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고용정보원 ‘2020 한국의 직업정보’ 보고서
보건·의료직, 전년에 이어 자녀 권유 직업 1위

“어려움과 고통을 잘 알기에 저로 끝낼 것 같아요.”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가 앞으로 자녀에게도 피겨를 시킬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이처럼 대답했습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로서 피겨 스케이팅 역사의 한 획을 그을 정도의 뛰어난 실력으로 세계적 찬사를 한몸에 받은 스포츠 스타였지만, 자신의 영광에 앞서 감내해야 할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는 자신의 미래 세대에 같은 일을 물려주고 싶지 않았나 봅니다.

모든 직업엔 장단점이 있고, 그래도 내 직업을 자녀가 이어가길 바라는 직업도 있을 텐데요. 한국 사람들은 어떤 직업을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을까요?

최근 한국고용정보원이 이 질문에 답을 해줄 자료를 내놨습니다. 2022년 3월 24일 발간한 ‘2020 한국의 직업정보(2020 KNOW 연구보고서)’입니다. 이번 보고서는 570개 직업을 가진 재직자 1만6244명을 대상으로 직업별 급여 만족도·근무조건·전망·고용안정 등을 조사한 결과가 담겼습니다. 연구원은 이런 내용의 보고서를 2001년부터 발표했습니다.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은 직업을 확인하기 위해 연구원은 ‘내 직업이 타인의 인정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자녀가 동일한 직업을 원한다면 지지하는지’, ‘동일한 직업을 자녀에게 권유하고 싶은지’ 등을 물어 평가했습니다. 직업을 10개 대분류로 나누어, 어떤 직업군이 자녀에게도 자신의 직업을 권하고 싶어 하는지도 알아봤습니다.

◇물려주고 싶은 직업 1위는 ‘의사’

‘내 직업을 자녀에게도 권하고 싶다’고 대답한 직업군 1위는 보건·의료직이었습니다. 보건·의료직 종사자 가운데 61.4%는 자녀가 있다면 자신과 동일한 직업을 권유하겠다고 답했습니다.


드라마 고스트 닥터. /tvN 고스트 닥터 홈페이지 캡처

앞서 2021년에 발표된 보고서에서도 자녀에게 권하고 싶은 직업 1위는 보건·의료직이었습니다. 당시 권하겠다고 답한 보건·의료직의 비율은 53.7%였는데, 1년 사이에 8% 가까이 증가했네요. 보건·의료직엔 이비인후과 의사, 치과 의사, 안과 의사, 외과 의사, 성형외과 의사, 한의사 등이 있습니다.

보건·의료직은 왜 자신의 직업을 자녀 세대도 이어가길 바라는 비중이 클까요? 소득을 살펴보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보건·의료직은 10개 직업군 중 평균 소득이 가장 높게 나왔습니다. 평균 6840만원입니다. 또 향후 10년 후 본인 직종 일자리가 증가할 것이라고 가장 많이 답한 직군도 보건·의료직(43.7%)에서 많이 나왔습니다. 또 보건·의료직은 이번 조사에서 직업 만족도가 가장 높은 직종(30.5점, 40점 만점)으로도 나타났습니다. 자기의 직업 만족도와 소득이 높고 미래가 유망하다는 것으로 봐서 자녀에게도 적극적으로 추천하는 것으로 볼 수 있겠네요.

물려주고 싶은 직업 2위는 연구직 및 공학 기술직이었습니다. 연구직 및 공학 기술직의 46.6%가 자녀에게 동일한 직업을 권유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교육·법률·사회복지·경찰· 소방직·군인이 43.9%로 3위를 차지했습니다. 초·중·고등학교 교사, 판사, 검사, 변호사, 소방관, 부사관 등이 이 직업군에 속합니다. 이어 예술·디자인·방송·스포츠직(42.6%)이 4위였습니다. 5위는 경영·사무·금융·보험직(41.9%)입니다.

경영·사무·금융·보험직은 평균소득은 순위가 높은 것에 비해 자녀에게 권유하고 싶은 직업 순위에선 중간에 머물렀습니다. 경영·사무·금융·보험직의 평균 소득은 5046만원으로, 전체 평균 소득 순위에서 2위입니다. 높은 연봉을 받지만 업무강도가 강해 자녀에게 권하고 싶은 직업에선 중간 순위에 머문 것으로 분석됩니다.

◇자녀에게 권하지 않는 직업 1위는 농림어업직

반대로 자녀에게 동일한 직업을 권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낮은 직업군은 농림어업직입니다. 단 14.9%만이 자녀에게 같은 직업을 권하겠다고 답했습니다. 곡식∙채소∙작물 재배원, 해녀, 어부가 여기에 속합니다. 농림어업직은 전년 같은 조사에서는 자녀에게 권유하고 싶은 직업 7위를 기록했습니다. 1년새 3계단 내려왔네요.

이번 조사에서는 10년 뒤 일자리 변화에 대한 인식도 조사했는데요, 자신의 직업 일자리가 10년 뒤에 ‘감소할 것’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은 직종도 농림·어업직(62.9%)이 차지했습니다. 기계나 장비 발전 등으로 자신의 노동이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 20년 이상 종사한 사람들이 가장 많은 직종도 농림어업직(22.8%)이었습니다. 청년 일자리가 많지 않고 미래에 유망하다고 확신할 수 없다 보니 자녀에게도 권유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드라마 농부사관학교. /SBS 농부사관학교 캡처

농림어업직에 이어 설비·정비·생산직(16.5%)이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은 직업 2위를 차지했습니다. 대표적으로 공업 기계 설치사와 정비원, 통신 장비 설치사와 수리원 등이 이 직업군에 속합니다. 그 다음은 건설·채굴직(16.8%)입니다. 철근공, 배관공, 철로 설치·보수원 등 현장직이 이 직업군에 있습니다. 1년 앞선 조사에선 자녀에게 권유하고 싶지 않은 직업 1위를 차지했던 직업군이 바로 건설·채굴직이었습니다. 건설·채굴직은 코로나19로 일에 대한 보상이 감소했다는 답변 비율이 가장 높은 직업군(56.1%)입니다. 그뿐 아니라 이번 조사에서 직업 만족도가 가장 낮은 직종(24.28점, 40점 만점)으로도 나타났습니다.

◇“내 자식만큼은 좋은 환경에서 근무하길”

근무조건 평가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근무조건 평가에선 하고 있는 일의 업무환경이 쾌적하고 다른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시간적 여유로움이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보건·의료직 종사자 응답자의 59.1%가 현재 일을 하는 환경이 쾌적하고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2위는 연구직 및 공학 기술직(54.4%)이 차지했습니다. 예술·디자인·방송·스포츠직(48.7%), 교육·법률·사회복지·경찰·소방직 및 군인(45.3%)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드라마 ‘사이코메트리 그녀석’ 속 경찰관 역을 맡은 신예은. /JYP 인스타그램 캡처

반면 근무조건이 안 좋다고 답한 비율이 가장 많은 직종은 농림∙어업직이었습니다. 이 직군의 20.2%만이 자신의 근무조건이 좋다고 답했습니다. 그 외에 건설·채굴직, 설비·정비·생산직과 미용·여행·숙박·음식·경비·청소직군도 본인 근무 조건이 좋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내 자녀에게만큼은 업무환경이 쾌적하고 시간적 여유가 있는 일을 시키고 싶은 것 같습니다.


글 시시비비 다코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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