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91층에 사람있어요. 살려주세요!”

요즘 주식 커뮤니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유행어입니다. 91층은 9만1000원에 주식을 매수했다는 뜻이지요. 한때 10만원대를 바라보던 삼성전자 주가가 6만원대로 떨어지자 이렇게 고층에서 “살려달라” 외치는 동학개미(국내 주식 투자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2021년 초 삼성전자 주가가 9만원대이던 시절, 1000만원을 투자해 주식을 사들인 직장인 A씨도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습니다. 주가가 어느새 6만원대(2022년 4월7일 종가 기준)까지 내려갔기 때문이죠. 예상 손실액만 200만원 이상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대표 기업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주식을 더 가지고 있을지(일명 강제장투), 비교적 저가에 매수해 예상 손실액을 줄여 볼지(일명 물타기), 아니면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해 지금이라도 갖고 있는 주식을 팔아야할지(일명 손절) 고민이라고 합니다.

A씨 고민이 이해가 갑니다. 증권가에서는 6만원대로 떨어진 삼성전자 주가를 두고 설왕설래가 오갑니다. 동학개미라면 갖고 있다는 삼성전자 주식, 이를 둘러싼 갑론을박과 향후 전망을 잡스엔과 살펴봅시다.

◇‘역대급 실적’에도 웃을 수가 없다

삼성전자 주가가 떨어졌다고 해서 회사 실적이 나빴던 것은 아닙니다. 삼성전자 실적은 2022년 1분기에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증권가에서 전망했던 실적 추정치도 크게 뛰어넘었지요.

삼성전자는 2022년 4월 7일 1분기 연결기준 잠정실적 집계 결과 매출 77조원, 영업이익 14조1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2021년 1분기 대비 매출은 17.76%, 영업이익은 50.32% 증가했어요. 코로나19 장기화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원자재 비용 인상, 글로벌 공급망 위기 같은 악재를 극복하고 기록한 실적입니다.

하지만 이날 종가는 6만8100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신저가(新低價)를 기록했습니다. 그 다음날인 4월 8일에도 ‘6만전자’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했죠. 반등의 기미조차 없었습니다.

증권가에서는 이같은 삼성전자 주가 부진을 두고 미국발 긴축 공포가 커지면서 거시 경제 전망이 불투명해진 탓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어요. 또 내부적으론 2022년 야심작으로 선보인 ‘갤럭시S22’ 스마트폰의 경우 초반에 인기가 있었지만 게임 최적화 서비스(GOS)와 관련한 성능 저하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지요.




삼성 갤럭시S22 시리즈 광고 이미지. 6주 만에 국내 판매량 100만대를 육박하지만, 한때 발열을 방지하기 위해 성능을 강제로 낮춘 ‘게임 최적화 서비스’ 논란이 있기도 했다. /삼성닷컴 홈페이지

◇증권사마다 목표 주가 3만원 이상 차이

증권사마다 삼성전자를 보는 시각도 혼란스럽습니다. IBK투자증권은 2022년 1분기 호실적을 바탕으로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9만원에서 10만원으로 올려잡았어요. DB금융투자도 2022년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실적을 깰 것으로 전망하며 목표주가를 기존 10만원으로 유지했지요.

반대로 목표 주가를 내리는 증권사들도 많습니다. 유진투자증권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9만3000원에서 8만8000원으로 하향 조정했어요. 심지어 목표주가가 8만원 이하로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상상인증권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8만2000원에서 7만7000원으로 내려 잡았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GOS 이슈로 인한 부정적 평판, 비메모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경쟁력에 의문 등을 주가 하락 요인으로 보았습니다.

국내 11개 증권사의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살펴봤더니, 7만7000원(상상인증권)부터 11만원(한화투자증권)까지 그 범위가 넓었습니다.

◇기관·외국인은 ‘팔자’, 개미는 ‘줍줍’

한편에서는 환호하는 개미들도 있습니다. 1년여 만에 고점 대비 30% 가까이 하락한 주가에 삼성전자 주식을 ‘줍줍하는(주워담는)’ 타이밍이라고 판단한 것이지요. 삼성전자는 2022년 들어 한 번도 8만원대(종가 기준)에 진입하지 못했습니다. 7만원대에 머물다가 4월 들어 6만원대로 내려앉았죠.

기관이 2022년 1월 2조원어치를 순매도한 데 이어 2월(7581억원)과 3월(2조2609억원)에도 들어 냈습니다. 외국인은 3월에만 1조6355억원어치를 팔아치운 데 이어 4월 들어서도 이미 6000여억원어치를 매도했죠.

이 물량을 동학개미들이 담았습니다. 3월에만 3조8225억원어치를 개인 투자자들이 담았습니다. 특히 4월 들어서는 6일 기준, 기관과 외국인이 순매도 할 때 개인은 순매수하는 경향이 뚜렷했습니다.





삼성전자 주식 차트. 2022년 4월 7일 종가 기준 6만8100원을 찍었다. 2022년 들어서는 주가가 한 번도 8만원대에 들어서지 못했다. /네이버 금융

◇이재용 부회장 3개월새 주식 1조원 증발

‘6만전자’로 피를 본 건 동학개미뿐이 아닙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주식가치는 2022년 1월부터 만 3개월 사이에 1조원 넘게 줄어들었어요. 비록 국내 주식재산 순위 1위는 지켜냈지만요.

최근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가 발표한 ‘2022년 1월 초 대비 3월 말 기준 주요 그룹 총수 주식평가액 변동 조사’ 결과를 보면, 2022년 3월 31일 종가 기준 33곳 그룹 총수 주식재산 규모는 59조7627억원으로 2022년 1월3일 종가 기준(64조6325억원)보다 5조원 가까지 증발했어요.

2021년 공정거래위원회가 관리하는 72개 대기업집단 중 2022년 3월 말 기준 주식평가액이 1000억원 넘는 그룹 총수 33명을 대상으로 한 결과죠. 이 중 1조원 넘게 주식평가액이 떨어진 그룹 총수가 딱 2명 있었는데요,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1조6196억원)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1조847억원) 입니다. ‘6만전자’의 아픔을 이재용 부회장이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끼고 있겠네요.

글 시시비비 와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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