는 회사들이 몇 곳 있습니다. 사회적 지위도 있고 직업 안정성도 높으며 복지나 처우도 좋은 직장들이 그러하죠. 금융권에서는 한국은행이나 금융감독원이 이러한 ‘신의 직장’으로 불립니다.

그런데 신의 직장을 박차고 나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한국은행에서는 2022년 2월에만 직원 6명이 퇴사했습니다. 매년 30명 정도가 한국은행을 퇴사한다고 하네요.

더불어민주당 김수흥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21년까지 10년간 정년을 채우지 않고 중도 퇴직한 직원이 311명이었습니다. 이중 2030이 135명, 약 43%를 차지합니다.

◇부모님은 좋아하지만…“내가 답답해서”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주고받는 속얘기를 볼까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야기 하는 ‘신의 직장’이라고 하는 곳의 평점은 5점 만점에 2.7점밖에 되지 않습니다. 한국은행에 다니는 직원들이 커리어 향상, 업무와 삶의 균형, 급여 및 복지, 사내 문화, 경영진을 종합 평가한 결과입니다.

이들이 평하는 신의 직장의 실체가 다소 원색적이네요.

‘워라밸만 있음’, ‘고인물들이 많음’, ‘똑똑한 사람들이 들어와서 멍청해짐’ , ‘너무 큰 조직, 순환근무’, ‘급여 복지 개선이 너무 더뎌 여타 기관에 추월당한지 오래’, ‘잦은 지방근무’, ‘순환근무로 인해 업무의 전문성이 낮음’, ‘수직적 조직문화’, ‘중앙은행이라는 조직의 위상 약화’….

한마디로 조직문화가 답답하고 성장의 기회를 잡기가 힘들다는 푸념입니다. 인사 적체도 심해 요즘 MZ세대가 꿈꾸는 조직문화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점이 보이네요.

물론 ‘칼퇴 보장’, ‘외부 명성은 좋음’, ‘영업이나 대민업무 등 외부 압박이 적은 편’,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의 훌륭한 동료들에게 배울점이 많음’, ‘회식은 적은 편’, ‘부모님이 좋아하신다’ 같은 장점도 있지만요.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한국은행 젊은 퇴사자가 늘고 있다. /한국은행 홈페이지

◇코인 업계로 떠나는 신의 직장인

금융당국인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은 어떨까요?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실이 두 기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한 해 두 곳의 퇴직자 수는 93명입니다. 2018년 70명에서 2019년 81명, 2020년 91명으로 퇴직자는 계속 늘었는데요. 3년새 20%나 증가한 셈입니다.

특히 2022년에는 2월까지 이미 17명이 퇴사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1월 인사 때 퇴사자가 늘어 조직 안팎에서 당혹스러웠다는 후문입니다.

금융위원회보다는 금융감독원에서의 퇴직이 많았습니다. 2021년 금융감독원에서 78명이, 금융위원회에서 15명이 퇴사했습니다. 금융당국에서 고위 공직자는 퇴사 후 취업 심사를 받아야 하는 등 이직이 제한되는데요. 그런 제한이 없는 5급 이하 인력, 즉 젊은 직원이 퇴사하는 사례가 늘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금융위원회는 2021년 금융산업국 소속 A 사무관이 코인 거래소인 빗썸에 취업했습니다. 금융감독원에서는 핀테크 현장자문단 소속 부국장이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로 자리를 옮겼고요. 금융감독원 자본시장국장 출신 인사가 코인 발행사로 이직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역시 금융계에서는 금융 당국의 인사 적체와 폐쇄적 조직 문화를 ‘퇴사 러시’의 원인으로 꼽곤 합니다. 명예만으로 일하는 것도 옛말이란 뜻이죠.

무엇보다 금융 헤게모니(패권)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시대상이 반영됐다고도 볼 수 있어요. 금융당국의 힘이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해진 반면, 민간 영역에서 성장 중인 코인 업계나 핀테크 업계는 덩치를 계속 불려왔지요.

조직 안에서 성장하고자 하는 2030 직원이 빠르게 변화하는 민간 영역에 눈을 돌리는 것도 당연한 수순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코인 회사 ‘연봉 4억’에 자괴감

특히 최근 코인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직원 평균 연봉이 4억원에 육박한다고 알려지면서 이들 ‘신의 직장’ 직원들의 사기가 한풀 꺾였습니다.

신의 직장을 빠져나온 젊은 직원들은 사모펀드나  자산운용사, 벤처캐피털처럼 성과에 따라 연봉을 많이 챙길 수 있는 직장으로 많이 이직한다네요.

2021년 한국은행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1억615만원이었습니다. 대졸 초임 연봉은 4900만원으로 알려져 있고요. 절대적으로 낮은 수준은 아닙니다. 다만 시중은행이 모두 연봉 1억원을 넘겼고,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는 2021년 평균 연봉이 1억5300만원을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힘이 빠지긴 하겠네요.

게다가 몸집을 불리면서 직원 처우를 파격적으로 개선하는 핀테크 업체들과 달리 한국은행은 현행법상 기획재정부가 임금인상률을 승인합니다. 2018년 1.6%, 2019년 0.8%, 2020년 2.7%, 2021년 0.7%로 매년 0~2%대에 그칩니다. “물가상승률이라도 반영해달라”는 한국은행 직원들의 볼멘소리가 터무니 없게 들리지는 않네요.

금융감독원은 회계사나 변호사인 직원이 많습니다. 때문에 소득 면에서 안그래도 다른 전문직과 비교해 박탈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지요. 금융감독원의 예산 권한은 금융위원회가 쥐고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여론에 밀려 금융감독원 국실장급 연봉을 5% 삭감하고, 신입직원 연봉도 20% 줄인 바 있지요. 2021년 말까지도 당시 연봉을 복원하자는 논의가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한 금융감독원 직원은 “소득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직업 안정성이 좋고 이름값이 있기 때문에 금감원에 왔다”며 “그런데 해가 갈수록 회계사 친구들은 물론 일반 은행이나 금융권과도 연봉 격차가 벌어지니 자괴감이 든다”고 고백했습니다.

특히 금융감독원의 경우 대민 업무가 많고 언론의 관심도 많아 스트레스가 많은 편이라고 합니다. 아무리 신의 직장이라도 직장은 직장인가봅니다.

아무리 남들이 선망하는 직장이라도 정작 그 회사에 다니는 사람의 입장은 다를 수 있다. /픽사베이

☞핀테크(Fintech)란 무엇인가

말그대로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을 합성한 용어입니다. 모바일과 소셜미디어, 빅데이터 같은 첨단 정보기술(IT)을 활용한 금융 서비스, 또는 그런 서비스를 하는 회사를 가리킵니다. 은행에서 비대면으로 주택담보대출을 하는 사례가 있겠네요. 카카오뱅크나 토스뱅크 같은 기업을 핀테크 업체라고 부르기도 하고요. 금융을 중심에 두고 IT를 활용해 금융 사업을 확장한다는 뉘앙스가 강합니다.

요즘은 테크핀(Techfin)이라는 용어도 많이 보이는데요. 역시 기술과 금융을 합친 말이지만, 핀테크와 살짝 결이 다릅니다. 기술회사가 아예 금융업에 진출하는 형태를 테크핀이라고 하지요. 모바일 기술을 갖춘 삼성전자가 운영하는 간편결제 서비스 ‘삼성페이’, 온라인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서비스하는 ‘네이버통장’ 같은 사례가 테크핀입니다.

글 시시비비 와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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