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총량 규제방식으로 유연성 확대 전망

美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국내 도입도 검토

“주 52시간제는 유연하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자 시절 강조한 주요 공약 중 하나입니다. 윤 당선인은 주 52시간 근로를 유지하되 연평균 기준을 적용하고, 노사가 합의하면 업무 종류별 특성에 맞게 근무시간을 조정하자고 언급했습니다. 이에 따라 5월 새정부가 출범하면 근로제도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논의 중인 ‘주 52시간 근로제 조정 방안’을 알아봤습니다.

/픽사베이

인수위는 최근 주 52시간 근로시간 규제 유연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2022년 4월 11일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을 통해 “(주 52시간제의) 기본 골격은 유지하되, 융통성 있게 조절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노동 강도를 높이거나 주 52시간제의 시간을 늘리는 것이 아닌, 산정 기간을 지금보다 훨씬 늘리는 안을 논의 중이라고 합니다.

현재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제한 규정은 1주일에 52시간으로 근로 시간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중소기업은 주 52시간제가 기업의 규모와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주 단위로 최장 근로시간을 일괄적으로 규제해 기업과 근로자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고 주장해왔습니다. 기업은 일손이 부족하고, 근로자는 더 일하고 싶어도 연장근로 수당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입니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가 2022년 1월 중소기업 600곳을 대상으로 ‘차기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방향’을 조사한 결과 ‘획일적인 주 52시간제 시행’(45.3%)이 최우선 개선 과제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윤 당선인은 ‘선택적 근로시간제’(선택근로제)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습니다. 선택근로제는 단위 기간을 정해 자유롭게 근무하되, 해당 기간 안에 주당 평균 근로 시간이 52시간을 넘지 않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인수위는 선택근로제 단위기간을 최대 1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요. 쉽게 말해 1년 동안 주 평균 근로시간 52시간 이내에서 자유롭게 근무 시간을 정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한 해의 일정 기간 주 100시간 이상을 노동하더라도 다른 기간 노동시간을 줄이면 법의 테두리 내에서 가능한 것이죠.

이와 함께 연단위 근로시간 저축 계좌제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1년 동안 근로시간 총량을 정해 놓고, 근로 시간이 총량을 넘어서면 초과분만큼 적립해 이후 장기휴가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선택근로제 확대와 근로시간 저축 계좌제 모두 현재 시행 중인 한 주 단위의 근로 시간 규제를 연간 단위의 총량 규제 방식으로 전환하겠다는 뜻입니다.

드라마 ‘미생’의 한 장면. /tvN

일각에서는 미국에서 활용되고 있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White collar exemption)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고소득 사무∙전문직은 주 52시간 적용을 제외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당 근로제도는 근로기준법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당장 시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이유로 최근에는 행정규칙과 행정해석 등으로 바꿀 수 있는 ‘특별연장근로 인가 확대’가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습니다. 특별연장근로는 특별한 사정이 발생해 불가피하게 법정 연장근로 시간(1주 12시간)을 초과해 근무해야 하는 상황을 말합니다. 추가 연장근로는 1주에 8시간 이내로 운영해야 하고, 연장근로 도중이나 종료 후 일정시간 동안 휴식시간을 부여해야 합니다.

특별연장근로는 재난 상황이나 갑작스런 설비 장애 상황 등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소재∙부품∙장비 연구개발의 경우 특별연장근로가 허용됩니다. 앞서 윤 당선인은 특별연장근로 대상에 새로 설립된 스타트업을 포함하는 것을 공약하기도 했습니다.


예능 ‘무한도전’의 한 장면. /MBC

한편 주 52시간제를 조정하는 방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고소득 사무∙전문직의 주 52시간 근무 제도 예외나 연장근로시간 특례업종 확대가 시행되면 결국 노동 시간에 비해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도입 소식을 접한 일부 누리꾼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야근 지옥 다시 시작인가”, “판교의 오징어배(판교의 게임 회사 사무실이 밤늦게까지 불이 꺼지지 않아서 유래된 말) 다시 부활하나” 등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화이트칼라 이그젬션(White collar exemption)

연간 임금소득이 일정 기준 이상인 근로자에게 연장근로수당과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는 근로제도다. 근로시간에 비례해 업무의 성과나 질을 측정하기 어려운 고위 관리나 행정직, 전문직, 컴퓨터 관련 종사자 등 화이트칼라를 대상으로 시행한다. 성과를 기준으로 임금을 지불하자는 취지에서 미국에서 만들어진 제도다.

미국 공정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이 제도의 대상은 연봉 10만 달러(원화 약 1억2000만원) 이상인 사무직 근로자다. 이들은 초과근무수당을 받을 수 없는 대신 업무성과를 토대로 추가 급여를 받는다. 우리나라의 성과급과 비슷한 개념으로 볼 수 있다.


글 시시비비 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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